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CJ그룹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CJ그룹(이하 CJ)의 상승세가 예사롭지 않다. CJ의 미래 4대 핵심사업(식품·콘텐츠·물류·바이오)을 맡고 있는 주요 계열사들은 지난해 최고 실적을 기록하며 이후의 더 밝은 전망을 예견했다. 이러한 성장에는 각사 상황에 맞는 연구·개발(R&D)투자, 해외시장 개척, 콘텐츠 개발을 전폭 지원하는 그룹의 노력이 있었다. CJ를 상승 궤도에 올려놓은 지난해 성과와 앞으로의 전망들을 살펴봤다. 

▲ 출처= 각 사

우선 CJ의 ‘캐시카우’와 같은 식품·바이오 부문 기업 CJ제일제당은 지난해 매출 16조4000억원 영업이익 7766억원을 기록했다. 2016년과 대비해 매출은 13%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7.9% 감소했다. 

주력 사업인 식품부문 매출은 5조1102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10.8% 증가했다. 이는 같은 기간 두 배 이상 늘어난 가정간편식(HMR) 제품군 매출이 이끌었다. 특히 지난해 제일제당의 식품 글로벌 매출은 30% 가량 늘었는데 여기에는 해외 냉동만두 판매 증가, 베트남·러시아 식품 가공업체 인수 효과가 반영됐다. 아울러 CJ제일제당 바이오 사업부문 매출은 판매 증가와 글로벌 가격 상승에 힘입어 지난해 대비 11.7% 증가한 4조2613억원을 기록했다. 

▲ 지난해 열린 CJ HMR 쇼케이스에서 HMR 사업의 비전을 강조하고 있는 CJ제일제당 김철하 대표이사. 출처= CJ 제일제당

영업이익 감소는 바이오 분야와 관련이 있다. 바이오 제품의 가격이 오른 것은 호재였으나 원재료 가격도 함께 올라 제조원가 비용이 증가했다. 아울러 글로벌 바이오 사료/축산 시장 부진 영향이 반영됐다.

CJ의 식자재 유통 계열사 CJ프레시웨이는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 개선을 이뤘다. CJ프레시웨이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2조5044억원, 영업이익 439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지난 2016년 대비 7.6%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09% 증가했다. 주력인 식자재 유통부문은 가정간편식(HMR) 성장세 속에 원재료 공급 유통으로 발생하는 수익과 자회사 ‘프레시원’ 매출이 10%가량 증가하면서 사상 최초로 매출 2조원을 넘어섰다.
 
제일제당 바이오 부문 영업이익 감소를 제외한 CJ의 식품사업 분야는 그룹이 이끄는 투자와 시장 확장에 힘입어 그 성장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CJ제일제당 측은 “사업구조 혁신으로 지난해 부진했던 수익성을 개선할 것”이라면서 “특히 가공식품과 가정간편식을 중심으로 글로벌 성장 가속화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CJ의 물류 계열사 CJ대한통운은 지난해 매출 7조1103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창립 이후 최초 매출 7조원 돌파이며 전년 대비로는 16.9%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356억원을 기록하며 3.2% 증가했다. 이러한 성장은 기업 물류와 택배에 이르는 전 사업부문 취급 물량 증가분과 지난해 4월 인수한 중국 룽칭(龙井) 물류, 인도/중동/중앙아시아 자회사 실적이 반영됐다.

식품이나 물류 등 제조·인프라 기반 산업에 비해 투자 대비 수익성이 높지 않은 콘텐츠 사업 분야도 하나같이 실적을 개선했다.  

CJ의 콘텐츠 기업 CJ E&M은 지난해 매출 1조7501억원, 영업이익 632억원을 기록했다. 2016년 대비 증가율로는 각각 13.8%, 125.8%였다.

▲ CJ E&M 방송부문 실적 개선을 이끈 화제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 출처= CJ E&M

이 같은 성장은 CJ E&M 방송 콘텐츠들이 이끌었다. 규모가 지속 감소하고 있는 방송광고 시장의 불리한 상황 가운데 <슬기로운 감빵생활>, <프로듀스101 시즌2> 등 자체 제작 콘텐츠들이 높은 시청률(각각 11.2%, 5,2%)로 방송 부문에서만 매출액 1조2942억원, 영업이익 618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이러한 콘텐츠에 붙는 디지털 광고 수익은 같은 기간 52.9%, 주문형 비디오(VOD) 판매 수익이 전년 대비 37.8% 늘어나면서 전체 성장을 견인했다. 

