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장영성 기자] 이명박 전 대통령 실소유 논란이 일고 있는 자동차부품회사 ‘다스(DAS)’의 비자금 중 120억여원과 관련해 KB국민은행과 KEB하나은행 직원들이 돈세탁에 관여한 사실이 드러났다.

사정당국은 다스 비자금 120억여원을 차명관리해온 다스 협력업체 세광의 경리직원 이 모씨가 국민은행과 하나은행 간부급 직원들을 동원해 돈세탁한 사실을 포착한 것으로 20일 알려졌다.

당국에 따르면 다스 비자금 조성 당시 경리팀에 근무한  조 모씨는 외환은행 법인 계좌에서 수십억 원이 출금되는 날짜를 골라 허위출금전표를 삽입하고 출금액을 과다기재하는 등의 수법으로 매월 1억~2억원씩 수표로 찾아갔다. 이를 전달받은 세광 경리직원 이 씨는 국민은행과 하나은행 직원들에게 수표를 건네 돈세탁을 했다는 것이다.

돈세탁 과정에서 국민은행은 울산지점 이 모 부지점장과 영천지점 윤 모 과장은 이씨로부터 전달받은 수표 1억5000만원을 세탁하고 4억7400만원 상당의 양도성 예금증서를 발행했다.

당시 하나은행 박 모 차장과 이 모 대리는 이씨의 부탁을 받고 다스 명의로 된 10억원 상당의 수표를 전액 현금으로 바꿔줬다.  이들은 이후 이 씨의 친인척 명의로 된 차명계좌에 입금하는 식으로 돈세탁을 했다.

국민은행과 하나은행 직원들도 2008년 특검 조사에서 “VIP 고객인 이씨를 위해 수표를 현금으로 세탁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모든 금융거래를 당사자 본인 이름으로 거래하도록 규정한 금융실명제법을 대형 금융기관이 위반한 셈이다.

▲ (왼쪽부터)KB국민은행과 KEB하나은행 로고. 사진=각 사

국민은행은 자금세탁뿐만 아니라 비자금을 은닉한 차명계좌 관리를 해준 정황도 포착됐다. 국민은행 직원들은 당시 이씨가 김 모씨 명의로 차명계좌를 보유한 사실을 인지했다. 10명의 계좌로 10억원 상당의 자금을 관리하도록 도왔다고 한다.

하나은행도 이 전 대통령과 관련돼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 2000년 이 전 대통령이 실소유한 의혹을 받는 BBK에 5억원을 투자한 사실이 확인됐다.

하나은행은 내부 문서에 BBK를 LKe뱅크의 자회사로 명시해 뒀다. LKe뱅크는 이 전 대통령이 재미사업가 김경준씨와 함께 설립한 사이버 종합금융회사로 BBK의 실질적인 지주회사다. 하나은행이 BBK에 투자할 당시 은행장은 이 전 대통령과 대학 동문인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이다.

비자금 세탁을 주도한 조씨는 2008년 2~3월경 김성우 전 사장 등 경영진과 공모해 다스 회사 차원의 비자금부터 경영진 개인 비자금 조성에 각각 관여하면서 회사 몰래 자신의 비자금 120억여원을 보유했다.

검찰은 앞서 조씨 비자금 120억원과는 별개로 ‘두 뭉치’의 비자금을 더 발견한 만큼, 조 씨와 이씨가 다스 비자금을 같은 수법으로 돈세탁을 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또 조씨가 120억원 이외에 2008년 2~3월께까지 김성우 전 사장 등 경영진과 공모해 다스 회사 차원의 비자금과 경영진 개인의 비자금 조성에 관여했다는 검찰 조사에 비춰보면 유용액수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김경률 참여연대 회계사는 "다스 비자금 120억원은 분산 보관하고 이를 다시 가지급금이나 대여금으로 회계처리 하지않았다"면서 "이에 더해 해외외상매출금을 통해 재산을 은닉하는 등 여러 수법을 사용한 만큼, 얼마든지 추가 비자금이 나타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세광공업이 폐업한 뒤 일정한 직업이 없었던 이씨는 매월 생활비 명목으로 200만원씩 5년간 약 1억원을 썼다. 이씨는 또 주택구매 자금 1억원, 재산취득비용 1억원, 다스 직원 조모씨와의 유흥비 등으로 총 4억여원을 다스 비자금에서 끌어다 사용했다. 조씨도 전세보증금 1000만원을 비롯해 다스 수표를 현금화 한 후 1억원 상당을 개인용으로 쓴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