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견다희 기자] 정부는 지난해 농·축·수산물 소비 촉진을 위해 농·축·수산물에 한해 선물 가격의 상한선을 5만원에서 10만원으로 완화했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금지법(이하 청탁금지법)’ 개정 후 처음 맞은 지난 설 명절 기간 동안 백화점 업계는 두 자릿수 신장을 보이며 호실적을 기록했다. 그러나 서민들이 많이 이용하는 마트나 전통시장에서는 청탁금지법 개정 효과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마트는 제자리 걸음

설 선물세트의 약 80%가 5만원 미만으로 구성된 대형마트는 청탁금지법 개정 효과를 전혀 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마트는 지난해 12월 28일부터 설 선물세트 사전예약을 시작해 15일 판매를 종료했다. 이 기간 동안 판매된 양을 집계한 결과 전체 매출은 지난해 보다 1.2% 늘었다. 가격대별 매출은 5만원 미만 선물세트는 1.4%, 5~10만원대 선물세트는 3.6% 증가했고 10만원 이상 선물세트는 4% 줄었다.

부문별로는 축산, 수산 등 신선식품 매출이 호조를 보였다. 흑한우 등 차별화한 선물세트가 12.1% 증가했고, 전체 축산 선물세트는 지난해 대비 12.5% 늘었다. 수산 선물세트 역시 11% 늘었다.

이마트 관계자는 “사전 예약률은 늘었으나 매출 증가는 미미했다”고 말했다. 

롯데마트는 지난해와 비교해 설 선물세트 신장률이 0.2%로 제자리 걸음을 걸었다.  건강식품이 6.4%, 신선식품이 3.6%, 축산이 1%, 과일이 0.5% 오름세를 보였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마트는 5만원 미만 상품이 80%정도 되기 때문에 청탁금지법 개정의 효과는 없었다”면서 “그래서 청탁금지법이 시행될 때도 타격을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마트에서 설 선물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은 가격이 싼 선물세트를 구매하기 위함이라 카드할인이 들어가는 사전예약 기간 구매가 많았다”고 전했다.

전통시장 매출 뒷걸음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는 지난 12일 청탁금지법 개정효과로 5만~10만원대 한우고기 판매가 128%, 과일 판매가 48% 각각 늘었다고 이낙연 국무총리에게 설명했다. 이는 마트와 백화점이 설 선물세트 사전예약이 시작된 후부터 지난 5일까지의 매출을 집계한 결과다.

반면 집계에 빠진 전통시장 상인들은 마트와 백화점만 명절 특수를 누릴뿐, 전통시장은 매서운 한파와 함께 시장 분위기 역시 얼어붙었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시 송파구 가락시장에서 청과를 판매하는 A씨는 “청탁금지법이 개정돼 매출이 오를것이라 기대했지만 오히려 매출이 20%정도 줄었고, 주변 가게들도 마찬가지다”면서 “한파가 오래 이어지니 소비자들이 실외에서 돌아다녀야하는 전통시장보다는 실내에서 둘러볼 수 있는 마트나 백화점을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백화점만 누린 명절특수

현대·신세계·갤러리아·롯데 국내 주요 백화점 4사의 설 선물세트 매출은 10.8~15.2% 증가했다. 백화점들은 청탁금지법 개정 후 5만~10만원대 농·축·수산물 선물세트를 확대했는데  이 상품의 매출이 늘면서 전체 실적을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했다.

▲ 2018년 백화점 4사 설 선물세트 매출 신장률. 출처= 각 사

현대백화점은 백화점 중 매출 신장률이 15.2%로 가장 높아 청탁금지법 개정으로 가장 큰 수혜를 입었다. 가장 높은 신장률을 보인 상품은 정육으로 19.1% 올랐고, 청과(18.3%), 건강식품(17.7%), 수산(15.6%)가 그 뒤를 이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청탁금지법 개정으로 선물비의 상한선이 높아져 5~10만원대 상품을 확대했는데 소비자들의 반응이 좋았다”면서 “설 선물세트 판매가 오랜만에 두자릿수 신장했다”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 역시 설 선물세트 매출이 10.8% 올랐다. 특히 건강식품과 차는 37.5%로 매출이 눈에 띄게 늘었고 와인과 주류 19.9%, 청과 15%, 축산 4.5%, 수산 3.1% 올랐다. 3~10만원대 선물세트는 지난해와 비교해 36.2% 늘어 청탁금지법 개정의 효과를 증명했다.

갤러리아의 설 선물세트 매출은 15% 올랐다. 5만~10만원대 선물세트가 지난해 보다 30% 늘면서 가겨대 별 선물세트 중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10만~20만원대의 중·고가 선물세트도 22% 신장률을 기록했다.

갤러리아백화점 관계자는 “청탁금지법 개정으로 농축수산물 선물의 상한액이 10만원으로 조정되면서 5만~10만원대 선물세트 수량을 지난해보다 45% 늘려 준비했다”면서 “5만~10만원대 선물세트가 선물세트 실적을 주도했다”고 전했다.

롯데백화점은 축산, 청과, 굴비, 건강식품이 두 자릿수 매출이 성장했고, 전체 설 선물세트 매출은 14.8%가 늘어나 명절 특수를 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