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LG전자가 다음달 말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MWC 2018을 대비해 모바일 인공지능 테크 세미나를 13일 열고 인공지능 오픈 플랫폼 전략의 당위성과 스마트폰의 역할, 이를 바탕으로 하는 LG전자의 전략을 대거 공개했다.

MWC 2018에서 신형 스마트폰 대신 지난해 프리미엄 라인업인 LG V30 업그레이드 버전을 공개하기로 결정하며 자신들의 인공지능 전략의 비전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인공지능 오픈 플랫폼 전략이 주도권 약화로 흐를 수 있다는 논란은 여전하다.

LG전자는 인공지능을 두고 "목적이 아닌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인공지능을 통해 사용자 경험의 고도화를 끌어내는 것이 핵심이지, 인공지능 자체가 최종 목표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강'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보다 현재 운용되는 인공지능 기술력으로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구현하는 것이 더 종요하다는 논리다.

MC사업본부의 스마트폰 경쟁력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지만, LG전자는 스마트폰의 가치를 스마트홈 전략의 핵심으로 규정했다. 지난 1월 미국에서 열린 CES 2018 현장에서 조성진 부회장은 "프리미엄 스마트폰 출시 주기에 연연하지 않겠다"면서도 "기존 라인업의 강화를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LG전자는 인공지능을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적절히 활용해 개인 사용자 경험을 극대화하며, 스마트폰을 이동형 스마트 기기로 키워 초연결 생태계에 대비하겠다는 복안이다.

중요한 것은 인공지능 발전 전략이다. LG전자는 철저한 오픈 플랫폼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아마존 알렉사, 구글 어시스턴트와 적극적으로 협조해 개방형 생태계를 지향한다. LG전자는 "다양한 인공지능 기술력이 등장하고 있으나 시장을 석권한 플랫폼은 아직 없다"면서 "결국 초연결 시대의 가장 중요한 대목은 호환성이며, 이것이 LG전자 오픈 플랫폼 전략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LG전자는 테크 세미나에서 오랜시간을 할애해 오픈 플랫폼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LG전자는 모바일과 가전 인프라를 모두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인공지능을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전제, 외부 파트너와 협력하는 오픈 플랫폼 전략을 가동하는 중이다. 이 과정에서 스마트폰 하드웨어에 대한 집착을 털어내고 공감형 인공지능 기술이라는 개념을 내놨다. 비전 인공지능과 음성 인공지능의 기술을 통해 하드웨어에서 확대될 수 있는 인공지능 사용자 경험의 한계를 넘어서고, 파트너십으로 인공지능 영토를 넓히는 개념이다.

문제는 '오픈 플랫폼의 전제가 무엇이냐'와 '특별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느냐'다.

▲ LG V30에 삽입되는 공감형 인공지능이 구동되고 있다. 출처=LG전자

현재 LG전자를 제외한 대부분의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기업들은 독자적인 인공지능 생태계를 키우고 있다. LG전자처럼 모바일과 가전 인프라를 모두 가진 삼성전자도 빅스비를 중심으로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제고하는 중이다. 그러나 LG전자는 오픈 플랫폼을 중심으로 '씽큐'라는 독자 브랜드가 있지만, 대부분은 구글과 아마존과 협력하고 있다.

인공지능 자체 개발이 어려워 '어쩔 수 없이' 오픈 플랫폼 전략을 추구하는 것이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안드로이드와 iOS 생태계가 지배했던 모바일 시대의 종속현상이 다시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LG전자는 씽큐와 외부 파트너의 경쟁력을 동시에 활용해 플랫폼 연동성을 키워 호환성을 보장하는 것이 '당연한 길'이라고 주장한다. LG전자가 '아직 인공지능 플랫폼에서 시장을 제패한 곳이 없다'는 말을 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 아니라, 호환을 통한 파트너십 생태계가 더 승산이 있다고 본 셈이다.

그러나 호환을 통한 인공지능 영토 확장에 나서도 문제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LG전자 만의 특별한 사용자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만약 구글이나 애플 등이 특별한 사용자 경험을 통해 인공지능 시장을 장악하면 LG전자는 또 다시 종속성의 함정에 빠질 수 밖에 없다. 구글 어시스턴트가 한국어보다 영어에 더 특화되어 있다는 점, 비전 인공지능과 음성 인공지능 기술이 다른 기업과의 차별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은 이를 잘 보여준다.

LG전자가 주도권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LG전자의 인공지능 파트너십 생태계는 무색무취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 이에 대해 LG전자는 "모든 것을 맡기는 것은 아니다"면서 "자체적인 기술력 강화를 통해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창출할 것"이라고 답했다.

업계는 LG전자의 오픈 플랫폼 전략을 '영악한 결단'으로 본다. 당장 영토를 크게 확장시켜 시장의 점유율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종속성 문제가 불거지는 것은 불안요소지만 스마트폰을 스마트홈의 허브로 설정하면서 하드웨어 한계를 뛰어넘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개념으로 풀어내는 장면에 주목하고 있다. 모든 것을 통합하고 연결하는 LG전자가 그 연장선에서 파트너들과 확실히 구분되는 사용자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인가. 승부는 여기에서 갈릴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