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21일 서울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 그랜드볼룸에서 네이버 커넥트 2018(NAVER CONNECT 2018)을 개최했다. 스몰 비즈니스, 창작자 1300명이 모인 이번 커넥트 행사에서 네이버는 '프로젝트 꽃'의 새로운 이정표를 강조했다. 플랫폼 전략을 강화하는 한편 인공지능 기술을 덧댄 ICT 생태계와의 시너지를 목표로 삼았다. 네이버의 플랫폼 공공성 전반에 드리운 ‘의심의 눈초리’를 의식해 스몰 비즈니스의 강점을 플랫폼 전략으로 풀어낸 느낌도 들었다.

▲ 커넥트 데이에서 한성숙 대표가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출처=네이버

네이버의 선물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스몰 비즈니스와 프로젝트 꽃의 성과를 설명하는 한편 기술기반 플랫폼을 자사의 생태계에 빠르게 이식했음을 강조했다. 프로젝트 꽃은 한 대표의 간판 사업으로 중소상공인의 사업을 돕고 창작자를 키우는 장기 프로젝트다.

한 대표는 “올해는 기술로 스몰비즈니스와 창작자, 그리고 네이버가 또 한번 도약하는 한 해를 만들 것”이라면서 “이를 위해 기존의 창작 및 비즈니스 도구(tools & data)에 인공지능 기술을 본격 접목하고, 검색과 인공지능으로 대표되는 두 개의 기반 플랫폼의 시너지로 네이버가 사용자를 연결할 시간과 공간을 확대하는 기반을 다지는 한 해가 될 것”이라 밝혔다

스몰 비즈니스 파트너를 돕는 스마트 툴 & 데이터의 성과와 향후 계획을 자세히 설명했다. 스마트스토어의 강화와 웹툰 ICT 경쟁력, 비즈어드바이저와 같은 빅데이터 운용에 큰 소득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올해는 인공지능 기술을 체화한 새로운 기술을 속속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한 대표는 “창작자와 스몰비즈니스의 활동의 효율을 높이고, 개성을 더하며, 더 나아가 영감을 자극할 수 있을 정도의 툴과 데이터 제공을 목표로 인공지능 기술을 비롯한 다양한 차세대 기술을 접목하겠다”고 밝혔다.

네이버는 이달 초 검색과 클로바 조직을 ‘서치 앤 클로바(Search & Clova)’로 통합해 검색 플랫폼과 인공지능 플랫폼 클로바가 기술적인 연계를 마련하고 있다. 검색기술과 인공지능의 연결을 통해 시공간을 아우르는 스몰 비즈니스 ‘장터’를 만들겠다는 말도 나온다. 한 대표는 “창작자와 스몰 비즈니스가 성장의 기회를 확장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면서 “사용자에 집중, 기술에서 답을 찾겠다”고 강조했다.

최근의 논란도 해명했다. 특히 댓글 조작 이슈에 대해 한 대표가 직접 입을 열었다. 한 대표는 “네이버 댓글이 뉴스와 큰 상관이 없는 이슈 토론장으로 변하고 있다”면서 “댓글을 쓸 수 있는 개수를 제한하는 등 여러 고민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현재 네이버 댓글 관련 논란을 두고 서울 사이버수사대가 네이버의 요청을 받아 수사를 벌이고 있으며  더 강력한 수사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자가 20만명을 넘기는 등 댓글 조작 논란은 뜨거운 화두로 부상하고 있다.

뉴스 편집에 대해서는 알고리즘으로 해결하겠다는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했다.

이어진 세션에서 최인혁 네이버 비즈니스 총괄은 네이버 쇼핑 플랫폼의 방향성을 설명했다. 네이버는 구매자와 판매자를 단순히 연결해주는 다른 쇼핑 중개 사업자와 달리, 판매자가 주인공이 되는 플랫폼 제공자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일 네이버는 기존의 스토어팜을 판매자들이 상품을 등록하고 판매하는 것을 넘어 네이버의 다양한 기술들을 접목한 기능과 방대한 데이터들을 언제 어디서나 손쉽게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클라우드형 스토어인 '스마트스토어'로 개편한 바 있다.

이미지 분석을 통해 상품을 등록할 경우 인공지능이 자동으로 태그돼 추천 큐레이션을 제공하고 코디 연관 상품, 구매할 상품 자동 등록도 지원한다. 스토어에 방문하는 사용자 분석을 통해 사용자 클릭이 많은 영역에서는 상품 노출 갯수를 늘리고, 적은 영역에서는 마케팅 배너를 제외하는 등의 사이트 노출 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검색 결과 노출을 늘릴 수 있도록 상품의 소재 및 색상 등과 같은 상품의 속성을 입력할 수 있는 툴도 제공한다.

