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카카오가 21일 서울 한남동 오피스에서 자사의 인공지능 번역 로드맵을 공개했다. 현재 카카오 인공지능 번역 기술 경쟁력을 강조하는 한편 향후 서비스에 대한 간략한 소개도 있었다. 인공지능 번역의 한계를 인정하는 목소리도 나와 눈길을 끈다.

배재경 카카오 인공지능 부문 파트장은 카카오 I 플랫폼 중 하나인 번역엔진의 강점을 자세히 소개했다. 강 파트장은 “모델(알고리즘)의 성능이 번역의 정확도에 비례하지만 그 상한선은 데이터가 좌우한다”면서도 “신경망 기반 기계번역을 위해 문장 단위 학습 데이터(병렬 말뭉치)로 가공하는 기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배재경 파트장이 카카오 인공지능 번역 기술을 소개하고 있다. 출처=카카오

그는 “결국 데이터를 문장 단위로 정렬하는 기술이 얼마나 뛰어난지가 곧 양질의 학습 데이터 확보로 이어지기에 번역의 품질에 영향을 준다”면서 번역이 필요한 원문을 사람이 번역한 결과와 번역기의 결과가 얼마나 유사한지를 수치화해 텍스트의 품질을 평가하는 알고리즘인 BLEU의 카카오 버전인 에이블루얼라인을 소개했다.

카카오 번역의 강점으로 넓은 문맥의 정보를 활용하는 대목도 강조됐다. 다의어 처리와 장문에 특화된 번역 솔루션을 비롯해 문맥 파악에 큰 강점을 가지고 있다는 자평이다. 사내 블라인드 테스트를 통해 영한번역의 경우 경쟁사를 압도했다는 말도 나왔다.

카카오는 오는 2분기 번역의 문체를 바꾸는 기능을 제공하는 한편, 높임말과 구어체 등을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는 번역 기능도 제공할 방침이다. 배 파트장은 “내부적으로 모든 테스트는 끝났다”고 말했다.

조만간 번역이 가능한 언어의 숫자를 크게 늘리는 한편, 5개 엔진 모두 지원되는 전용앱을 출시하고 카카오미니와의 연동도 지원한다. 다음 플랫폼을 활용해 번역 솔루션을 강화하고 카카오TV의 동영상 자막번역도 지원할 방침이다. 번역 API도 일부 무료로 풀 계획며 챗봇 서비스도 시작한다. 인공지능 번역기술을 탑재한 하드웨어 기기 제작은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배 파트장의 인공지능 번역기술에 대한 솔직한 소감도 눈길을 끌었다. 이미 구글 등에서 나왔던 이야기지만 ‘우리가 흔히 말하는 즉각적이고 실질적인 인공지능 번역기술은 수 십년이 걸릴 것’이라는 말이다. 인공지능이 당장 장밋빛 미래를 보여주는 것은 아니며,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는 것이 먼저라는 최근 ICT 업계의 트렌드가 오버랩되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