[이코노믹리뷰=장영성 기자] KEB하나은행은 정권 침몰과 관련된 중대 사건 곳곳에 등장한다. 여론의 KEB하나은행 관련 기사들을 보면 ‘최순실 금고지기’라는 말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이상화 전 KEB하나금융지주 글로벌영업2팀 본부장의 유럽 통합법인 법인장 승진에 최 씨를 비롯한 박근혜 정부의 개입 의혹이 불거지면서 나온 말이다.

최근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실소유주로 지목받고 있는 자동차부품회사 ‘다스(DAS)’와 연루된 하나은행이 거론된다. 이명박 정권은 물론, 박근혜 정권까지 권력에 대한 하나은행의 특혜성 대출 의혹도 끊임없이 제기된바 있다. 한때 자산규모 1등 은행으로 불리던 하나은행은 권력과의 연결 죔쇠가 단단하다.

최순실 게이트와 하나은행

지난해 3월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수석이 정찬우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을 통해 하나금융지주 최고 경영진에게 이상화 씨의 승진 건을 부탁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앞서 특검팀은 안 전 수석의 업무수첩에서 이 씨를 승진시키라는 취지의 박근혜 전 대통령 지시 사항도 찾아냈다. 이 본부장은 최 씨에게 삼성전기 전무 출신인 유재경 주 미얀마 대사를 소개했다. 두 사람은 고려대 선후배 사이로 비슷한 시기 독일에서 근무한 인연이 있다.

하나은행은 ‘최순실 게이트’ 일부인 삼성의 최 씨 모녀 지원 과정에도 또 등장한다. 삼성전자는 2015년 9~10월 최 씨 모녀 소유의 스포츠컨설팅 업체 ‘코레스포츠(현 비덱스포츠)’에 35억원을 송금했다. 이때 하나은행 독일법인 계좌가 사용됐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2016년 11월 하나은행 지점에서 최 씨의 대여금고 증거를 찾기 위한 압수·수색을 했다.

하나은행은 최 씨의 딸 정유라 씨에게 특별한 개인 대출도 해준다. 정 씨는 이화여대 1학년 시절(당시 19세), 2015년 12월 하나은행 압구정 중앙점에서 최 씨 명의 예금 3억원과 강원도 평창 땅을 담보로 보증신용장을 발급받는다. 정 씨는 이 신용장을 활용해 독일 하나은행 현지법인에서 연 0.98% 금리로 38만유로(약 4억8000만원)를 빌린다.

은행권 한 영업지점장은 “해외 진출한 기업의 신용을 보증해주는 보증신용장을 개인에게 끊어주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설명했다. 보증신용장은 ‘비거주자(외국거주자)’ 신분인 사람이 외국에서 영업활동에 종사할 경우 등에 한해서 받을 수 있다.

하나은행 인사동점이 정 씨에게 신용장을 발부해준 유일한 근거는 비덱의 ‘재직증명서’였다. 이 은행 관계자는 이어 “외국인 거주자 대출은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대출심사가 엄격할 뿐만 아니라, 꽤 연차가 있는 중년급 직원이 판단한다”면서 “정 씨가 비덱에 근무했던 사실을 재직증명서 하나로 판단할 정도로 은행은 허술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보니 이 전 본부장과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이진용 KEB하나금융 노조 공동위원장은 “이 전 본부장은 최순실 금고지기 이상화의 승진뿐 아니라 다스 명의 변경, 국정원의 기조실장이 하나은행의 사외의사와 이사회 의장으로 5년 재임, 국정원 화이트리스트의 하나은행, 아이카이스트 특혜대출 이력까지. 하나금융이 걸리지 않은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하나금융 노조는 당시 독일 프랑크푸르트 법인을 폐쇄하고 룩셈부르크 통합본부를 설립하려던 은행 이사회 안건이 최 씨를 위해 전면 백지화됐다고 주장한다. 시민단체들은 이를 문제 삼아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과 함영주 하나은행장을 은행법과 외국환거래법 위반으로 고발하기도 했다.

석연찮은 아이카이스트 대출

하나은행과 연관이 있는 권력은 ‘비선실세’뿐만이 아니다. 박 전 대통령과도 관계돼 있다. 이는 하나은행이 지난 2015~2016년 박근혜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했던 ‘청년벤처 1호기업, 아이카이스트’에 20여억원을 대출한 일에서 시작된다. 아이카이스트 대출건은 하나은행이 특혜성 대출을 해준 의혹 중 가장 논란이 되는 문제로 일컬어진다. ‘최순실 게이트’에 등장하는 인물도 이 건에서 나타난다.

