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현대백화점그룹이 오너가 있는 대기업으로서는 매우 특이하게 경영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현대백화점그룹은 현대백화점·현대홈쇼핑·현대그린푸드·한섬·현대리바트·현대HCN 등 그룹 내 6개 상장계열사 이사회에 사외이사로만 구성된 감사위원회을 비롯,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와 내부거래위원회 등 총 24개 위원회를 운영하기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이사회에 감사위원회·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보상위원회·내부거래위원회 등 4개 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는 현대홈쇼핑을 제외한 나머지 계열사에는 모두 위원회가 신설된다.

현대백화점그룹은 22일 경영 투명성을 높이고  주주들의 권익보호, 기업의 사회책임 강화하기 위해 그룹 내 주요 상장 계열사에 감사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24개 위원회를 운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감사위원회·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만 운영하고 있는 현대백화점은 보상위원회와 내부거래위원회를 신설한다.

또 감사위원회만을 운영하고 있는 현대그린푸드·현대리바트·현대HCN은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보상위원회·내부거래위원회를, 한섬은 감사위원회·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보상위원회·내부거래위원회 등 4개 위원회를 신설해 운영하기로 했다.

이는 국내 유통업계 경쟁사인 롯데나 신세계가 운영하는 감사위원회,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내부거래위원회 등 기본 이사회 운영 체계보다 한층 더 강화된 경영 투명성 강화 조치로 평가받는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그룹 내 주요 상장계열사가 이사회 내 내부거래위원회 등 4개 위원회를 동시에 신설해 운영하는 것은 업계에서 드문 일”이라고 자평하고 “신설되는 위원회는 3월 중 열리는 각 사 주주총회 의결을 거친 뒤 설치, 운영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위원회별 실무 운영에 필요한 사내이사를 1명으로 제한하고 나머지 는 모두 사외이사(2~3인)로 구성해 독립성을 높일 방침이다. 

그룹 경영의 투명성과 가장 밀접한 재무상태를 감사하는 감사위원회는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하기로 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사외이사의 독립성·전문성·역량 등을 검증해 후보를 추천하는 역할을 맡는다. 각 위원회 활동 내용은 연간으로 발표하는 ‘대규모집단현황공시’로 공개하기로 했다. 

각 위원회는 기본으로 분기에 1회 의무 소집된다. 감사위원회는 분기 1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와 보상위원회는 연 1회 그리고 내부거래위원회는 분기 1회 이상 소집할 방침이다. 모든 위원회는 논의가 필요한 사안이 있으면 언제든지 수시로 소집될 수 있다. 

▲ 출처= 현대백화점그룹

이번 결정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내부거래위원회와 보상위원회의 신설이다. 내부거래위원회는 그룹의 모든 내부거래를 공정거래법이 규정하는 법 요건보다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거래내역을 평가하는 일을 맡는다.

사외이사가 주축이 되는 보상위원회는 경영진의 성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해 그에 합당하는 보상 수준을 결정한다. 통상 국내 기업에서 경영진 성과에 대한 보상은 총수들이 가진 강력한 권한들 중 하나다. 현대백화점그룹 경영진은 이 권한도 이사회의 보상 위원회로 넘겼다. 이에 따라 그룹 총수인 정지선 회장도 경영 성과를 위원회에서 평가 받아야 한다.  

현대백화점그룹이 이와 같은 '파격' 변화를 추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재계에서는 최근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추구하는 '경영 투명화' 흐름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지난 1월 현대자동차그룹은 일반 주주들의 추천을 받아 사외이사를 선임하겠다고 밝혔다. 한화그룹은 주주총회 분산 개최와 전자 투표제 실시로 주주들의 의결 참여 편의성을 개선했다. 포스코는 지난 13일 일반 주주들의 추천을 받아 박경서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를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한편, 현대백화점그룹의 발표와 같은 날 CJ도 주주총회 분산 개최와 전자투표제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일련의 변화에는 정지선 회장의 의지도 반영됐다는 것이 재계의 의견이다. 정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변화와 혁신을 실행하는 것은 사람이고, 이를 지속 추진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은 조직문화”라면서 줄곧 조직문화 개선을 강조해왔다. 

여기에 현대백화점그룹이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총수의 구속'이라는 사상 최대 위기를 맞은 경쟁사 롯데의 상황과 대조되기에 이번 변화는 더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이번 결정은 오래전부터 경영진의 의논으로 결정된 사안이며, 올해 첫 주주총회가 열리는 시기에 맞춘 발표일 뿐 롯데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라고 말했다.      

현대백화점그룹 측은 “주주들의 권익보호, 기업의 사회책임 강화를 위해 그룹 내 주요 상장 계열사에 경영 투명성을 감시하는 위원회 설치를 결정했다”면서 “특히 내부거래위원회, 보상위원회 등 이사회 내 위원회를 세분화해 운영함으로써 전문성이 강화되고 의사결정도 보다 합리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