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윤선 기자]심장이식 수술을 받은 환자 10명중 1명꼴로 이식수술 후 5년 안에 피부암을 포함한 각종 암에 걸린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또 피부암처럼 일반인의 생존율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암도 심장이식수술을 받은 환자의 생존율을 크게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림의대 유규형·한성우·윤종찬 교수, 연세의대 강석민 교수팀은 '세계심폐이식학회' 빅데이터를 활용해 2000년부터 2011년 사이에 심장이식을 받은 환자 중 1년 넘게 생존한 1만7587명을 5년 이상 추적 관찰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20일 밝혔다.

심장이식은 말기 심부전환자에서 가장 근본적인 표준 치료법이다. 심장을 이식받은 환자는 자기의 면역체계가 기증받은 심장을 거부하지 않도록 면역억제제를 반드시 복용해야 한다. 그러나 장기간 면역억제제를 복용하는 심장이식환자의 암 발생 위험에 대해선 지금까지 구체적으로 알려진 게 없었다.

이번에 연구팀은 전 세계 심장이식환자의 임상 경과를 분석해 구체적인 암 발생 시기와 종류를 밝혔다. 연구 대상자들은 모두 심장이식수술을 받기 전까지 암을 한 번도 진단받은 적이 없는 환자들이었다.

▲ 심장이식 후 1~5년 사이 발생하는 악성종양의 발병률.출처=한림의대, 연세의대.

연구 결과, 전체 심장이식 환자 중 이식 후 5년 내에 10.7%에 해당하는 1877명에서 새롭게 암이 발생했다. 암종별로는 피부암이 7.0%(1238명)로 가장 많았고, 전립선암(224명), 폐암(171명) 등의 다른 종류의 고형암이 4.0%(702명)이 뒤를 이었다. 또 약 1%인 158명에서는 혈액암에 해당하는 림프증식성질환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목할 점은 일반인에게는 생존에 큰 위협이 되지 않는 암도 심장이식 환자에게는 치명적이었다는 것이다. 피부암은 생존율이 90% 이상으로 '양호한 암'으로 불린다. 그러나 심장이식환자에게 피부암이 발병하면 5년 생존율은 50% 이하로 낮았다.

연구팀은 장기간 면역억제제를 사용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합병증 때문에 피부암이 발생한 심장이식환자들의 예후가 좋지 않은 것으로 추정했다. 면역억제제 사용과 관련된 여러 가지 위험인자가 동반돼 있는 상황에서 감염, 신장 기능장애, 이식혈관병증과 같은 요인들이 피부암이 발생한 심장이식 환자의 전반적인 사망 위험을 증가시켰다는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심장이식환자에서 암 발생이 늘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띄는 결과다. 데이터 분석 시기를 2000~2005년과 2006~2011년 두 가지로 구분했을 때 특히 최근 들어 각종 암 발생비율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 2000~2005년 데이터에서 피부암과 기타 고형암의 비율은 각각 6.4%, 4.0%인 반면에 2006~2011년 데이터에서는 피부암과 기타 고형암의 비율이 각각 8.4%, 4.5%로 통계적으로 의미 있게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 <심장이식환자의 피부암 진단 이후 생존율 비교> 피부암은 일반적으로 환자의 생존율에 영향을 미치는 암이 아니다. 그러나 심장이식환자의 경우 암이 발생한 환자(파란색 점선)의 생존 곡선이 암이 발생하지 않은 심장이식 환자의 생존율(빨간색 실선)에 비해 현저하게 낮고 시간이 지날수록 이 간격이 더 벌어졌다.출처=한림의대, 연세의대

윤종찬 교수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 교수는 "최근에 심장이식 수술을 받은 환자일수록 좀 더 강력한 면역억제제를 오랜 기간 사용했을 개연성은 있다"면서 "그러나 세계심폐이식학회 데이터의 한계 때문에 이번 연구에서 구체적인 인과 관계를 밝히는 것은 어려웠고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신진 연구자 지원 사업을 통해 수행됐으며 순환기 분야 최고 권위지인 '미국심장학회지(Journal of the American College of Cardiology, Impact Factor: 19.896)' 1월호에 게재됐다. 또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의 ‘한국을 빛내는 사람들(한빛사)’ 논문(Original Article)으로도 선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