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희준 기자]국제유가가 달러 약세와 감산합의를 고수할 것이라는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장관의 발언의 영향으로 이틀째 상승했다. 경제불황 속에 불가상승이 동시에 발생하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유가상승은 글로벌 경제에 새로운 부담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15일(현지시각) 선물시장인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미국산 원유의 기준인 서부텍사스산원유(WTI) 3월 인도분은 전날에 비해 1.2%(74센트) 오른 배럴당 61.3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13일 59.19달러로 올 들어 최저점을 찍은 뒤 14일 2.4% 반등해 이틀 연속 상승했다.

글로벌 기준유인 북해산 브렌트유는 3센트 하락한 배럴당 64.33달러를 기록했다.

유가는 달러 약세화의 영향을 받았다. 주요 6개국 통화에 견준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ICE 달러 인덱스는 이날 0.5% 하락한 82.71로 4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달러 가치가 하락하면 달러로 표시되는 금과 원유 등 상품가격은 반대로 올라간다.

국제유가는 또 사우디와 OPEC 회원국들이 시장의 균형을 약간 잃게 했지만 감산합의를 고수할 것이라고 밝힌 칼리드 알 팔리 사우디 석유장관의 발언이 전해지면서 상승세를 탔다.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산유국은 올해 말까지 하루 총 180만배럴의 감산합의를 이행하기로 하고 감산하면서 유가를 지지해왔다.

14일 미국에너지정보청(EIA)가 미국 원유재고가 지난주 180만배럴 증가해 월스트리트저널(WSJ) 예상치 260만배럴을 밑도는 것으로 나옴에 따라 국제유가는 강한 상승 탄력을 받았다.

유가 상승은 금리 인상 가능성을 감안하면 대단히 이례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같은 날 발표된 1월 소비자물가가 전달에 비해 예상(0.4%)보다 높은 0.5%, 1년 전에 비해 2.1% 상승하면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이전보다 더 공격적으로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기대를 높였다. 미국의 금리가 오르면 달러 가치가 오르고 달러 가치가 오르면 달러로 표시하는 원유 가격은 내려가는 게 상식인데 이런 상식이 깨진 것이다.

부진한 소매 판매 데이터와 금리인상 전망은 '스태크플레이션 망령'을 불러 일으킨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 최근 4년간 미국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추이.출처=미국 노동통계국

전문가들은 고유가로 미국의 셰일업체들이 생산을 늘리면서 셰일오일이 시장에 넘쳐날 것이라고 염려하고 있으며 세계에너지기구(IEA)는 미국을 비롯한 OPEC 이외 산유국들의 원유생산이 수요를 능가해 유가에 하락압력을 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