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동우 기자] 평창동계올림픽의 축제 열기로 전국이 뜨겁다. 이번 올림픽에서는 남북 아이스하키 단일팀과 여자 쇼트트랙 500m 결승에서 서로 위로한 한국의 이상화 선수와 일본 고다이라 나오 선수의 감동적인 포옹도 볼 수 있었지만 반대로 온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장면도 나왔다.

빙속 팀추월 대표팀의 모습이 그것이다. 2월 19일 팀추월 한국 국가대표로 나온 김보름 선수와 박지우 선수는 같은 팀의 노선영 선수가 뒤로 처지는 상황에서도 가속도를 붙이면서 그를 제쳐두고 결승선을 통과했다.

팀추월 경기가 마지막에 들어온 선수 기준으로 순위가 매겨진다는 것을 고려할 때 이해하기 힘든 행동이다. 경기가 끝난 후에도 김보름 선수와 박지우 선수는 노선영 선수와 눈도 마주치지 않았으며 또 노선영 선수를 남겨둔 채 자리를 떠났다.

박지우 선수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노선영 선수가 뒤처진 것을 알았지만 기록 욕심이 있다 보니 앞서갔다”고 말했다. 이 장면을 본 많은 국민들은 분노를 표출했고 급기야는 김보름 선수와 박지우 선수의 국가대표 퇴출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의 참여자 수가 50만명이 넘어가는 일까지 생겼다.

최근 금융권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 한국GM이 군산공장을 폐쇄한다고 선언한 것은 결국 한국GM의 2대 주주인 산업은행이 경영감시를 제대로 하지 못해 생긴 일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산은은 지난해 7월 한국GM의 철수 징후를 파악하고 대외비 보고서를 작성하고도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빈축을 사고 있다. 산은은 이 보고서에서 비토권이 만료되는 지난해 10월 이후로는 산은이 보유한 보유지분 매각 검토 필요성을 언급하는 등 출구전략을 모색해야 한다는 진단을 내렸다.

그러나 산은의 보고서에서 한국GM의 철수와 공장 폐쇄에 따른 지역경제 침체와 대량실직 사태 등을 우려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국책은행이라는 곳이 오로지 자사의 손실 최소화에만 신경을 쓰고 있었던 것이다.

비슷한 시기에 벌어진 이 두 가지 사태에 대해 국민들이 분노하는 이유는 동일하다. 이들이 국가대표와 국책은행으로 국민을 대표하는 자리에 서 있으면서도 기록 욕심과 경제논리를 들먹이며 책임 회피에만 급급한 모습을 보인 것이다.

국민들은 이들에게 금메달 수상과 선도은행 지위를 바라지 않는다. 현 시대의 요구는 경쟁보다 상생이다. 기록경신보다는 함께 가는 모습, 호실적보다는 지역경제 배려를 원한다. 그렇지 않다면 가슴에 있는 태극기를 내려놓는 편이 좋다는 국민의 질책을 새겨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