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싱턴의 美 재무부 청사. 재무부는 이번 주에 1070억 달러 규모의 채권을 매각할 예정이다. 지난 달보다 40억 달러 늘어난 것이다.        출처= 위키피디어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미국 장기 채권 수익률이 3년 만에 처음으로 3%에 근접했다. 이는 튼튼한 글로벌 경제 데이터가 금융 위기 이후 회복 지속력에 대한 투자자들의 오랜 두려움을 극복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같은 채권 수익률 상승은 금융 시장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정부, 소비자, 기업들의 차입 비용에 영향을 미치는 지표라 할 수 있는 미국 재무부 10년 만기 채권 수익률은 이달 들어 다우 존스 산업 평균 지수가 10% 하락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애널리스트들은 말한다. 저금리로 인해 과대 평가된 자산을 어느 정도 하향 시켰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식 시장은, 기업들의 성장과 이익에 대한 지속적인 낙관이 반영돼 지난 주 다시 반등했다. 주가와 채권 수익률의 동반 상승은 시장이 "장기 침체"라는 강박 관념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고 있음을 시사한다. 물론 많은 투자자들은 전세계 경제가 정체된 임금 상승과 고용 유동성에 부심하면서 향후 몇 년 동안 성장과 금리가 모두 둔화될 것이라는 가설을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 우려는 “더 이상 적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FTN 파이낸셜(FTN Financial)의 짐 보겔 금리 전략팀장은 지적한다.

현재의 관심은 오래 동안 잠자고 있는 인플레이션과 경기 부양책에서 발을 빼려는 중앙은행들의 움직임에 집중되어 있다. 10년 만기 채권 수익률은 지난 주 14일 2.91%로 4년 내 최고치까지 올라갔다가 16일에는 2.88%를 기록했다. 2017년 말 2.41%에서 계속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투자자들은 이번 주에 있을 라파엘 보스틱 아틀란타 연방준비은행 총재의 연설을 주시하고 있다. BMO 캐피털 마켓(BMO Capital Markets)의 금리 전략가 아론 콜리는, 최근 미국 인플레이션이 예상치를 웃돌면서 그의 전망에 금리 정책에 대한 연준의 생각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보여주는 ‘중대한 내용’이 들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채권 수익률 상승을 둘러싼 긴장감은, 연준이 금융위기 때 사용한 경기 부양책에서 한 발 물러나면서 더욱 고조되고 있다. 연준이 금리를 인상하고 채권 포트폴리오의 규모를 줄이면, 시중의 돈이 회수되면서 금융시장도 불안해 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투자자들과 애널리스트들은 이런 교차 흐름(crosscurrents)이 2013년 이후 처음으로 채권 수익률을 3%를 이상으로 끌어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자들이 채권 수익률이 3%라는 이정표를 넘을 수 있다고 보는 또 다른 요인은, 정부 자체에 있다. 최근의 채권 수익률 상승은 1조 5000억달러의 세금 감면 법안이 통과된 것과도 궤를 같이 한다. 정부가 줄어든 수입을 메우기 위해 채권 매각 규모를 늘린다면 예산 적자가 확대돼 채권 수익률이 더 오를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 주 재무부는 1070억 달러 규모의 채권을 매각할 예정이다. 이는 지난 달보다 40억 달러가 증가한 것이다.

세금 감면은 주식 시장 랠리의 가장 중요한 요인이었고, 인플레이션 기대치를 부추겼다. 분석가들은 기업들이 세금 감면으로 생긴 이익으로 근로자의 임금을 인상할 지, 캐피털 프로젝트에 투자할 지는 기업들이 선택할 문제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지금도 채권 수익률은 금융위기 전 기준으로 볼 때는 낮은 수준이다. 게다가, 장기적으로 물가가 크게 오르지 않는 것은, 채권 수익률이 상승하면 소비자와 기업의 차입 비용이 높아져 경제를 둔화 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하는 것이다.

올해 만기 인플레이션 지수 연동 채권에서의 인플레이션 예측치는 향후 10년간 2.14%로 최고치를 보였다. 2047년 만기 인플레이션 채권의 예측치도 2.13% 수준이다. 이는 경제 성장이 인구 고령화, 부채 증가, 생산성 저하 등의 구조적인 문제에 계속 직면할 것임을 시사한다.

부동산 투자회사 PGIM의 글로벌 거시경제 연구소장 나단 시트는 현재 상황을 다음과 같이 진단했다.

“미국 경제가 성장 국면을 맞이하고 있지만, 우리의 재정 정책은 어느 정도 신뢰를 잃었습니다.  미국의 위상을 피난처로 ‘전락시켰으며’ 달러 약세를 가져왔고 결국 채권 수익률만 오르게 만들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