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카카오모빌리티가 14일 카풀앱 업체 럭시를 250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최바다 대표는 럭시에 남아 카카오모빌리티에 합류한다.

카풀앱 불법 논란이 뜨거워지는 현재 카카오T 서비스의 강화를 위한 포석이라는 설명이다. 택시기사들의 반발, 스타트업 규제, 카풀앱 불법 서비스 논란, 카카오모빌리티 경쟁력 강화 등 다양한 시사점이 녹아있다.

▲ 럭시 로고. 출처=럭시

카카오모빌리티의 노림수

럭시는 2014년 7월 모바일 콘텐츠 업체 다날 출신 멤버들이 설립했으며 2016년 8월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동종업계 풀러스와 1위, 2위를 다투고 있으며 많은 투자를 받았다.

카카오모빌리티가 럭시를 100% 자회사로 만드는 장면은, 카카오 인수합병 전략의 전형적인 패턴이다. 카카오내비의 전신인 록앤올의 김기사를 2015년 626억원에 인수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카카오모빌리티가 분사되며 카풀앱 서비스 럭시를 품어낸 것은 대형 ICT 기업의 스타트업 인수합병, 이에 따른 스타트업 업계 선순환 구조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스타트업 창업자의 목표가 인수합병에 따른 '엑시트(EXIT)'냐에 대해서는 약간의 논란이 있지만 전체 업계 생태계로 보면 고무적인 현상이다.

카카오모빌리티가 럭시를 품는 이유는 서비스 보완이다. 지난해 12월 기준 카카오 T 가입자는 1700만명을 돌파했으며 일 최대 카카오 T 택시 호출수는 240만건에 달하는 등 모바일 택시 호출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나 문제는 실질적인 택시 공급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해 12월 18일 카카오 T 택시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전국 기준 오전 8시부터 한시간 동안 발생한 카카오 T 택시 호출은 약 23만건에 달한 반면, 당시 배차 가능한 택시(운행중 택시 제외)는 약 2만6000대 수준이었다”면서 “호출의 80% 이상이 공급 불가능한 상황인 적이 있었다”고 토로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노림수는 여기서 나온다.

지금까지 카카오모빌리티 서비스에 대한 불만은 실질적인 택시 배차 문제에 있었고, 이는 택시 공급량의 한계에서 기인했다. 이 대목에서 럭시와 같은 카풀 서비스를 도입해 택시 서비스의 한계를 극복하자는 복안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향후 카풀 서비스를 택시 수요 공급 불일치 문제와 이용자 불편함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운영해 나갈 계획이다. 카풀 서비스를 관련 법 내에서 택시 수요가 많은 특정 시간대에 한해 택시를 보완하는 용도로 운영할 예정이다. ‘이동하는 모든 것’을 담아내려는 카카오 모빌리티의 장기 플랜과도 맞아 떨어진다.

재미있는 대목은 이러한 ‘택시 서비스 + 카풀 서비스’의 시너지가 지금까지 카풀앱 업체에서 줄기차게 주장하던 대목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카풀앱이 택시기사의 ‘밥그릇’을 빼앗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며 택시와 카풀의 콜라보가 가능하다는 주장은 스타트업 업계를 꾸준히 나왔다. 최바다 럭시 대표는 지난해 이코노믹리뷰와의 인터뷰에서 “카풀앱 서비스와 택시 이용 시간을 보면 크게 차이가 난다”면서 “새로운 IT 기술로 무장한 카풀앱 서비스를 무작정 밀어내지 말고 카풀 서비스가 택시의 보완재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택시업계의 생각은 다르다. 이들은 카풀앱 서비스가 활성화되면 택시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줄어들 것이며, 생계에 직접적인 타격이 올 것이라고 주장한다. 표면적으로는 카풀의 안전문제를 제기하며 불법 패러다임으로 현안을 끌고가고 있지만, 그 기저에는 ‘시장 쟁탈전에 따른 경쟁력 약화’라는 공포가 깔려있다. 우버택시 진출 논란을 겪으며 택시업계에 광범위하게 퍼진 ICT 공포증 연장선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이 난관을 넘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위원회가 해커톤을 통해 카풀앱 서비스 규제 개선을 추진하고 있으나 택시업계는 강력히 반발하며 해커톤 참여 자체를 거부하는 중이다. 택시업계 4대 노사단체는 지난 2일 성명서를 통해 "풀러스와 럭시 등은 대기업의 투자를 받은 사업체로 불법 자가용 유사운송행위를 하고 있다"면서 "이는 현행 법률이 허용하고 있는 자가용의 유상운송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여객운송질서를 교란하는 것은 물론 시민의 교통안전을 위협하는 불법행위"라고 반발했다.

결국 택시업계를 설득해야 하는데, 만만치 않은 과제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아직 택시업계와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누지는 못했다”면서 “큰 그림을 그리며 유관단체의 도움을 받아 논의를 시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카풀앱 논란을 의식한 듯 당장 카카오 T 서비스에 카풀 서비스를 도입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그러나 럭시를 인수한 마당에 카풀 서비스가 카카오모빌리티의 공식전략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카카오모빌리티의 협상력이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카카오는 과거 카카오택시를 출시하며 택시기사들과 대승적 합의를 끌어내는 것에는 성공했으나, 대리기사인 카카오드라이버 서비스 당시에는 업체와 대리기사 모두에게 많은 반발을 샀던 경험이 있다.

