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장영성 기자] 한국GM이 군산공장을 폐쇄하면서 철수설 논란이 커지고 있다. 한국GM은 철수할 것인가.

철수를 막기 위한 방법은 크게 세가지로 ▲GM본사가 한국GM철수 방침을 철회하든가 ▲GM의 요청대로 한국 정부가 지원금을 쏟아붓던가 ▲국내외 기업이 한국GM을 인수하는 것이다. 

세가지 경우의 수를 놓고 관련 업계 전문가들이 내 놓은 결론부터 짚어보면 한국GM은 철수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한국GM은 매물로써 매력적이지 못하고 볼트EV 등 전기차와 전기차 부품 생산 가능성역시 낮기 때문이다. 이들은 정부의 금전적 지원역시 회의적이었다. 자칫 밑빠진 독에 물붓기일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한국GM은 자본금 지원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

전문가들이 정부나 산업은행의 한국지엠에 대한 지원에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있는 것은  회생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어서다. 

한국지엠은 2014년부터 2016년까지 3년간 약 2조원의 누적 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도 6000억원의 적자를 낸 것으로 추정됐다. 이 같은 적자는 상품성이 떨어지는 제품을 국내서 생산·판매한 탓이 크다.

박재용 자동차미래연소장은 “현재 한국GM 문제는 회계 비용을 충당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만약 정부가 한국GM에 자본을 투자한다 하더라도 내수 판매가 증가한다는 보장이 없다”고 단정적으로 말했다.

자동차 판매는 영업망 규모와 신차 투입의 시장 점유율이 등락을 결정하지만 현대·기아자동차라는 내수 시장 거물이 있기 때문에 점유율을 높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를 증명하는 예가 있다. 쌍용차의 지난해 내수 판매량은 10만3554대에서 10만6677대로 3.0% 성장했다. 이는 14년만에 최대 실적 수준이다. 반면 점유율은 6.8%로 전년과 비교해 0.4%포인트만 상승했다. 같은 기간 현대차는 지난해 3%포인트 오른 44.2%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현대차와 기아차가 합친 내수시장 점유율은 약 80%에 육박한다.

수출시장은 길이 막혀버린 상황이다. 한국GM의 판매량에서 수출은 85%로 절대적 비중을 차지한다. 한국GM이 이러한 판매구조로 되어 있는 가운데 GM은 대대적으로 글로벌 사업 재편을 진행했다. 수출 위주 사업을 진행해온 한국GM은 직격탄을 맞았다. GM은 2013년부터 유럽, 인도, 러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주요 시장에서 철수했다. 여기에 유럽 시장을 맡은 계열사 오펠을 푸조·시트로엥 그룹(PSA)에 매각했다. 완성차와 부품을 수출하던 한국GM은 졸지에 수출 활로를 잃게 됐다. 특히 2013년 말 단행된 쉐보레의 유럽 시장 철수는 한국GM에 치명적이었다.

박 소장은“한국GM을 살려도 자동차를 팔 곳이 마땅치 않다”면서 “차입금 이자와 통상 임금 등 회계비용 문제는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지 못한다”라고 지적했다.

한국GM은 이러한 상황에서도 생산 비용이 증가했다. 지난해 기준 임금 수준은 2002년의 2.5배까지 뛰었다. 총 인건비는 2010년과 비교해 2015년에는 50% 이상 늘었다. 2013년 이후 2016년까지 성과급은 해마다 1000만원 이상 지급했다. 기본급 인상률은 3.3~5% 범위에서 유지됐다. 해를 넘겨 타결된 2017년도 임금협상도 기본급 5만원 인상, 성과급 1050만원 수준에서 타결했다. 2009년 이후 작년까지 9년 동안 2009년, 2010년, 2014년, 2015년 4년을 제외하고 파업도 반복됐다.

한국GM은 내수 판매 돌파구가 없으니 차량 재고는 계속 쌓여왔다. 임금은 지속해서 오르고 늘어난 비용이 감당하기 어려워졌다. 결국 한국GM은 비용을 줄일 방법으로 공장 가동 시간 축소를 선택했다. 그리고 한국GM은 지난 13일 군산공장 폐쇄를 결정했다.

국내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이번 한국GM 철수 가능성에 대해 “한국GM의 재무제표만 보더라도 GM은 애초부터 철수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라면서 “한국GM이 군산공장을 폐쇄한 이유는 생산 물량이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그러나 부평공장과 창원공장 가동률은 100%에 가깝다. 그런데도 영업이익이 크게 발생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아무리 생산 물량이 줄어들었다 하더라도 영업이익이 발생해야 한다. 이런 문제가 생긴 이유는 GM 측이 생산 원가는 높게 잡고 판매가격은 낮춰 판매해왔기 때문이다”라면서 “이러한 상황에도 임금은 계속 상승했으니 GM 입장에선 한국GM이 골칫거리일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한국GM의 매출은 지난 2013년 18조3783억원에서 2016년에는 12조3116억원으로 급감했다. 지난해 한국GM의 자동차 판매량도 52만4547대로 전년과 비교해 12.2% 줄었다. 영업이익은 지난 2013년 9262억원을 기록했으나 2014년 1193억원 적자에 이어 2015년과 2016년 각각 7049억원과 5219억원 적자를 나타냈다.