여기에 CJ E&M은 지난달 홈쇼핑 업체 CJ오쇼핑과 합병이 결정됐다. 이에 국내 최초 미디어-커머스 기업 탄생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CJ E&M에 대한 전망도 밝아지고 있다.    

영화상영 사업 계열사 CJ CGV는 매출 1조7144억원, 영업이익 862억원을 기록하며 각각 전년 대비 19.7%, 22.6% 증가했다. 지난해 CGV의 해외 글로벌 관객 수(1억736만명)는 국내 관객 수(1억376만명)를 넘어섰다. 이에 2014년 전체 매출 비중 중 17%를 차지한 CGV 해외 매출 비중은 지난해 46%까지 늘어나면서 실적 개선에도 영향을 미쳤다. 

▲ CGV 터키 상영관, 지난달 CGV는 터키에서 월 관객수 4백만을 돌파하며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출처= CJ CGV

TV홈쇼핑 업체 CJ오쇼핑 역시 좋은 실적을 냈다. CJ오쇼핑의 지난해 매출 1조1365억원, 영업이익 1575억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3.7%, 8.7% 증가한 실적을 기록했다. 여기에는 자체 개발 패션·뷰티 브랜드의 선전과 터키·일본·중국·인도 등 부실 해외법인 정리로 중국(천천CJ), 베트남(SCJ TV), 태국(GMM CJ) 법인이 흑자전환하면서 생긴 이익이 반영됐다. 이러한 호재에 힘입어 CJ오쇼핑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 취급고(총 판매 금액) 3조7438억원을 기록했다.  

CJ오쇼핑 정명찬 경영지원담당은 “TV홈쇼핑의 차별화를 위해 자체 개발 상품의 경쟁력을 높이고 방송 콘텐츠를 강화한 것이 외형과 수익 모두의 성장을 견인했다”면서 “영상 미디어 활용으로 유통 플랫폼 차별화와 글로벌 사업 재정비로 성장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CJ 주요 사업군의 전방위 호실적에는 공통되는 요인이 있다. 바로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서비스 품질을 높이기 위한 ‘투자’와 ‘해외시장 공략’이었다. 이는 모든 계열사의 실적에 반영됐던 특징이었다. 

▲ 지난해 CJ가 개최한 PGA투어 THE CJ CUP 우승자 저스틴 토머스 선수와 기념사진을 촬영한 CJ 이재현 회장. 출처= CJ 그룹

지난 몇 년 동안 CJ 이재현 회장은 2020년 매출 100조원 달성을 의미하는 ‘그레이트 CJ’를 중기 목표로, 2030년에는 세 개 이상의 사업 분야에서 세계 1위가 되는 ‘월드베스트 CJ’를 장기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때로는 지나치게 과감한 ‘투자’에 재계를 우려를 표하기도 헀지만 이 회장은 실적으로 자신의 선택이 옳았음을 하나씩 증명하고 있다.  

이재현 CJ 회장은 12일 사내 방송에서 임직원들에게 “우리의 목표는 세계가 인정하는 글로벌 생활문화기업이 되는 것”이라면서 “지난 몇 년 동안 이뤄진 조직문화 혁신과 사업구조 개편은 하나의 준비 과정”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이 전하는 메시지, 그리고 점점 개선되는 CJ 주요 계열사 실적은 CJ의 공격 경영이 앞으로 점점 가속화될 수 있는 밑거름이 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기업금융 연구원은 “CJ는 오랫동안 그룹 성장의 걸림돌이 됐던 오너리스크 문제에서 완전히 벗어나 이재현 회장이 이끄는 공격 경영으로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면서 “주요 4대 업종(식품-콘텐츠-물류-바이오) 성장을 기반으로 시장 영역을 해외로 점점 확장하는 일관성은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CJ의 장기 성장을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대기업의 치열한 경쟁 구도가 롯데와 신세계에 집중되는 사이 CJ는 서서히 힘을 키웠다. 재계순위 15위 CJ의 ‘게임’은 이제 막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