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립스 경매에 출품된 엘비스 프레슬리의 오메가 시계. 출처=필립스

[이코노믹리뷰=김수진 기자] ‘왕(The King)’이라 불린 남자가 있다. 10억 장 이상의 음반판매고를 기록하고, 17번이나 빌보드 차트 정상에 오른 남자. 로큰롤 황제, 엘비스 프레슬리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영원한 슈퍼스타이자 전설의 뮤지션인 그는 시계를 사랑하는 애호가이기도 했다. 엘비스 프레슬리와 해밀턴 벤츄라의 러브스토리는 이미 유명하고, 2014년엔 그가 생전에 착용하던 오메가 컨스텔레이션이 5만 달러가 넘는 금액에 낙찰된 일화도 있다. 그리고 올해 엘비스 프레슬리의 오메가 시계가 다시 한 번 경매에 등장했다. 오는 5월 12일에서 13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필립스 경매에 엘비스 프레슬리의 오메가 시계가 출품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시계 애호가들과 수집가, 엘비스 프레슬리의 팬들과 재테크를 노린 자산가들이 경매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 베젤 위 다이아몬드와 티파니 로고가 눈에 띄는 엘비스 프레슬리의 오메가. 출처=필립스

필립스 경매에 출품된 엘비스 프레슬리의 시계는 18K 화이트 골드 케이스와 다이아몬드 베젤을 장착한 오메가 시계다. 실버 다이얼 위에 곧게 뻗은 핸즈와 바 인덱스가 올려져 있고 6시 방향엔 스몰 세컨즈가 자리하고 있다. 눈에 띄는 건 오메가 로고 아래 새겨진 티파니 로고. 티파니 부티크에서 시계를 구매했다는 걸 알 수 있다. (실제로 20세기 중반엔 시계 브랜드와 판매 상점의 로고를 다이얼 위에 함께 새기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 백 케이스에 엘비스 프레슬리의 음반 판매 7500만장 돌파 기념 문구가 새겨져 있다. 출처=필립스

시계에 얽힌 이야기는 이렇다. 1961년 2월 RCA 레코드가 엘비스 프레슬리 음반 판매 7500만 장 돌파 기념 자선 행사를 열었다. 행사에 참석한 엘비스 프레슬리는 현재 그레이스랜드에 전시되어 있는 상패와 함께 부상으로 오메가 시계를 선물 받았다. 시계 뒷면에는 이를 기념하는 문구 ‘TO ELVIS 75 MILLION RECORDS RCA VICTOR 12-25-60’가 새겨져 있다. 1960년 12월 25일은 RCA 레코드가 시계를 구매한 시기로 보인다. 데이브 마쉬가 쓴 책 <Elvis>에선 엘비스 프레슬리가 이 시계를 차고 콘서트에 오른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엘비스 프레슬리의 오메가를 필립스 경매에 내놓은 사람은 엘비스 프레슬리에게 오메가 시계를 선물 받은 사람의 조카다. 현 소유자의 삼촌이 엘비스 프레슬리의 오메가를 보고 감탄을 표하자 엘비스 프레슬리가 그 자리에서 자신의 시계와 상대의 시계를 맞바꿨다는 것이다. 당시 상대가 차고 있던 시계는 다이아몬드가 세팅된 해밀턴 시계로 알려져 있다. 엘비스 프레슬리는 평소 자신의 시계를 보고 감탄하거나 흥미를 보이는 사람들에게 선뜻 시계를 풀어 주는 일이 잦았다고 전해진다.

 

▲ 오메가 시계를 착용하고 콘서트 무대에 오른 엘비스 프레슬리. 출처=필립스

세월이 흐르고 주인도 바뀌면서 시곗줄은 교체되었지만, 시계엔 엘비스 프레슬리의 기쁨이 녹아있다. 로큰롤 황제의 손목을 떠나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는 시계의 예상 경매가는 5만~10만 스위스프랑. 원화로 환산하면 약 5700만원에서 1억1500만원에 해당하는 금액이지만, 전설의 시계가 늘 그래왔듯이 엘비스 프레슬리의 오메가도 예상 경매가를 가뿐히 뛰어넘을 듯하다. 꽃 피는 5월을 손꼽아 기다릴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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