판매자의 상품과, 상품을 찾는 고객의 연결을 빠르게 지원하는 게 핵심이다. 판매자들이 고객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모바일 주제판인 쇼핑판의 AiTEMS 영역에 단골 고객 혹은 내 상품에 관심을 보인 고객들에게만 노출되는 공간을 마련하는 것도 그 연장선에 있다는 설명이다. 인공지능 스피커와의 연계, 텍스트 분석기술 제공도 준비중이다.

비즈 어드바이저(Biz Advisor)를 담당하는 김유원 리더는 데이터가 커머스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며, 이제 데이터 활용은 사업자에게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이슈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스몰 비즈니스, 창작자들에게 데이터 활용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는 점이다. 김 리더는 데이터와 컴퓨팅 인프라, 분석 기술 등 제반 환경을 제공해 그들의 경쟁력을 높여주는 것이 ‘네이버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앞으로 판매자가 고객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상품을 구매한 고객의 성별, 나이대와 같은 기본 정보는 물론 네이버의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해 추정된 값인 고객의 결혼유무, 가구인원, 직업, 자녀의 나이 등 고객의 라이프 스테이지 정보까지 제공한다. 스토어를 방문한 고객의 정보를 확인하고 이를 실제 판매에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솔루션도 제공한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데이터 마케팅도 제공될 전망이다.

연내에는 인공지능이 네이버 플랫폼에서 발생한 광고비 대비 매출액(ROAS: Return On Ad Spend)을 분석해 최적의 광고를 집행하도록 지원하는 기능도 추가할 예정이다. 또 다른 사이트의 성공사례를 참고할 수 있는 벤치마크 기능도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네이버 파트너스퀘어는 오프라인 기반의 지역 창업 인큐베이터로 진화한다. 네이버는 이를 위해 지난 1월, 대표 직속의 ‘창업성장지원TF’를 조직하고, 지역별 로컬 비즈니스들이 파트너스퀘어를 기반으로, 온라인 창업을 시작하고, 오프라인에서도 새로운 비즈니스 성장 모델을 발굴할 수 있도록 창업 인큐베이팅 시스템을 강화한다.

네이버 창업성장지원TF의 추영민 리더는 “온라인을 통해서는 AI를 접목한 진화된 기술플랫폼을 기반으로 스몰비즈니스와 창작자를 돕는다면, 오프라인에서는 전국 4곳의 파트너스퀘어가 스몰비즈니스와 창작자의 성장 거점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인공지능 기반 추천 서비스 구동. 출처=네이버

선물에 숨어있는 야심

국내 이커머스 기업에게 네이버는 사실상 오픈마켓이다. 네이버는 스스로를 오픈마켓으로 규정하지 말아야 한다고 항변하지만, 강력한 트래픽을 바탕으로 네이버페이라는 간편결제로 플랫폼 중심의 생태계를 상품 구매에 활용하는 순간 네이버는 오픈마켓으로 불러야 한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린다.

네이버는 스몰 비즈니스, 그리고 군소 창작자를 중심으로 프로젝트 꽃을 3년간 운영하고 있다. ‘을의 눈물’에 익숙한 그들을 네이버라는 거대한 플랫폼으로 품어 상생을 추구하는 로드맵이다. 대승적 관점에서 네이버라는 ICT 플랫폼이 자랑하는 공공적 성격이 강하지만, 여기에는 현실적인 노림수들이 있다. 먼저 생태계 전략이다. 스몰 비즈니스와 창작자들이 몰려올수록 네이버의 내적 생태계는 더욱 탄탄해지기 때문이다. 구글의 안드로이드가 무수히 많은 개발자들의 참여로 거대 플랫폼이 되었던 장면과 비슷하다. 스몰 비즈니스와 창작자, 그리고 이들의 구매자들이 네이버에 참여할수록 생태계는 더욱 단단해지고 커진다.

기술기반 플랫폼 정체성은 네이버 생태계의 선순환 구조를 상징한다. 매력적인 기술을 제공해 플랫폼으로 플레이어들을 유인하며, 이를 바탕으로 확보된 자원을 다시 기술개발에 투입하는 구조가 완성되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최신 기술의 경우 API를 무료로 제공하지 않는다. 기술 고도화를 통해 플레이어를 끌어들이고, 확보된 플레이어들이 생산성을 보여주면 그 과정에서 많은 이득을 얻을 수 있다.

플랫폼 공공성에 대한 논란도 비켜갈 수 있다. 네이버가 올해 커넥트에서 보여준 기술들은 스몰 비즈니스, 창작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기술들이다. 데이터 운용과 마케팅은 물론, 상품 노출과 인공지능 기술에 따른 정교한 스토어 관리도 가능하게 만들었다. 시장 독과점 비판을 받고있는 네이버는 스몰 비즈니스와 함께한다는 대의명분을 확보할 수 있다. 다른 오픈마켓에서 제공하지 않는 고수준의 판매자 경험을 제공하기 때문에, 네이버 생태계에 편입된 판매자들은 ‘네이버의 편’이 될 수 밖에 없는 구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