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허지은 기자] 지난달 30일 가상통화(가상화폐) 거래실명제가 시행된 지 2주가 지났으나 실명계좌로의 전환 비율은 여전히 평균 10%대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외 악재에 가상통화 투자 심리가 꺾이면서 신규 유입이 줄어든 가운데 당국이 일부 거래소에 시정명령을 내려 실명계좌 전환이 느려지고 있다.

13일 은행권에 따르면 가상통화 실명확인 입출금 서비스를 도입한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등 4개 거래소의 실명확인계좌 전환 비율은 평균 10%대에 그쳤다. 12일 기준 신한은행과 거래 중인 코빗이 전체 12만5000좌 중 2만6000좌가 전환해 20.8%로 가장 높은 전환 비율을 보였다. 기업은행과 거래 중인 업비트는 57만좌 중 10만7000좌가 전환하고 코인원이 15만좌 중 2만1000좌가 전환해 각각 18.7%, 14%의 전환율로 뒤를 이었다.

▲ 지난 9일부터 빗썸은 기존 회원 뿐 아니라 신규 회원에게도 실명확인 입출금 서비스를 확대 시행했다. 출처=빗썸

농협은행과 거래 중인 빗썸은 이날까지 90만좌 중 10만좌가 전환을 완료해 11.1%로 가장 낮은 전환율을 보였다. 빗썸은 지난 9일부터 기존 회원 뿐 아니라 신규 회원에게도 실명확인 입출금 서비스 전환을 확대 시행했는데, 시행 전인 8일 기준 8만3000좌 이후 4일만에 1만7000좌 정도가 추가로 실명확인계좌로 전환을 완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빗썸은 농협은행 뿐 아니라 신한은행과도 계좌 거래를 하고 있으나 실명확인 입출금 서비스 전환은 농협은행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신한은행 계좌의 실명전환은 추후 일정을 안내하겠다는 공지만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신한은행 관계자는 “빗썸이 현재 방송통신위원회 시정 명령을 받은 사항이 있어서 그 부분에 대한 조치가 완료된 후에 실명확인계좌 발급을 검토하려고 한다”면서 “고객 보호와 관련된 사항이 있어서 시정 결과를 지켜봐야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계좌 수가 아닌 회원 수로 보면 실명전환 속도는 더욱 더뎌진다. 이날 현재 빗썸은 약 300만명, 업비트는 220만명, 코인원은 64만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회원 수 기준으로 보면 실명계좌 전환율은 업비트 4.9%, 빗썸과 코인원이 각각 3.3%까지 떨어진다.

▲ 최근 한 달 간 비트코인 가격은 가파른 내리막길을 걸었다. 출처=빗썸

실명계좌 전환율이 이토록 낮은 데에는 가상통화 거래를 계속 이어가려는 투자 심리가 꺾인 영향이 있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실명계좌 도입 이전에 이용하던 가상계좌로는 출금은 가능하지만 입금은 할 수 없기 때문에 거래를 계속하려면 실명계좌로 전환을 해야 한다. 결국 투자자들 대부분이 실명계좌로 전환하기 보다는 투자금을 회수해 시장을 떠난 결과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거래실명제가 도입된 지난달 30일 이후 시가총액 1위 가상통화인 비트코인 가격은 반토막이 나기도 했다. 30일 기준 1304만원까지 치솟았던 비트코인 가격은 이달 6일 미국발 악재에 660만원까지 떨어지며 수직 하락했다. 빗썸 기준 비트코인 시가총액 역시 247조원대에서 135조원까지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국내 가상통화 거래소의 한 관계자는 “주요 가상통화 가격이 크게 떨어지면서 투자 심리가 위축된 영향이 있었을 것”이라며 “실명계좌 전환은 앞으로도 계속 가능하기 때문에 추이를 지켜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