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이미지투데이

[이코노믹리뷰=김윤선 기자]에이즈 치료제인 트루바다(truvada)의 적응증에 예방 목적으로 투여하는 것이 허가됐지만 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실효성이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주일에 3~4회 꾸준히 성관계를 갖는 HIV감염 고위험군 환자는 1년에 약 270만원의 비급여 약값을 부담해야 한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질병의 예방 목적으로 투여하는 약에 급여 적용을 사례가 거의 없기 때문에 트루바다를 예방약으로 사용했을 때 보험을 적용하는 것은  논의가 더 필요하다"고 밝혔다.

22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식약처 의약품심사조정과는 최근 길리어드사이언스(gilead sciences)의 에이즈 치료제 트루바다의 적응증에 예방 목적 투여를 허가했다.

이전까지 트루바다는 에이즈 환자나 에이즈에 걸릴 위험성이 아주 높은 예외에만 보험을 적용했다. 예를 들어 ▲임신 중인 감염인 ▲감염인 산모로부터 태어난 신생아 ▲HIV에 노출된 의료종사자(주사침 등에 찔리는 등) ▲감염인의 배우자(사실혼 포함)등에게만 예방 목적으로 트루바다를 처방했을 때다.

그러나 국내에서 매해 1000명이 넘는 신규 에이즈 환자가 꾸준히 늘면서 좀더 광범위하게 에이즈 예방약을 처방해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졌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해 트루바다를 세계 첫 에이즈 예방약으로 지정했다.

보건당국도 이 같은 목소리와 사례를 검토해 트루바다의 적응증에 예방 목적의 투여를 추가했다. 이번에 변경된 허가 사항에 따르면 앞으로 트루바다는 에이즈 비감염자라도 에이즈 바이러스에 노출되기 쉬운 사람이면 투여가 가능하다.

예를 들어 성관계 파트너가 HIV 감염이 있다고 알려졌거나 HIV 유병률이 높은 지역 사회나 사회적 네트워크 안에서 성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에이즈 예방약을 처방받을 수 있다.

이 때 예방약을 처방받으려는 사람은 ▲콘돔을 불규칙적으로 사용하거나 아예 사용하지 않거나 ▲성매개 감염병(매독, 임질 등)으로 진단됐거나 ▲성관계 파트너의 HIV 감염 여부가 알려지지 않은 등의 사유에 한 가지 이상 해당돼야 한다.

문제는 약값이다. 트루바다 한 알은 2월 현재 1만3730원이다. 에이즈 환자는 이를 1일 1회 1정을 복용하므로 1년 약값은 대략 500만원이다. 여기서 에이즈 환자로 판정을 받으면 산정특례가 적용돼 본인 부담금은 1년 500만원에서 50만원으로 대폭 낮아진다. 한해 50만원을 내면 트루바다를 먹을 수 있기 때문에 큰 부담은 아니다.

에이즈 예방 목적으로 적응증이 확대됐어도 급여를 적용해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예방 목적으로 트루바다를 먹으려는 사람은 트루바다 한 알을 1만3730원을 주고 복용해야 한다. 꾸준히 복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성관계 전 두 알, 하고 나서 이틀 간 한 알씩을 섭취하면 된다. 일주일에 3~4회 성관계를 한다면 일주일에 최소 4알의 트루바다를 먹어야 하므로 1년 약값은 대략 270만원이다.

▲ 트루바다.출처=길리어드사이언스

에이즈 예방약 도입이 큰 실효성을 거두기 힘든 이유는 트루바다의 적응증이 확대됐지만 약값은 전과 같기 때문이다. 이전에도 비급여 가격으로 트루바다를 구매해 예방 목적으로 먹으려는 HIV 감염 고위험군 환자들이 있었으나 가격을 듣고 발길을 돌리는 사례가 빈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트루바다를 예방약으로 처방했을 때 급여를 적용하는 것은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예방약에 급여를 적용해주는 사례는 거의 없다. 예방약에 보험을 적용하는 대표적인 예는 신생아가 자주 걸리는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백신인 애보트(Abbott)의 ‘시나지스주’가 있다. 이 때도 모두에게 급여를 적용해주는 것이 아니다. 생후 24개월 미만의 기관지폐이형성증(BPD) 환아, 재태기간 32주 미만(31주 + 6일)의 미숙아들에게만 보험 적용을 인정해준다.

복지부 보험급여과 관계자는 “트루바다뿐 아니라 예방 목적인 치료제에 급여를 해주는 사례가 거의 없다”면서 “현재 암 치료제만 해도 모든 약에 급여를 적용해주는 것은 아니다”라며 트루바다의 보험급여 적용에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성관계로 감염이 되며 특정 사회 커뮤니티 안에서 빈발하는 에이즈에 보험을 적용해주는 것에 대해 사회적인 합의가 돼있지 않다는 것도 걸림돌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트루바다를 에이즈 예방약으로 사용했을 때의 보험 적용에 대해서는 사회적 논의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국내 신규 HIV 감염자 수는 2014년 1081명, 2015년 1018명, 2016년엔 1062명으로 매해 1000명을 넘기고 있으며 지난해 기준 누적 국내 HIV 감염자수는 1만1439명이다. 반면 유엔에이즈합동계획(UNAIDS)에 따르면 전 세계 신규 HIV 성인 감염인은 2016년 170만명으로 2010년 190만명보다 11%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