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희준 기자]국제유가 재균형 기치를 내건 석유수출국기구(OPEC)과 러시아 주도의 감산합의가 효과를 내고 있다. 유가는 배럴당 60달러 이상 수준까지 올랐다. 하루 180만배럴의 감산을 주도하고 있는 OPEC과 OPEC을 이끌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유가의 지속 상승에 동력을 불어넣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글로멀 원유 매장량, 오른쪽이 석유수출국기구 회원국 매장량. 출처=OPEC

OPEC은 OPEC 회원국과 감산합의 참여 산유국 24개국으로 구성된 ‘수퍼그룹’을 조직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감산합의를 이끌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도 러시아와 협력을 지속하겠다는 의사는 물론 생산량을 더 줄여 시장을 더 죄겠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 수퍼그룹 탄생은 확실해 보인다. 이는 공급량 감축과 글로벌 경제성장에 따른 원유수요 증대와 맞물려 유가를 더 끌어올리는 요인이 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올해 말 국제유가가 배럴당 80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일각의 관측이 현실화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미국산 원유의 기준인 서부텍사스산원유(WTI) 3월 인도분은 16일 전날에 비해 0.55%(34센트) 오른 배럴당 61.68달러로 장을 마쳤다. WTI는 3일 연속 상승했고 주간으로 4.2% 올랐다. WTI는 그러나 이달 들어 이날까지 4.7% 내렸다.

북해산브렌트유 4월 인도분은 전날보다 0.8%(51센트) 오른 배럴당 64.84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브렌트유는 주간으로 3.3% 상승했다. 브렌트유 역시 이달 들어 6.1% 내렸다.

OPEC 의장국  UAE "24개 산유국 수퍼그룹 만들겠다"

아랍에미리트의 신문 더내셔널은 지난 15일 OPEC이 수퍼그룹을 조직할 것이라고 단독 보도했다. 이는 OPEC과 러시아가 현재의 양측 협력관계를 항구화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됐다. 다시 말해 새롭게 만들어질 ‘수퍼그룹’은 올해 말까지만 지속하기로 한 감산합의 종료 이후에도 존속하면서 양측 협력관계의 틀로 작동할 것으로 전망된다.

▲ 올해 OPEC  의장국인 UAE의 수하일 알 마즈로우에이 석유장관이 24개국 산유국이 참여하는 수퍼그룹 결성 방침을 밝히고 있다. 출처=더내셔널 캡쳐

올해 석유수출국기구(OPEC) 의장국인 아랍에이미리트연합(UAE)의 수하일 알 마즈로우에이  에너지 산업 장관은 아부다비에서 더내셔널과 가진 인터뷰에서 “24개 산유국의 장기 동맹을 위한 프레임워크 초안 작성이 연내 완료될 것”이라면서 “24개국이 연내 서명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UAE는 올해 OPEC 의장국이어서 UAE 에너지 장관의 발언은 곧 OPEC의 정책방향을 반영한 것으로 상당한 무게를 갖는다.

더욱이 OPEC 내부에서는 비 OPEC 회원국과의 협력을 에너지 시장의 좀더 영속하는 조직으로 만들자는 강한 분위기도 조성돼 있다. 일례로 OPEC을 이끌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칼리드 알리 팔리 석유장관은 14일 사우디와 러시아간 에너지 동맹은 앞으로 수십년과 수세대간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OPEC의 모하메드 바킨도 사무총장도 이번주에 24개국간 협력관계를 제도화하기 위한 블록들이 제자리에 들어가기 시작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수퍼그룹이 탄생한다면 국제유가는 상승 탄력을 더 많이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수퍼그룹에는 세계 최대 산유국인 러시아와 2위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세계 대표 산유국들이 다 들어가는 탓이다. 이들은 유가 재균형 기치를 내걸고 감산합의에 들어가 2016년 배럴당 30달러대까지 추락한 유가를 배럴당 60달러대로 올려놓았다. 사우디와 러시아가 선도해 하루 전세계 생산량의 2%에 해당하는 180만배럴의 생산을 줄이는 감산합의가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 덕분이다.

사우디는 시장의 고삐를 더 죌 태세다.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칼리드 알 팔리 사우디 석유장관은 14일 알렉산더 노박 러시아 석유장관과 면담 후 감산합의를 조기 종료하는 것보다 공급이 약간 부족하도록 내버려두는 게 더 좋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경로를 유지하고 재고량이 산업계가 필요한 수준인지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퍼그룹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 세 가지

산유국들이 새로운 카르텔을 만들고 원유시장 수급 불균형을 더욱 심하게 할 이유는 여러 가지다. 우선 애써 유가를 올려놓았지만 미국 달러 약세에다 미국의 산유량 증가로 국제유가는 지난 3주 사이에 약 15% 하락했다. 24개 산유국들이 감산합의를 종료하고 증산에 나선다면 유가 하락은 불을 보듯 훤하다. 원유수급을 조절해 시장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OPEC은 물론 다른 산유국들이 똘똘 뭉칠 필요성은 매우 크다.

특히 사우디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상장을 앞두고 있어 유가 하락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상장을 위해선 고유가는 필수다.

셋째 러시아의  감산합의 이행 행렬 이탈 방지다. 경제와 군사력 재건을 위해 러시아는 원유판매 수입을 늘려야 할 형편이다. 그래서 감산합의의 점진적인 퇴출을 내심 바라고 있다. 사우디를 비롯한 중동 산유국들은 러시아의 이런 속셈에 쐐기를 박기를 원한다.

걸림돌은 미국의 증산

24개 산유국들이 연내 수퍼그룹을 결성한다면 유가 상승은 두말이 필요없는 결과가 될 것 같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지난 1일 내놓은 보고서에서 6개월 뒤 브렌트유 가격 전망을 82.50달러로 예상했다.

▲ 미국의 월간 산유량. 출처=EIA

산유국들의 수퍼그룹 출범의 걸림돌은 미국의 증산이다. 미국 셰일업체들은 OPEC 등이 유가를 올려놓자 이 때다 싶어 증산에 나섰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미국 산유량은 지난해 11월 이미 하루 1000만배럴을 넘었고, 지난주 1027만배럴을 기록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산유량은 계속 늘고 있다. 유전 정보 서비스 업체인 베이커휴즈는 미국의 가동 중인 원유채굴기 수는 이번주 7개 늘어난 798개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4주 연속 상승이다. 4주간 가동중인 채굴기는 모두 51개 늘어났다. 원유채굴기가 증가했다는 것은 앞으로 원유생산량이 늘 것임을 의미한다. 유가가 더 오른다면 미국의 산유량이 더 늘어날 것임도 분명해 보인다.

그럼에도 미국이 무한대로 산유량을 늘릴 수는 없다. 미국의 증산으로 유가가 하락하고 이것은 다시 셰일업계의 목을 죄는 자충수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사우디 팔리 장관이 “시장 균형을 지나치게 잃게 해야 한다면 해야지”라고 말한 배포가가 연내 24개 산유국 모임인 수퍼그룹으로 결실을 맺을지에 이목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