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한현주 기자] 지난 200여년 동안 미국의 총기 산업의 대명사였던 ‘레밍턴아웃도어’가 회생 절차에 들어간다. 레밍턴은 12일(현지시간) 미국 델라웨어 법원에 기업회생(챕터11)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블룸버그가 보도했다.

▲ 영화 터미네이터 T1000(아놀드 슈왈츠제네거)이 사용한 레밍턴 윈1887샷건(Win 1887 shotgun).출처=터미네이터 포스터

회생 절차에 들어가는 레밍턴은 약 9억5000만달러의 부채를 안고 있다. 레밍턴은 지난해 1~9월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7% 줄면서 2800만달러의 영업손실을 냈다. 레밍턴이 보유한 2022년 만기 회사채 가격은 액면가의 20%에 못 미칠 정도로 전망이 어두워졌다.

레밍턴은 회생을 통해 7억달러(약 7582억원)의 부채를 감면받기를 기대하고 있다. 또 법원의 허가를 통해 자회사에 1억4500만달러(약 1570억원)의 자본금을 공급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레밍턴은 회생에 들어가더라도 사업을 유지할 계획이다. 레밍턴은 성명을 통해 “회사는  채무 조정 중에도 사업을 지속할 방침”이라면서 “거래처에 대한 결제와 직원의 임금과 수당, 고객 지원 등의 서비스는 차질 없이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레밍턴의 회생절차 과정에서 미국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서버러스캐피털매니지먼트가 보유한 회사 소유권을 채권자들에게 분배한다. 서버러스 캐피털의 스티븐 파인버그 최고경영자(CEO)는 트럼프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자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레밍턴은 엘리파렛 레밍턴(Eliphalet Remington)이 1816년 설립했다. 1845년에는 미군을 위해 5000개의 미시시피 소총을 생산하면서 총기류 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현재 3500명의 총기 제조 전문가를 고용하고 있으며 미국 최대 탄약 및 총기 제조 업체 중 하나다. 경쟁 업체로는 권총 스미스&웨슨을 생산하는 ‘아메리칸 아웃도어 브랜즈(AOBC)'와 '스톰 루거(Sturm, Ruger)' 등이 있다.

미국 총기 업계는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이후 급격한 매출 부진에 직면하고 있다. 레밍턴도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총기 시장이 오히려 위축되면서 매출 부진에 시달렸다. 총기 규제가 심해질 것이란 불안감이 사라지면서 재고가 쌓인 탓에 유통 물량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시카고 대학 국립의견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내 가정 총기 보유율은 2014년 31%로,1973년 47%에 비해 크게 줄었다.

리처드 펠프만 미국총기소유주협회 회장은 “레밍턴이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며 아마도 마지막 일이 아닐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