아이카이스트는 2011년 설립했다. 2013년 박근혜 전 대통령은 아이카이스트의 터치테이블을 언론을 통해 공개한다. 박 전 대통령의 언급 이후 지난 2013년 하나은행과 통합한 외환은행(두 개 은행이 독립경영을 한 뒤 실질적 통합은 2015년 9월 1일)은 옛 외환은행 상호가 사용되던 2015년 7월 15일 아이카이스트에 첫 여신 거래로 3억원을 신용대출 해준다. 이 대출건에 대해서 시중은행 관계자들 가운데에는 “첫 신용대출 거래에서 3억원을 해주는 경우는 매우 이례적”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이후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은 2015년 9월 1일 통합하고 KEB하나은행으로 상호를 변경, 초대 통합은행장으로 함영주 전 하나은행 충남영업본부 그룹장(부행장)을 선출한다. 김 회장은 함 행장과 함께 2015년 9월 15일 아이카이스트에 방문한다. 금융지주사 회장과 소속 은행장이 중소기업을 함께 방문하는 일은 극히 드물다. 이들의 방문이 있고 난 뒤 아이카이스트 부사장으로 정민회 씨가 취임한다. 정 씨는 최 씨의 전남편 정윤회 씨의 동생이다.

하나은행 노조는 “아이카이스트 문제는 김 회장과 함 행장을 포함한 핵심 임원 5명이 총동원되어 아이카이스트를 방문하고 기념사진까지 찍으며 박근혜의 비선실세와 관계를 맺기 위해 무리한 대출을 해준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후 하나은행은 2015년 10월 22일 신용보증기금이 10억원 보증을 한 아이카이스트에 10억2000만원을 대출해준다. 같은 해 11월 25일 아이카이스트에 사우디아라비아의 알자지라 방송국에 터치테이블 납품을 위한 운전자금으로 7억원을 또 신용대출 해준다. 하지만 하나은행의 7억원 대출 승인 사유였던 아이카이스트의 100조원 규모 알자지라 수출 건은 이뤄지지 않았고 사실과 달랐던 것으로 판명된다.

이 건으로 아이카이스트 대표였던 김성진 사장은 2016년 9월 투자금 사기로 검찰에 구속됐고 지난해 9월 1심에서 징역 11년형을 선고받는다. 하나은행은 부실로 인해 8억5000만원의 미회수금이 발생하게 된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아이카이스트 부실대출 의혹을 검사한 결과 특혜나 외압근거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지만 부실검사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금감원은 검사 과정에서 KEB하나은행 대출 담당자와의 대질문답을 진행했다. 당연하게도 담당자는 대출 취급 부당압력 사실을 부인했고 전결권자 등 대출 관련자 5인도 부당압력이 없었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금융권에서는 사측의 압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현직 담당자들에게 질의를 받은 것으로 검사를 마감한다면 제대로된 결과를 얻을 수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대출 적정성에 대해서도 하나금융측의 자료가 허위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지주회사의 회장이 방문하는데 해당 기업과 어떤 거래관계가 있는지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며, 전결이 됐다하더라도 은행의 시스템상 상부에 보고했을 정황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줄기세포 화장품 사건

하나은행의 줄기세포 화장품 대량구매 건도 박근혜 정부와 관련된 부역사례 중 하나다. 하나은행은 과거 외환은행노조 임금인상분 반납 등 비용절감 경영을 진행하던 2016년에 개당 60만원에 달하는 줄기세포 화장품을 40억원어치를 산다.

하나은행은 줄기세포 화장품 구매에 대해 은행 직원들에게 선물로 나눠주기 위해서라고 설명한다. 이 화장품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비선진료를 한 것으로 알려진 김영진 성형외과 원장의 가족회사 ‘존 제이콥스’가 만든 제품이다.

그러나 하나은행 노조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화장품을 받은 직원들은 근로소득 과세표준금액으로 약 21만원이 포함됨을 알게 됐고, 하나금융 내부에선 화장품 반납운동까지 벌어졌다고 전했다.

