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도권 신도시 택지 공사 현장 모습(사진 = 이코노믹 리뷰 노연주 기자)

[이코노믹리뷰=정경진 기자]  “경쟁입찰 방식으로 할 경우 낙찰가가 높아질 테니깐 돈 없는 개인 투자자는 추첨방식과는 다르게 경쟁에서 아예 제외되는 경우가 생기게 되죠.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기세력 때문에 경쟁입찰 방식으로 바꾼다고 하지만 결국엔 그 시세차익을 땅을 공급하는 LH가 먹는 꼴이 아닌지 싶어요” 김지혜(36세, 00시행사 과장)

부동산시장의 ‘로또’로 불린 점포겸용 단독주택용지가 경쟁입찰 방식으로 공급방식이 변경되면서 개인투자자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19일 국토교통부는 공공주택지구 내 점포겸용 단독주택용지 공급방식을 기존 추첨방식에서 경쟁입찰 방식으로 변경하는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지난해 9월에는 택지개발지구 점포겸용 단독주택용지를 추첨식에서 경쟁입찰 방식으로 바꾸는 개정안을 마련해 입법예고했다. 즉 민간이 아닌 공공에서 공급하는 택지에서 점포겸용 단독주택용지는 더 이상 추첨방식으로 공급받을 수 없게 된 셈이다.

그동안 점포겸용 단독주택용지는 1층에는 상가 등 점포의 설치 및 운영이 가능하고 나머지 층은 임대 주택으로 사용할 수 있어 수요자들의 선호도가 높았다. 필지 수가 제한적이고 주거와 임대수익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만 19세 이상의 청약신청금 500만원만 있으면 누구나 분양신청을 할 수 있는 등 진입장벽이 낮아 개인투자자들의 쏠림현상이 컸다. 무엇보다도 추첨방식으로 공급되다보니 공급가액이 시세보다 낮아 당첨이 될 경우 시세차익을 볼 수 있어 ‘당첨되면 로또’ 라는 말을 낳았다.

지난해 9월 원주기업도시 점포겸용 단독주택용지 청약 경쟁률은 1만9341대 1을 기록하기도 했다. 같은 해 원주기업도시가 공급한 주거 전용 단독주택용지는 185개 필지로 4만여며이 넘는 청약자가 몰리며 평균 경쟁률 3000대 1을 넘어섰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정부에서는 과열된 청약열기를 식히고 투기세력을 없애기 위해 기존 추첨방식을 경쟁입찰 방식으로 바꾸는 안을 내놨다. 경쟁입찰 방식이란 보다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한 사람에게 입찰되는 방식이다. 가격 진입장벽을 높여서 시장 열기를 잡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추첨방식은 공급가격이 정해져있는 상태에서 입찰한 사람들 중 추첨을 통해 당첨이 됐지만 앞으로는 높은 값을 제시한 사람에게 판매가 된다.

국토교통부 부동산개발정책과 박형근 사무관은 “시세차익을 노리고 입찰에 참가하는 투기세력이 많아 이에 대한 제도개선 요구가 많았다”며 “투기세력을 방지하고 실소유자가 입찰에 참여하게 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경쟁입찰 방식이 오히려 토지가격을 높이고 서민들의 진입을 막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됐다.

세종시 S공인중개사 정모 대표는 “과거 김천이나 나주, 전북 지역 신도시에서 토지가 경쟁입찰 방식으로 공급이 됐을 때 시세보다 더 비싸졌을 뿐만 아니라 가격이 높아지자 정작 서민들은 입찰에 참여를 못하는 경우도 태반이었다”며 “수요자 입장에서 경쟁입찰은 좋은 방식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실제 지난 2014년 배곧신도시에서 점포겸용 토지를 경쟁입찰로 진행했을 때 면적 240㎡토지 낙찰가격은 4억40만 원으로 공급가액(3억1920만 원)보다 8120만 원이 더 높았다. 같은 지역 일반단독주택 용지 역시 면적 269㎡의 낙찰가격은 3억5130만 원으로 공급가격보다 7154만 원 비쌌다. 1억여원 가까이 가격이 높아진 셈이다.

권대중 대한부동산학회장은 “공개경쟁입찰 방식은 지가를 상승시킬 수 있어 인근지역 집값을 끌어올릴 수 있다”며 “단독주택을 구입하고자 하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땅값이 비싸졌기 때문에 더 높은 가격으로 사게 되고 인기지역의 경우 추첨방식보다 경쟁이 돼 더 가격이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그동안 공급가액과 시세의 차이로 발생한 시세차익을 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하면서 토지 공급자인 LH에게 돌아가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도 이어졌다.

추첨방식의 경우 인근토지의 감정평가액대로 공급가격이 산정된다. 즉 신도시가 조성되기 이전의 감정평가가격이기 때문에 향후 도시가 완성된 뒤 시세가격과는 상당한 차이가 발생한다. 이 부분에서 발생하는 시세차익은 그동안 거래를 통해 개인투자자에게 돌아갔다. 경쟁입찰로 할 경우 시세차익이 선 반영돼 낙찰가격 즉 공급가격을 높이는 데 작용해 공급자인 LH(한국토지주택공사)에게 돌아가는 것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공공택지에서 발생한 이익이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시세차익 즉 이익을 민간이 가져가는지 아니면 공공에서 가져가는지의 문제이기도 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