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허지은 기자] 세계적인 경제학자인 그레고리 맨큐 하버드대 교수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저서인 ‘맨큐의 경제학’으로도 유명한 그는 1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즈(NYT)에 기고한 칼럼에서 국제 무역의 이론과 증거를 들어 트럼프 정부의 폐쇄적인 무역 정책이 결국 국가 성장 전체를 훼손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근 트럼프 정부는 자유 무역에 대한 경멸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지난달 수입산 태양광패널과 세탁기에 관세를 부과하는 데 이어 지난 16일에는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새로운 쿼터와 관세 부과를 검토하겠다고 나섰다. 여기에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에 보호무역주의를 향한 발걸음은 속도를 내는 중이다. 맨큐는 경제학자들의 이론을 들어 트럼프 정부의 현 정책이 경제학적으로 과연 효율적인지 여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경제학자 그레고리 맨큐가 16일 기고문을 통해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주의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사진은 미국 CNBC방송 스쿼크박스에 출연한 그레고리 맨큐. 출처=CNBC

먼저 맨큐는 ‘경제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애덤 스미스의 이론을 들었다. 스미스는 국가 간 교역은 사람들 간의 교역과 같다고 주장했다. 등가 교환의 법칙을 깨달은 사람들은 자신이 먹을 음식은 직접 조달해야 한다거나 스스로 옷을 꿰매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았다. 대신 그들은 가장 잘하는 일을 하는 직업을 찾고, 대부분의 재화와 서비스는 그것을 잘 하는 이들에게 의존하는 교역을 택했다. 스미스는 국가도 이와 마찬가지로 가장 잘 하는 것을 생산하고 다른 국가와 자유롭게 교역하며 소비 수요를 충족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스미스의 주장은 19세기 데이비드 리카도의 손에서 한 걸음 발전했다. 리카도는 한 국가가 모든 것을 다른 것보다 잘 하는 경우를 가정해 비교 우위 이론을 고안했다. 국가가 다른 나라보다 모든 것을 잘 한다고 하더라도 가장 잘 하는 한 가지만 생산하고 나머지는 다른 국가에 맡기는 것이 보다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리카도는 영국과 포르투갈을 예로 들었다. 포르투갈이 와인과 천을 생산하는 데 있어 영국에 모두 우위를 갖고 있다고 해도 만약 포르투갈이 천 생산보다 와인 생산에 있어 더 큰 이점을 가진다면 포르투갈은 와인을 수출하고 천을 영국으로부터 수입하는 것이 낫다고 주장했다. 그렇게 해야 양국은 더 나은 결과를 낳게 된다는 것이다.

이 원리는 사람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테니스 선수 로저 페더러가 만약 잔디 깎기를 누구보다 잘 한다고 해도 그가 자신의 잔디를 깎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페더러의 운동 능력을 감안할 때 잔디 깎기보다는 테니스 연습에 매진할 때의 장점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리카도의 이론에 따르면 페더러는 잔디밭 관리 서비스를 이용하는 대신 테니스 코트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한다.

보다 최근에 경제학자들은 무역이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했다. 마크 멜리츠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가 고안한 모델에 따르면 한 국가가 국제 무역을 채택할 경우, 가장 강한 기업은 시장을 넓히고 반대로 가장 약한 기업은 경쟁에 의해 자연스럽게 밀려난다. 자원은 약한 기업에게서 강한 기업으로 흐르며 결국 전체적인 생산성은 개선된다는 것이다.

물론 이 모든 것은 단지 이론에 불과하다는 반박도 있을 수 있다. 이에 대해 맨큐는 무역을 개방한 국가들이 실제로 더 큰 번영을 누렸는지 여부를 확인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경제학자 제프리 삭스 콜럼비아대 교수 등은 1995년 논문에서 국가 표본을 연구해 개방 경제가 폐쇄 경제보다 훨씬 빠르게 성장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역사적으로 개방 경제로 돌아선 폐쇄 경제 국가들이 더 크게 성장했다는 증거도 있다. 1850년대 일본, 1960년대 한국, 1990년대 베트남 등 무역 개방을 선언한 국가들은 이후 가파른 성장률 증가세를 보였다. 역사를 통틀어 국가들이 세계 경제에 개방될 때 수반되는 결과는 결국 경제 성장이었다고 맨큐는 설명했다.

▲ 리카도의 이론에 따르면 국가와 사람은 모두 비교 우위를 가진 것을 택하고 나머지는 교역에 맡기는 것이 보다 효율적인 결정이다. 출처=픽사베이

다만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폐쇄 경제 하에선 무역 제한 뿐만 아니라 다른 정부 규제도 많다는 점이다. 무역 제한 그 자체가 아닌 다른 정책과 규제들이 성장을 가로막는 장애 요인이 됐을 수도 있다. 반드시 무역 제한이 성장을 저해했다고 보는 것은 일종의 착시 현상일 수 있다는 것.

이 문제를 풀기 위한 해법은 다른 요소를 제거한 채 순수한 무역 제한의 영향을 파악하는 것이다. 1999년 제프리 프랑켈 하버드대 교수와 데이비드 로머 UC버클리 교수는 지리학에 중점을 둔 연구를 진행했다. 일부 국가는 지리적인 불이익으로 인해 무역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뉴질랜드와 벨기에를 예로 들면, 뉴질랜드는 벨기에에 비해 인구가 많은 국가와 지리적으로 거리가 멀기 때문에 교역에 불리하다. 마찬가지로 육지로 둘러싸인 국가는 자체 항구가 있는 국가에 비해 불리하다. 이러한 지리적 차이는 무역과 관련이 있기는 하지만 다른 소득 결정 요인과는 관련이 없다. 즉 지리적 특성은 무역이 소득에 미치는 영향을 다른 요인과 분리해서 분석할 수 있도록 한다. 프랑켈과 로머는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무역과 GDP(국내총생산)의 비율이 1%포인트 증가할 때마다 1인당 소득이 적어도 0.5%씩 상승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맨큐는 “트럼프 정부는 스미스, 리카도와 멜리츠의 연구를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무역 확대는 단기적으로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 특히 수입 경쟁 부문의 노동자와 기업에게 피해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들은 피해 최소화를 위해 사회적 안전망과 효과적인 재교육을 요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맨큐는 “이러한 피해를 감안하더라도 자유 무역이 모두의 평균 생활 수준을 높인다는 결론을 훼손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 학문적 연구가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것이라고 기대하지는 않는다”면서도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이름이 담긴 칼럼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