화장품 구매 과정도 정당한 절차 없이 이뤄졌다. 지난해 정무위원회 국감에서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10억원 이상의 사업을 진행할 시 ‘공개입찰’을 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하나은행은 ‘수의계약’을 통해 해당 화장품을 구매했다”면서 “김 원장 측의 화장품을 염두에 두면서(사업을) 추진한 것으로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다스와 자금세탁

이번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실소유주로 지목받고 있는 자동차부품회사 ‘다스(DAS)’다. 하나은행은 다스의 불법자금이 2008년 합법자금으로 세탁되는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다스 자금세탁은 여러 시중은행 등에 개설된 총 17명의 40여개 계좌에서 분산 보관했던 120억원대 비자금이 2008년 초 명의 변경이나 해약 등을 통해 재입금 과정을 거치면서 전액 하나은행 다스 명의 계좌로 입금됐는데, 하나은행이 이 돈을 미국 현지법인의 외상매출 회수자금으로 불법 처리했다는 것이다.

최근 사정당국은 2008년 다스의 불법자금 120억여원이 합법자금으로 세탁되는 과정에서 KEB하나은행 직원들이 관여한 사실을 포착했다.

당국에 따르면 다스 비자금 조성 당시 경리팀에 근무한 조 모 씨는 외환은행 법인 계좌에서 수십억원이 출금되는 날짜를 골라 허위출금전표를 삽입했다. 여기에 출금액을 과다기재하는 등의 수법으로 매월 1~2억원씩 수표로 찾아갔다. 이를 전달받은 세광 경리직원 이 씨는 국민은행과 하나은행 직원들에게 수표를 건네 돈세탁을 해왔다.

당시 하나은행은 직원은 이 씨의 부탁을 받고 다스 명의로 된 10억원 상당의 수표를 전액 현금으로 바꿔줬다. 이들은 이후 이 씨의 친인척 명의로 된 차명계좌에 입금하는 식으로 돈세탁을 했다.

또 하나은행은 지난 2000년 이 전 대통령이 회장으로 재직한 투자회사 BBK에 5억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하나은행은 내부 문서에 BBK를 LKe뱅크의 자회사로 명시해 뒀다. LKe뱅크는 이 전 대통령이 재미사업가 김경준 씨와 함께 설립한 사이버 종합금융회사로 BBK의 실질적인 지주회사다. 하나은행이 BBK에 투자할 당시 은행장은 이 전 대통령과 대학 동문인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이다. 김 전 회장은 이 전 대통령의 집사 김백준 전 총무기획관(구속)과도 친구 사이로 알려져 있다. 이에 검찰 안팎에서는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와 관련해 김 전 회장에 대한 조사도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다스 관련 문제를 집중적으로 연구해온 김경률 참여연대 회계사는 “다스 비자금 120억원은 분산 보관하고 이를 다시 가지급금이나 대여금으로 회계처리하지 않았다”면서 “이에 더해 해외외상매출금을 통해 재산을 은닉하는 등 여러 수법을 사용한 만큼, 얼마든지 추가 비자금이 나타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다스의 불법자금 세탁을 조사하기 위해 지난 1월 하나은행 경주지점에 이어 2월 초 하나금융전산센터, 본점 전산부 등을 압수수색했다.

 

[‘하나금융지주 및 KEB하나은행’ 관련 반론보도문]

이코노믹리뷰는 지난 2018년 3월 2일 “[새 지배구조 찾아라]①하나금융지주 둘러싼 의혹들”, “[새 지배구조 찾아라]②금융지주 사외이사는…왜 ‘거수기’로 전락했나”, 2018년 3월 4일 “[새 지배구조 찾아라]③ 하나은행, 이명박·박근혜 정권 관련 의혹들”이라는 각 제목의 기사를 홈페이지 뉴스 면에 보도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하나금융지주는 하나금융지주 및 계열사가 에이제이로부터 물티슈를 구매한 사실이 없고 KEB하나은행이 에이제이로부터 물티슈를 무상으로 협찬 받았을 뿐임을 알려왔습니다. 그리고 하나금융지주는, 김정태 회장의 아들이 운영했던 온라인 쇼핑몰 업체와 KEB하나은행 및 계열사를 포함한 하나금융그룹 사이에 비정상적인 거래도 없다고 알려왔습니다.

또한 KEB하나은행은 정유라와 관련한 대출에 대해선 검찰에서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고 알려왔습니다. 아이카이스트와 관련한 대출에 대해서도 금융감독원의 검사 결과 문제가 없다는 점이 확인되었다고 알려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