▲ 우버택시 진출 가능성 타진 당시 택시기사들이 집단으로 반발하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조재성 기자

최바다 대표 “규제 문제로 피인수 결단”

럭시가 카카오모빌리티에 인수된 결정적인 배경은, 카풀앱 시장에서 럭시가 보여준 고무적인 행보가 높은 점수를 받았기 때문이다. 다만 최바다 럭시 대표는 다른 이유도 거론하고 있다. 바로 규제다.

최바다 대표는 럭시의 카카오모빌리티 피인수 사실이 알려진 직후 가진 이코노믹리뷰와의 통화에서 “스타트업 규제로 인한 압박이 카카오모빌리티 피인수 결단을 내리게 한 중요한 변수”라고 밝혔다.

최 대표는 “카풀앱 불법 논란이 번지며 사업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면서 “경쟁사와 달리 최대한 현행법의 틀 안에서 움직이려 노력했으며, 지속적인 투자를 받아 성장하려고 했으나 카풀앱을 불법으로 몰고가는 분위기가 이어지며 투자자들도 힘들어했다”고 설명했다.

서비스를 기획하고 추진하는 것에 주력해야할 스타트업 대표가 외부의 공세에 결국 거대 ICT 기업의 품에 안긴 셈이다. 최 대표는 “스타트업 신분으로 택시업체에서 잘 만나주지도 않아 논의 자체가 어려웠지만, 카카오는 다르지 않겠나”라면서 “카카오모빌리티와 함께 새로운 ICT 시대를 여는 역할을 계속하겠다”고 강조했다.

▲ 최바다 럭시 대표가 지난해 이코노믹리뷰와 만나 카풀앱 서비스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규제는 신중히, 결단은 빠르게

장병규 4차 산업혁명 위원장은 이번달 초 열린 코리아스타트업포럼 행사에서 스타트업 규제 개선을 두고 신중한 접근을 보였다. 장 위원장은 “무분별한 규제 개선은 독이될 수 있다”면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만큼 카풀앱 문제도 논의를 통해 풀어가겠다”고 말했다.

문제는 시간이다. 자본금이 적은 스타트업들이 정부의 규제 샌드박스 정책의 가동만 기다리며 버티기에는 버틸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와 관련된 전격적인 결단이 필요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카풀앱 업계의 노력과는 별개로, 정치권까지 아우르는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현재 정치권은 카풀앱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실제로 국민의당 이찬열 의원은 최근 자가용 유상운송 금지 예외조항인 출퇴근 시간대를 구체화하고 출퇴근 시간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를 제외시키는 것을 골자로 하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소위 ICT 뉴노멀 법안 등 신기술을 규제하는 법안만 생산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서 지나치게 ‘표’를 의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택시업계도 자구노력이 필요하다. 현재 택시기사들은 열악한 업무환경에 노출되어 있으며 많은 기사들은 사납금을 제대로 채우지 못할 정도로 허덕이는 중이다. 반면 택시업체들은 꾸준히 돈을 벌어 지방유지로 거듭나는 중이다. 이 간극을 메우는 한편, 택시업계와 카풀앱이 일종의 상호보완재로 길을 찾으며 ICT 경쟁력을 체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일본에서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일본 택시업계는 지난해 8월초부터 승객이 택시를 잡을 때 도착지를 입력하면 미리 가격이 책정되는 시스템 실험에 나섰으며 닛케이와 온라인 매체 네토라보에 따르면 일본 국토교통성은 야마토 자동차 그룹과 협력해 지난달 1월22일부터 3월11일까지 앱을 활용한 택시합승 서비스를 시작했다. 시장조사업체 애틀러스리서치앤컨설팅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 일부 관광지에서는 음성통역 택시 서비스도 진행중이다.

카풀앱 업계도 반성할 필요가 있다. 카풀앱 불법논란의 최초 발화지였던 풀러스는 서비스 출시 초기 ‘불법논란이 벌어질 수 있다’는 지적에 ‘법무법인에 따르면 문제가 없다’는 안일한 모습을 보인 바 있다.

현행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제81조에 따르면 ‘사업용 자동차가 아닌 자동차를 유상으로 운송용으로 제공하거나 임대하여서는 아니 되며, 누구든지 이를 알선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돼 있다. 다만 '운수사업법에 따르면 출퇴근 때 승용자동차를 함께 타는 경우는 예외로 한다'로 정해져있기 때문에 카풀앱은 영업을 이어갈 수 있었다.

▲ 현행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제81조. 출처=갈무리

그러나 지난해 풀러스가 기습적인 탄력근무제 도입에 따른 운행시간 확대를 시작하며 택시업계의 강력한 반발을 샀고, 국민의당 김수민 의원실 토론회와 서울시 토론회는 파행으로 흐르고 말았다. 민감한 문제를 너무 쉽게 생각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한편, 지금이라도 힘을 모아 협력과 설득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럭시를 품은 카카오모빌리티의 어깨가 무거운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