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양인정 기자] 회생절차중인 서울 창동역사의 분양피해자들이 본격적으로 회생절차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피해자들 사이 입장이 정리되지 않아 앞길이 순탄치만은 않아보인다.

18일 파산법조계에 따르면 창동역사의 분양피해자들(회생 채권자)이 회생법원에 자신들의 채권사실을 신고하기 시작, 오는 3월 12일까지 채권존재여부를 확인할 계획이다.

앞서 서울회생법원은 지난 1월 15일 창동역사의 회생신청에 대해 개시결정을 내리고 제3자 관리인을 선임해 회사에 파견한 상태다. 관리인은 채권자들이 제출한 채권신고서를 검토,  채권 금액을 인정할지, 부인할지 법원에 보고하게 된다. 

창동역사 분양피해자협회 한 관계자는 “일부 분양피해자들끼리 연합해 변호사를 선임했다”며 “향후 관리인 주도의 회생절차에 문제가 없는지 법적 의견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분양피해자는 “창동역사 분양피해자들의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피해자는 채권신고만을 마치고 향후 회생절차를 관망하고 있다.

현재 창동역사의 분양피해자(채권자)는 약 990명에 이르고 창동역사는 이들에 대해 약 900억원의 채무를 지고 있다. 채무 대부분은 분양 계약에 따른 계약금이나 중도금이다.

▲ 7년 동안 흉물로 방치된 창동역사. 사진=창동역사 분양피해자 협회 제공

창동역사의 회생절차는 새로운 시공사, 시행사가 나서서 역사의 나머지 공사를 완료하고 분양피해자들과 분양대금을 정산하면 끝이 난다. 

그러나 벌써부터 분양피해자들 사이에는 공사의 완성을 기다리지 않고 이미 일부 납부한 분양대금을 찾으려는 피해자들과 완공을 원하는 피해자들로 나눠지고 있다. 

공사의 완성을 원하는 피해자들 사이에서도 잔여 공사의 공사대금을 위해 분양대금을 지급할 것인지 공사의 완성을 지켜보고 그때 나머지 분양대금을 지급할 것인지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파산법조계는 공사 완성을 기다리지 않고 분양 계약금을 도로 되찾으려 하는 피해자들이 많을 경우 창동역사의 회생절차는 성공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건설 분야 회생절차를 자문하는 파산법조계의 K변호사는 “법원이 개시결정을 내린 뒤 생긴 채권은 이른바 공익채권”이라며 “공익채권은 감면 등 채무조정이 어렵고 공익채권자는 회사가 회생절차 중이라도 언제든지 채권 회수를 위한 법적 조치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창동역사 분양피해자들이 개시결정이 내려진 현시점에서 분양계약을 해제하고 이미 들어간 분양 계약금을 달라고 한다면 이 청구는 공익채권이 된다”면서 “이 경우 새로 참여할 의사가 있는 시공사나 인수의향 있는 기업은 채무조정이 안 되는 공익채권이 많아 절차 참여를 꺼리게 된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회생절차에서 많은 금액의 채무를 감면하고 이를 기준으로 인수대금을 정하려는 기업의 성격상 감면되지 않은 공익채무가 많다면 인수 의향 있는 기업이 회생기업의 매수를 꺼리게 된다는 설명이다.

재판부, 창동역사의 관리인, 분양피해자들이 이 문제를 회생법원 안에서 얼마나 잘 조율할 것인지가 회생의 승패를 좌우할 전망이다. 

창동역사의 회생절차가 이런 문제로 중도 폐지되면 남은 것은 파산절차다. 창동역사가 파산절차를 밟게 되면 분양계약자들의 피해는 더 커질 전망이다. 창동역사의 회생계획안은 오는 6월 11일까지 법원에 제출해야 한다.

지하철 1호선 창동역에 위치한 창동역사는 한국철도공사가 32%, 서초엔터프라이즈가 68%를 출자해 주주로 참여한 민자 역사다. 역사 건설 초기 경영진들이 분양계약금을 횡령하는 등 비리 문제로 구속되면서 7년 동안 공사가 중단돼 흉물로 방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