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메모리 반도체 수퍼사이클(장기호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D램과 낸드플래시 시장이 당분간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일각에서 수퍼사이클 주기에 대한 갑론을박이 계속되고 있으나 단기 관점에서 지금의 호황이 어느 정도 이어질 것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성장의 폭과 장기 전망은 다소 엇갈린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는 최근 지난해 글로벌 D램 시장 매출이 전년과 비교해 76% 증가했으며, 올해는 30% 성장세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지난해와 비교해 성장 동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지만 수퍼사이클 기조는 계속된다는 논리다.

올해 1월 PC D램은 전달보다 5% 인상됐으며 모바일 D램은 1분기 기준 지난해 4분기와 비교해 3%의 가격 상승이 예상된다.

서버용 D램 시장의 호황이 눈길을 끈다.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소위 빅3 업체의 공급 확대가 이어지고 있지만 당분간 수요를 맞추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북미를 중심으로 데이터 센터 확충 등 수요가 가파르게 증가하며 지난해 4분기와 비교해 올해 1분기 최대 5%의 가격 상승이 예상된다.

올해 D램 시장이 여전한 호황을 예고하고 있으나, 지난해와 비교해 동력이 떨어진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수퍼사이클의 범주에는 들어갈 수 있지만 마냥 호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시선도 있다.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말이 나온다. D램 미세공정 집적도가 파격적으로 늘어나기 어려운 상태에서 수요와 공급의 절묘한 조절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삼성전자는 2011년 28나노 D램을 양산한 후 매년 집적도를 크게 늘려왔다. 그러나 2016년 18나노, 2017년 17나노에서 미세공정 행보가 다소 더뎌지는 분위기다. 2020년 이후가 되어야 16나노 공정이 성공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기술적 한계로 벌어지는 일이지만 미세공정 속도가 낮아질수록 공급량도 떨어지기 때문에 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수 있다.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 삼성전자 평택 공장 전경. 출처=삼성전자

낸드플래시는 내년부터 공급초과에 따른 가격하락 가능성이 점쳐진다. D램익스체인지는 지난달 3일 “도시바와 삼성전자, 인텔 등 주요 제조업체들이 낸드플래시 생산량을 크게 늘리며 내년부터 공급초과에 따른 가격하락 가능성이 높다”면서 “중국 칭화유니그룹 자회사인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컴퍼니(YMTC)가 올해 하반기부터 낸드플래시 양산을 시작하고 인텔도 중국 다롄 공장의 3D 낸드플래시 생산을 시작할 경우 가격하락세는 더 빨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핵심은 D램이지만, 그 패권은 서서히 낸드플래시로 넘어오는 중이다. 낸드플래시의 공급초과에 따른 가격하락 가능성은 시장 1위 삼성전자에게 상당한 위협이 될 수 있다. 다만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 후 컨퍼런스콜에서 “수급 악화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단기간에 공급이 많아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낙관론을 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