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난감 제조사들이 점액질 만능 키트 같은 새로운 트렌드를 찾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출처= LaRose Industries LLC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장난감 회사들이 소셜 미디어에 의해 빠르게 유행했다가 사라지는 장난감이나 게임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 절치부심 하면서, 시장 흐름에 대처하기 위해 신속하게 시작했다가 빠지는 소매 유통업체의 움직임을 모방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최근 보도했다.

스타워즈, 아이언맨 피규어로 유명한 하스브로(Hasbro)나 바비 인형의 마텔(Mattel)같은 글로벌 완구 회사들이 제작 시간을 줄이기 위해 점액질 키트(slime making kits)나 새로운 게임과 장난감을 창출하는 바이럴 비디오 같이 최신 트렌드를 즉각 반영해 바로 제작하고 유통하는 트렌드를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이들의 목표는 다음 크리스마스 시즌처럼 멀리 보는 것이 아니라 몇 달 안에 아이디어를 찾고 바로 매장에 제품을 출시하는 것이다.

장난감 회사들이 이런 추세를 따라가면서 이익을 취하려면 아이디어에서 제품 출시까지 신속한 회전을 해야 한다. 그런 추세는 급격하게 뜨거워졌다가 쉽게 소멸되며, 대개 소규모 제조업체인 모방꾼들도 빠르게 시장에 몰려들 수 있기 때문이다.

270억 달러(29조원) 규모의 미국 장난감 업계가 침체기를 겪으면서, 유행을 좇는 완구 업체들의 열기는 더 높아졌다. 시장조사 전문기업 NPD그룹에 따르면 미국의 장난감 업계는 2015년과 2016년에 각각 5%, 7% 성장한 후 지난 해에는 1% 성장에 그쳤다. NPD그룹은 그나마 2017년의 성장은 "소셜 미디어가 주도한 유행”과 관련된 장난감에서 나온 것이며, ‘스타워즈’ 같은 영화 캐릭터에서 나온 고가의 장난감들은 오히려 줄어들었다고 지적했다.

2월 17일부터 4일간 진행되는 북미 국제 장난감 박람회(North American International Toy Fair)에 참여하기 위해 뉴욕에 모인 장난감 제조사들은 최대 장난감 유통망이었던 토이저러스(Toys"R"Us)의 파산에도 대처해야 한다.

라로스 인더스트리(LaRose Industries LLC)의 로렌스 로젠 회장이 2016년 10월에 회사의 ‘크레이즈아트’(Cra-Z-Art) 접착제의 판매가 월마트 매장에서 한 달에 50% 이상 증가한 것을 확인했을 때, 그는 "뭔가 뜨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베이킹 소다, 콘택트 렌즈 용액 같은 몇 가지 집에 있는 재료를 이 접착제와 섞어 점액질을 만든다.

지난 40년 동안 장난감 사업을 해온 업계의 베테랑이었던 로젠 회장은 이번 박람회에서도 접착제와 다른 성분을 섞은 점액질 만능 키트를 선보였다. 니켈로디온(Nickelodeon) TV와 제휴해 라이선스 계약을 맺으면서 소매점에서 주문이 쇄도하자 두 개의 미국 공장을 풀가동해 키트를 제작했지만 주문을 받은 후 45일 뒤에나 출고할 수 있었다. 눈 깜작할 새에 백만 개가 넘게 팔리면서 첫해에 매출액이 5천만 달러(540억원)를 넘어 섰다. 다른 점액질 키트 제조사들도 덩달아 시장에 뛰어 들었다.

어떤 의미에서 보면 이런 장난감 회사들은 단 25일 만에 새로운 코트를 만들어 내는 자라(Zara)나 포에버 21 (Forever 21) 같은 패스트 패션 소매점을 모방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가들은 말한다. 이들 중에서도 규모가 작은 완구 회사들이, 기존 브랜드를 키우고 월트 디즈니 같은 라이센싱 파트너를 만족시킬 장난감을 개발해야 하는 큰 기업보다 더 빨리 움직일 수 있다.

