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품의 주인공 조혁(故김주혁)과 연흥부(정우). 출처= 네이버 영화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영화의 모티브가 된 고전 <흥부전>의 내용과  ‘정우’라는 주연 배우의 캐릭터를 감안하면 코믹으로 시작해 감동으로 끝나는 스토리 라인을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작품이 담고자 한 메시지는 가볍지 않고 진중하다. 급작스러운 사고로 운명을 달리한 배우 고(故)김주혁의 유작이기에 그 무거움은 슬픔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영화에서는 <흥부전>의 작은 요소들을 빌려 현실을 풍자하고자 한 장면들이 여기저기서 눈에 띈다. 어떤 면으로 해석하면 상당히 정치적으로 보일 수도 있는 내용들이 담겨있다.

작품의 큰 줄거리는 조선 최고의 음란소설 작가 주인공 연흥부(정우)가 15년 전 역모 사건에 휘말린 집안이 풍비박산 나면서 헤어진 형 ‘놀부’를 찾기 위한 여정이다. 흥부는 자기가 글로 유명해지면 언젠가는 형이 자기를 찾아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그러던 중 흥부는 우연한 계기로 형이 어디 있는지 알고 있다는 인물 조혁(김주혁)을 만난다. 흥부는 그를 알면서 이전까지 알지 못한 세상의 ‘다른 모습’에 눈을 뜬다.

▲ 흥부(정우)는 조혁(김주혁)을 만나 조선 백성들의 피폐한 현실에 눈을 뜬다. 출처= 네이버 영화

예고편으로 알려진 작품의 배경은 조선 제 24대 왕 헌종(1827~1849)때다. 당시 조선은 풍양 조씨와 안동 김씨의 대립으로 세도정치(왕의 위임을 받아 정권을 잡은 특정 세력에 의해 이뤄지는 정치)가 절정에 이른 때였다. 세도정치 탓에 백성들의 삶은 점점 피폐해졌고, 여러 차례의 모반 사건과 민란이 일어나는 등 나라가 어수선했다.

영화 <흥부>는 극중에서 이 나라의 진짜 주인은 누구인지를 계속해서 되묻는다. 작품의 주제는 <흥부>라는 제목보다는 ‘글로 세상을 바꾼 자’라는 부제에 더 잘 녹아들어 있다. 주연 배우들의 열연은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주제 의식을 잘 전달한다. 몇몇 장면은 지난해 우리나라에 있었던 ‘많은 일’들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 영화 <흥부> 속 광대 놀이패의 <흥부전> 공연. 출처= 네이버 영화

영화 <흥부> 속 광대 놀이패들은 조연 엑스트라들이 아닌 모두 실제 전통 공연 전문가들이다. 그들이 선보이는 우리 전통 가락의 흥겨움, 풍자와 해학을 담은 이야기와 몸짓은 영화의 내용을 떠나 예술의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비록 설 명절을 앞두고 동시(14일)에 개봉한 <블랙팬서>나 <골든슬럼버> 등 경쟁 작품들처럼 ‘큰’ 작품은 아니지만 영화 <흥부>가 전하는 메시지는 결코 작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