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견다희 기자] 최근 편의점 업계에서 비식품류인 화장품 매출이 껑충 뛰었다. 통상 편의점 매출에서 식품 비중은 80%고, 나머지 20%는 비식품군이 차지하지만, 최근 화장품 매출은 꾸준히 두 자릿수 성장을 보이고 있다. 편의점 업계는 H&B스토어와 로드숍보다 뛰어난 접근성을 앞세워 화장품 업체들과 손잡고 전용 화장품 제품을 선보이며 화장품 상품군을 강화하고 있다.

화장품 매출 고공행진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CU는 최근 몇 년간 담배를 제외한 비식품류 매출을 분석했다. 화장품 매출은 2014년 6.6%, 2015년 10.8%, 2016년 13.3%에 이어 지난해 18.5%로 성장했다.

▲ 편의점 주요 3사의 화장품 매출 추이. 출처= 각 사

CU 관계자는 “신속성과 편의성을 중시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365일 24시간 언제든 필요한 상품을 살 수 있는 편의점에서 비식품류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면서 “다양한 브랜드와 제휴로 시장 규모가 더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GS리테일의 편의점 GS25의 연도별 화장품 매출 분석에 따르면, 2015년 16.9%, 2016년 19.7%, 지난해 24.8% 성장했다. 세븐일레븐도 2016년과 비교해 2017년 화장품 매출이 18.6% 증가했다.

1020세대 겨냥 PB브랜드 출시

주요 편의점들의 화장품 매출이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며 매출 효자 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 편의점 업계는 화장을 시작하는 연령이 점점 낮아지는 추세를 반영해 10~20대를 적극 공략하고 있다.

▲ GS25와 토니모리가 협업한 GS25전용 브랜드 '러비버디'. 출처= GS25

GS25는 화장품 로드샵 브랜드 토니모리와 손잡고 전용 색조 화장품 ‘러비버디’를 출시했다. 러비버디는 러블리 버디(lovely buddy)의 줄임말이다. GS25와 토니모리는 개성을 중시하는 10~20대 여성 고객들이 주요 구매층으로 떠오르면서 안전한 성분으로 믿을 수 있는 화장품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한다는 전략이다. 가격도 3900원부터 5500원으로 청소년과 20대 초반 소비자가 구입하기에 부담 없는 수준이다.

GS25 관계자는 “우선 10대와 20대 고객들이 많은 대학가 등 주변 점포 500곳에 해당 브랜드를 배치한 뒤 올해 안에 1000곳까지 전용 매대를 늘릴 계획”이라면서 “낮은 가격과 접근성으로 앞으로 연령층도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CU에서 판매하고 있는 에뛰드 홀리카홀리카 화장품. 출처= BGF리테일

CU는 지난해 5월 뷰티 전문 플랫폼 미미박스와 손잡고 색조 화장품과 기초 화장품으로 구성한 ‘CU미미박스’ 한정수량으로 선보였다. 7월에는 더마코스메틱 대표 브랜드인 세타필을 편의점 업계 단독으로 판매하고 있다. 이어 9월 화장품 브랜드 엔프라니의 ‘홀리카홀리카’ 일부 상품을 입점시켰다. 두 달 뒤인 11월에도 아모레퍼시픽의 에뛰드하우스 베스트셀러 상품만을 구성해 ‘에뛰드 미니 케어 시리즈’를 업계 단독으로 선보였다. CU는 두 달 간격으로 신제품을 출시하며 화장품 상품군을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편의점에서 화장품을 구매하는 트렌드가 생기면서 브랜드 입점을 결정했다"면서 "편의점을 이용하는 주 고객층을 고려해 1020에게 인기가 많은 에뛰드하우스가 들어가게됐다"고 말했다.

CU관계자는 “소비자들이 편의점에서 전문 브랜드의 화장품을 만날 수 있게 되면서 실제 화장품 매출 신장률이 훌쩍 뛰었다”면서 “앞으로도 다양한 전문 업체와 협업을 늘려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 세븐일레븐에서 판매하고 있는 '2070'과 '로레알 파리 맨'시리즈. 출처= 세븐일레븐

세븐일레븐은 지난해 3월에는 화장품 제조사 비씨엘과 함께 여성 고객을 위한 색조 화장품 브랜드 ‘0720’을 업계 최초로 선보였다. 여학생들이 일어나서 화장하는 시간을 뜻하는 0720은 1020세대를 대상으로 콘셉트를 잡았다.

여성 화장품만이 아니다. 세븐일레븐은 패션과 미용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남성을 지칭하는 ‘그루밍족’을 겨낭한 제품도 출시했다. 그루밍족 증가와 국내 남성 화장품 시장의 높은 성장에 따라 매출이 꾸준히 늘면서 남성 전용 화장품 제품군을 확대했다. 지난해 11월 해외 뷰티 브랜드 ‘로레알’과 손잡고 남성 기초 화장품 ‘로레알 파리 맨’ 시리즈를 단독 판매하고 있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최근 화장품 매출이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면서 “H&B(헬스앤뷰티) 스토어까지는 아니지만 색조부터 남성 화장품까지 상품군을 넓히며 젊은 고객 유치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화장품 스타트업 육성

편의점 업계는 판매에만 그치지 않고 화장품 스타트업 육성에도 나서며 화장품 시장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BGF리테일은 화장품 스타트업 육성에도 발 벗고 나섰다.

BGF리테일은 지난 8일부터 한 달 간 협약사와 함께 ‘4차 산업 기반 화장품 스타트업 공모전’을 열어 협업할 수 있는 스타트업을 발굴·육성한다. 이를 위해 BGF리테일은 지난해 11월 킹슬리벤처스·한국콜마·오스트인베스트먼트와 ‘4차산업 기반 화장품 스타트업 발굴 과 투자를 위한 상호 협력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선정된 업체는 BGF리테일로부터 상품화 단계에서 컨설팅을 지원받고 CU의 전국 유통망을 활용할 수 있다.

편의점 업계의 러브콜을 화장품 업계도 반기고 있다. 과거 주요 화장품 유통채널이자 성장 동력이었던 로드숍이 침체하면서 업계에서는 신규 채널 확대에 대한 고민이 깊었다.

화장품 유통 채널은 단독 브랜드숍에서 브랜드를 모아 판매하는 편집숍 중심으로 움직임에 따라 화장품업계는 편의점, H&B스토어, 플래그십 스토어 등 신규채널 입점을 늘리고 있다. 편의점은 지난해 기준 4만개에 육박해 접근성 면에서 1000개 안팎인 H&B 스토어와 로드숍을 압도한다는 분석이다.

토니모리 관계자는 “올해 신규채널 확대 계획의 일환으로 전략적인 차원에서 GS25와 협업하게 됐다”면서 “주 타깃이 10~20대로 일치하는데다가 높은 접근성, 365일 시간적 구애 없이 구매 가능한 장점이 있어 편의점 입점이 토니모리에도 강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