마텔은 업계의 트렌드를 따르는 장난감을 신속하게 개발하기 위해 장난감 디자이너와 제작 전문가를 포함한 10명 미만의 팀을 구성했다. 마텔의 마고 조르지아디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6일 인터뷰에서 "이 팀에 3개월 기간과 약간의 예산을 배정해 1월 장난감 박람회에 출품할 몇 가지 아이디어를 내게 했다.”고 말했다. 봉제 완구를 포함한 이 품목들은 올해 말에 판매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스브로도 지난 해에 소셜 미디어 트렌드를 시장성 있는 제품으로 구현하기 위해 ‘퀵 스트라이크’(Quick Strike)라는 비슷한 팀을 구성하고 바이럴 비디오에서 영감을 얻은 게임을 몇 가지 발표했다.

이 중 ‘빙글빙글 체조경기’(Fantastic Gymnastics)는 어린이들의 물병 던져 세우기 유행을 본 따서 만든 것이고, ‘척척 말하기’(Speak Out)은 사람들이 입안에서 치과 의사의 마우스가드를 착용한 채 문장을 발음하려고 애쓰는 온라인 비디오에서 따 온 것이다. ‘척척 말하기’는 개발에 단 11주 소요됐다.

하스브로의 존 프라스코티 대표는 "우리는 이후 이 접근 방식을 조직 전체로 확대했다. 결국 생산에서 유통까지 더 빠르고, 더 민첩하고 효율적인 흐름을 가져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 지난 홀리데이 시즌에 가장 많이 팔린 장난감은 ‘엘오엘 서프라이즈’(LOL Surprise)라는 인형이었다.      출처= MGA Entertainment

아직 대기업들이 따라올 때까지는 중소기업들이 최고의 시절을 만끽한다. ‘MGA 엔터테인먼트’라는 회사는 작년 홀리데이 시즌에 뚜껑을 열면 그 안에서 작은 인형들과 악세서리들이 나오는 볼 모양의 ‘엘오엘 서프라이즈’(LOL Surprise)라는 장난감을 히트시켰는데, 이 제품이 상점에 출시된 지 불과 18주 만이었다. NPD에 따르면 이 장난감은 2017년 홀리데이 시즌 최고 판매 품목이었다. 저스트 플레이(Just Play LLC)의 인형과 액세서리는 10대 팝스타 ‘조조 시와’에서 따온 장난감으로 니켈레디온 TV와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 한 후 개발에 4개월 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들의 목표는 잠깐 동안의 초기 유행을 뛰어 넘는 ‘지속적인’ 트렌드를 찾는 것이다. 저스트 플레이의 찰리 엠비 공동 대표는 "그런 트렌드는 때로는 잠시 뜨거웠다가 사라지기도 하지만 간혹 크게 성공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한다.

오레곤주 포틀랜드에 본사를 두고 있는 ‘징’(Zing)이라는 회사는 3명의 소셜 미디어 코디네이터를 두고 있는데, 최신 유행 해시태그 스캔 작업도 이들의 업무에 포함되어 있다. 2016년 6월 회사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그리스 사람들이 베글라리(beglari)라는 일종의 묵주 구슬을 손으로 만지작거리는 장난감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들은 그날 샘플을 주문하고 2개월 만에 프로토타입을 개발했다. 그리고 그 해 12월 중순에 ‘덤 척’(Thumb Chucks)이라는 LED 피젯볼을 출시했다.

이렇게 해서 징도 피젯 스피너 트렌드에 뛰어 든 것이다. 징의 영업 담당 부사장인 조시 로에르젤은 이 제품이 신속하게 팔려 나가긴 했지만 유행이 시들자 회사에는 만만치 않은 재고가 쌓여 있었다고 실토했다. 이 에피소드는 트렌드를 좇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그런 트렌드는 밝게 불타오르기도 하지만 그 중 대부분은 수명이 매우 짧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