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열린 롯데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 뉴롯데 램프에 점등을 하고 있는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 출처= 롯데그룹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이 국정농단 세력 뇌물공여 혐의로 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롯데그룹은 예상치 못한 사상 최대 위기에 직면했고 재계도 충격에 휩싸였다. 

재계 일각에서는 “국정농단 세력과 연루된 혐의는 마땅히 대가를 치러야 하겠지만, 신 회장이 경영 일선에 나서면서 이끌어온 롯데그룹 지배구조 개혁과 시장 개척을 위한 노력이 판결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신 회장이 경영 일선에 나서면서 롯데는 변화하기 시작했다. 신격호 명예회장 시대의 롯데는 경영에 있어 극도의 보수 성향 기업으로 재계에서 유명했다. 총수의 절대 권한, 상명하복 의사결정, 그리고 동종업계에 비해 낮은 연봉은 이른바 ‘롯데식 경영’의 상징이었다.

이 같은 롯데의 경영 방식을 바꾼 이가 신동빈 회장이었다. 임직원들의 연봉을 인상했고, 조직 문화를 개선했다. 남성 직원들의 출산 휴가를 가장 장려한 대기업도 롯데였다. 그리고 여성 임직원들의 채용을 늘렸고 올해 임원 인사에서는 최초의 여성 CEO가 나오기도 했다.    

‘형제의 난’으로 불리는 2015년 총수일가 경영권 분쟁도 내막을 들여다보면 대내외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롯데그룹의 힘을 하나로 모으기 위한 신 회장의 노력이 있었다. 

롯데그룹에 정통한 외부 관계자는 “경영권 분쟁의 골자는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은 그룹 경영권을 각자 나누자고 신 회장에게 제안했으나, 신 회장은 그룹이 쪼개져서는 경쟁력이 없어진다고 주장하면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신 회장이 지주사 설립으로 그룹의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려고 한 것도 이를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아울러 전 세계 유통 기업들이 추구하는 온-오프라인 통합을 이루는 ‘옴니채널’을 강조하면서 유통에 IT기술을 적용시킨 것도 그였다. 

이와 같은 노력은 경영비리 재판을 맡은 법원도 인정할 정도였다. 지난해 열린 롯데 총수일가 경영비리 재판 1심 판결문에서 재판부는 피고인(신동빈 회장)의 경영 방식과 기업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노력을 칭찬하기도 했다. 

신 회장의 부재는 단순히 롯데라는 한 기업의 문제를 넘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게 재계의 의견이다.  

우선 가장 큰 위기는 해외시장 개척의 중단이다. 롯데는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중국 외 다른나라 시장 개척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이에 신 회장은 러시아,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포스트 차이나’ 국가에 약 10조원을 들여 대규모 해외시장 개척에 나섰다. 그러나 신동빈 회장의 부재로 이 모든 것이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그 외로 다른 관점의 큰 문제는 일본 롯데의 한국 롯데 간섭 가능성이다. 신동빈 회장이 호텔롯데를 상장하려는 데에는 의도가 있다. 

현재까지 롯데지주는 국내 계열사 91개 중 42개사를 편입했다. 그러나 주요 계열사인 호텔롯데, 롯데물산, 롯데케미칼로 이어지는 지배 고리는 아직까지 포함하지 못했다. 일본 롯데홀딩스의 자본이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 회장은 호텔롯데를 증시에 상장해 우리나라 자본을 모아 일본 롯데홀딩스의 지분율을 낮추려 노력했다. 그러나 총수의 부재로 이 사안도 논의가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재계도 우려하고 있다. 이번 판결에 대해 전국경제인연합도 “롯데는 사드보복 등 국내외 어려운 상황에서도 최근 5년 간 고용을 30% 이상 늘린 ‘일자리 모범기업’인데 유죄 판결을 받게 돼 몹시 안타깝다”면서 “이번 판결이 롯데의 투자 확대와 일자리 창출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의견을 밝혔다.  롯데의 개혁 시계가 멈출 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