# 만약에 1...'IT기업과 인수합병(M&A)한다면'

일각에서는 최근 글로벌 IT기업과 자동차업체 간 업무협력 개발이 가속하면서 삼성, LG 등이 이번 한국GM 인수를 통해 마무리할 수 있을 가능성도 제기한다. 삼성과 LG는 자동차가 더 이상 기계가 아닌 전자장비라는 이유로 스마트카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먼저 자리를 차지한 건 LG전자다. 삼성은 2015년 말에 차량 전장부품사업팀을 꾸린 데 반해, LG는 2013년 7월 VC사업부를 신설하고 스마트카 시장을 대비해왔다. 그 결과 GM, 메르세데스-벤츠 등 유수 업체들에 핵심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 메르세데스-벤츠 자율주행 콘셉트 카 ‘F015 럭셔리 인 모션’. 사진=패스트코디자인

삼성이 다시 완성차 시장에 진출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있다. 1990년대 중후반 완성차 사업에 도전했던 경력이 있는 데다, 공급사슬(SCM) 측면에서 아무래도 완성차업체가 시장을 주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삼성은 전장사업 진출을 선언했지만 하만 인수 이후에는 별다른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지 않다. SK나 포스코도 후보군이다. 이들 기업역시 미래 성장동력 기업에 목말라 있다. 

이에 대해 홍성수 서울대 공과대학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한국GM의 인건비는 업계에서도 높은 수준인데 생산성은 심각하게 낮다”면서 “게다가 자동차 산업은 규모가 중요한데 한국GM은 충분한 인프라를 보유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과거 현대전자가 하이닉스로 변모하면서 재탄생한 사례가 있으나 이는 혁신이 가능한 장치산업에 기반을 둔 특성 때문에 가능했다”라면서 “반면 자동차 산업은 노동집약적인 측면이 있어 이런 부분을 볼 때 한국GM은 매력적인 매물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특히 GM의 자율주행 기술력은 세계 최고 수준인데, 최근 GM은 이를 바탕으로 미래자동차 생산업체 변신을 꾀하고 있다”면서 “반면 한국GM은 생산 효율도 낮을뿐더러 GM 본사의 변화 위상과 걸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만약 국내 IT기업이 한국GM을 인수한다 하더라도 판로 개척의 문제가 걸림돌이다”라면서 “여기에 제품의 질이 얼마나 뛰어날지는 미지수다”라고 지적했다.

#만약 2...'한국GM 전기차 판매로 회생 가능성은'

임은영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GM이 신모델을 출시한다 하더라도 한국이 아닌 다른지역으로 이관될 가능성도 존재한다”면서 “후속 차종으로 볼트EV와 같은 전기차가 아니면 글로벌 판매가 어렵다”고 말했다.

세계 환경규제로 인해 전기차는 글로벌 시장에서 앞으로 생산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한국GM은 국내 시장에서 EV의 성장 가능성이 크고 중국 이외 지역에 공급하는 일도 고려할 수 있다. 오펠이 매각된 만큼 쉐보레가 유럽 시장에 다시 볼트EV를 주력 모델로 삼을 수도 있다. 이 모델의 공급자로 한국GM이 선정된다면 회생 방안이 마련될 수 있다는 게 임 애널리스트의 지적이다.

그러나 한국GM은 볼트EV 수출로 현 상황을 타개할 수 있을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 쉐보레 볼트 EV. 사진=한국GM

한국GM 관계자는 “한국GM이 볼트EV를 판매할 수 있는 신차를 배정받을 가능성은 아주 희박하다”라고 “볼트EV는 미국과 캐나다, 한국을 포함해 판매하는 국가가 3개밖에 안 된다. 추가 수요처가 급격히 늘어날 전망도 낮다”고 지적했다.

한국GM에서 근무했던 S씨는 “GM은 2013년부터 기나긴 구조조정을 해왔는데 이는 미래차로 변모하기 위한 과정의 일환이었다”라면서 “이 과정에서 한국GM이 포함된 셈이다. 만약 볼트EV를 생산해서 이 사태를 마무리할 수 있다는 의견은 이제 막 시작된 구조조정(인력감축)을 기다리라는 것인데 현실적이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특히 전기차는 제조업체에 큰 이익을 가져다주지 않는다. 상품 전략으로 1회 충전시 멀리가는 전기차를 만든다면 배터리 팩을 많이 붙인다면 얘긴데 마진율이 크게 떨어진다”면서 “배터리 비용은 굉장히 비싼데다 경제에 민감하다. 거기에 생산성이나 상품성도 다른 완성차 업체에 비해 낮은 편”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그동안 GM은 철수하면서 공장 부지를 그대로 남겨왔다”면서 “차후 미래자동차 전략이 구상된다면 이 부지로 다시 돌아와 전기차를 생산할 가능성은 있다”라고 첨언했다.

또 다른 대학의 한 교수는 “이번 GM 문제를 가지고 미국 정부는 현재 진행 중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재협상 무기로 활용할 수 있다”면서 “미국 기업들은 미국 정부의 정치적 영향력까지 이용하는 속성이 있다.  GM은 만약 한국정부 지원이 없다면 이를 빌미로 국내 공장을 폐쇄하고 한국법인 청산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