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유행어나 인기 키워드에는 시대 상황이 반영된다. 특정 현상에 대한 사람들의 공통된 생각이나 느낌이 압축된 표현들이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2010년대 유행어인 ‘88만원세대’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시작된 장기 경기침체로 대학 졸업 후 비정규직으로 일하며 한 달 88만원의 임금을 받으며 불안 속에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20대를 의미했다. 그렇다면 2018년에는 어떤 촌철살인(寸鐵殺人) 키워드들이 사람들의 생각을 한 마디로 정리했을까.

▲ 출처= 잡코리아

1. 워라밸 

워크-라이프 밸런스(Work-Life Balance)의 줄임말로 ‘일과 삶의 균형’을 의미한다. 젊은 직장인들이 과도한 업무로 몸이 지치는 것보다 삶에서 일하는 시간과 여유를 가지는 시간의 균형을 맞추는 것을 추구하면서 이와 같은 트렌드를 한 마디로 정리한 단어다. 얼마 전 모 유력 일간지에서 젊은 직장인들의 ‘워라밸’을 비난하는 칼럼을 올렸다가 수많은 젊은 네티즌들이 칼럼에 분노의 댓글을 달아 화제가 됐을 정도로 많은 공감을 얻어낸 키워드였다.  

2. 화이트불편러 

‘화이트불편러’는 부당한 이익을 취하고자 하는 의도로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한 후 고의로 악성 민원을 제기하는 블랙컨슈머(Black Consumer)와 반대되는 말이다. 즉, 자기의 이익이 아닌 공익을 위한 불만 제기로 사회의 문제를 개선하는 데 앞장서는 하는 이들을 뜻한다.   

▲ 출처= CJ E&M

3. 잡학피디아 

여러 가지 분야에 대한 상식을 의미하는 ‘잡학’과 ‘백과사전(Encyclopedia)’을 합친 말로 깊지는 않지만 다방면의 지식을 가지고 있는 이들을 뜻한다. 얼마 전까지 많은 시청자들에게 사랑을 받았던 인기 예능 프로그램 알쓸신잡(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의 콘셉트도 잡학피디아를 추구하는 것이었다.  

4. 언택트 기술 

언택트(Untact)는 직접 접촉을 뜻하는 영어 낱말 '콘택트(Contact)'에 부정을 뜻하는 접두어 ‘언(Un)’을 붙여 반대의 의미를 취한 신조어다. 다른 말로 하면 비대면(非對面) 기술이다. 사람들이 직접 접촉하거나 대면하지 않고도 상거래가 이뤄지거나 기업의 업무가 해결되도록 돕는 첨단 IT기술을 의미한다. 

5. 소확행 

소확행(小確幸)은 소소한 일이지만 일상에서 쉽게 실현할 수 있는 행복을 의미한다. 한자 조합이라 우리나라의 줄임말 같지만 일본에서 시작된 말이다. 소확행은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의 수필집 <랑게르한스섬의 오후(ランゲルハンス島の午後)>(1986)에서 처음 쓰인 말이다. 책 속에서는 갓 구운 빵을 손으로 찢어 먹을 때, 서랍 안에 가지런히 정리된 옷들을 볼 때 느낄 수 있는 행복으로 묘사된다. 대단한 일이 아닌 일상의 작은 일에 행복을 느끼고자 하는 트렌드와 연결돼 젊은이들 사이에서 많이 회자되고 있다.  

6. 미닝아웃

‘~의 의미’를 뜻하는 영단어 ‘미닝(Meaning)’과 자기가 동성애자임을 밝히는 고백을 의미하는  ‘커밍아웃(Coming-out)’이 합쳐진 말로 사람이 개인의 견해(주로 정치와 관련된)나 소신을 SNS 등 공개된 공간에서 밝히는 것을 의미한다.  

▲ 출처= 픽사베이

7. 싫존주의 

발음이 유사한 ‘실존주의’와는 전혀 연관성이 없다. ‘무엇인가를 싫어하는 것도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다른 것이니 이를 존중해준다는 주의(主義)’의 줄임말이다. 

8. 식스포켓세대

직역하면 ‘아기 한 명을 위해 조부모와 부모가 모두 주머니(Pocket)를 연다’는 뜻이다. 그 속에는 경기 침체로 저출산과 고령화가 지속되는 가운데 태어난 ‘귀한’ 아이들을 위해 부모뿐만 아니라 경제 활동을 하고 있는 할머니 할아버지 세대들도 돈을 쓴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9. 플라시보 소비 

심리 요인에 따라 병의 증상이 완화되거나 악화되는 플라시보 효과(Placebo effect)와 서비 트렌드가 합쳐진 말이다. 다르게는 ‘가심비(가격 대비 마음의 만족)’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제품 구매자나 서비스 이용자들이 직접 효용이 아닌 마음의 만족을 우선해 소비를 한다는 뜻이다.   

▲ 출처= YTN

10. "가즈아!"

“가자!”가 경상도 사투리로 변형된 발음을 그대로 쓴 표현이다. ‘가즈아’의 유래는 배우 정우 주연의 영화 <바람>(2009)에서 부산의 일진 고등학생들이 패싸움을 하러 가기 전에 구성원들을 모으는 대사 “가자!”에서 나온 것이라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이 말의 확산 배경에는 우리나라에 가상화폐 투자 붐이 있었다. 자기들이 투자한 가상화폐 가치가 오르길 바라는 투자자들이 “(가격 상승) 한번 가 보자!”라고 말하는 표현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많이 쓰이면서 확산됐다. 처음에는 가상화폐 투자자들이 쓰던 말이었지만, 이후에는 무엇인가 어려운 일에 도전할 때 마음을 다잡는 “한번 가 보자!”라는 뜻으로 더 많이 쓰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