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수진 기자] 검은 천막을 걷자, 꽃밭에 앉은 오바마가 등장했다. 깨끗한 화이트 셔츠에 네이비색 수트를 입은 오바마는 팔짱을 끼고 의자에 앉아 있다. 근엄하면서도 따뜻하고, 신비롭고 싱그러운 초상화를 바라보다 오바마의 손목으로 시선이 향했다. 셔츠 소매 아래 빼꼼히 모습을 드러낸 손목시계. 초상화 속에서 영원히 기억될 오바마의 시계는 무엇일까?

 

오바마는 재임 중엔 검소한 시계 생활을 했다. 태그호이어와 조그 그레이, 핏빗의 스마트밴드와 뉴발란스의 디지털 워치까지 장소와 상황에 따라 여러 시계를 바꿔 찼지만 어느 것 하나 100만원을 넘는 게 없었다. 그래서 시계 애호가들은 늘 궁금해했다. 오바마가 시계를 좋아하는 건 확실한데, 과연 그가 언제쯤 ‘진짜’ 시계를 차고 나타날까? 파텍필립, 예거 르쿨트르, 랑에 운트 죄네처럼 시계 장인이 한 땀 한 땀 만든 기계식 시계 말이다. 그러던 어느 날 오바마가 ‘진짜’ 시계를 차고 공식 석상에 등장했다. 때는 2017년 10월. 장소는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2017 인빅터스 게임 행사장이었다. 소매를 걷어 올린 그의 손목 위에서 포착된 시계는 롤렉스 첼리니 타임. 오바마가 초상화 속에서 차고 있는 시계가 바로 그 시계다.

 

▲ 오바마가 선택한 시계, 첼리니 타임(Ref. 50509). 출처=롤렉스

그의 시계엔 듀얼 타임도, 문페이즈도 없다. 심지어 그 흔한 날짜 창도 존재하지 않는다. 오바마가 고른 롤렉스 첼리니 타임 위엔 시침과 분침, 초침만 오롯이 올려져 있다. 직경 39mm의 18K 화이트 골드 케이스는 얼핏 스테인리스 스틸 케이스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1000만원이 훌쩍 넘는 시계를 찼지만 어느 곳 하나 튀는 게 없다. 하지만 그의 시계엔 품격이 있다. 전통적인 라운드형 케이스 위에 정교하게 조각된 플루티드 베젤이 장착돼 있고, 화이트 다이얼 위 양날 검 모양으로 각면 처리된 핸즈가 정확한 시간을 가리킨다. 롤렉스 매뉴팩처에서 제작하고 최상급 크로노미터 인증을 획득한 오토매틱 무브먼트로 구동하며 블루 파라크롬 헤어스프링을 탑재해 자기장에 강하고, 파라플렉스 충격 흡수장치 덕에 야외 활동 중에도 무리 없이 착용할 수 있다. 블랙 악어가죽 스트랩에서도 품격이 느껴진다.

 

한편 1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의 스미소니언 국립초상화갤러리에서 공개된 오바마의 초상화는 역대 미국 대통령의 초상화와 함께 스미소니언박물관에 전시될 예정이다. 오바마를 캔버스에 옮긴 화가는 뉴욕에서 활동하는 케힌데 와일리로, 스미소니언박물관이 흑인 작가에게 대통령 초상화를 주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초상화 배경 속 국화는 오바마가 정치 이력을 시작한 시카고의 꽃이며 재스민은 유년기를 보낸 하와이를 상징한다. 맥문동은 케냐 출신 선친에 대한 헌사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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