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윤선 기자]2년간 20조원을 넘긴 국민건강보험 누적적립금이 올해 19조원대로 떨어진다. 이는 문재인 케어의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시민단체는 이 같은 누적적립금도 여전히 크다며 건강보험 보장률을 80% 이상으로 높이는 데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2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18년도 연간 자금운용안’에 따르면 2011년부터 7년간 이어오던 건보재정의 당기수지 흑자가 끝나고 올해 약 1조2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건강보험재정은 지난 2011년 6000억원을 시작으로 지난해 7000억원으로 매해 꾸준히 흑자를 기록했다. 누적적립금도 지난 2012년 4조5757억원에서 2017년 20조7733억원으로 5년 사이 약 4배 이상 증가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건보공단은 내부적으로 문재인 정부의 건강보험 강화 정책의 시작으로 올해부터는 약 1조2000억원 규모의 당기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분석했다. 당기적자로 누적적립금은 19조5000억원으로 떨어진다.

시민단체, “누적적립금 여전히 많아, 보장률 80% 이상 돼야”

그러나 시민단체는 19조원대의 누적적립금도 여전히 규모가 크다며 이를 보장성을 높이는 데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형준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부위원장(재활의학과 의사)는 “국민이 내는 보험금은 계속 들어오는데 약 20조의 적립금이 남아있다는 건 (정부가) 운영을 잘못한 것”이라면서 “건강보험 보장률을 70%가 아닌 80%대로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케어는 건강보험 보장률을 현재 63.4%에서 5년 후 7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것으로 미용목적을 제외한 비급여를 급여권으로 전환한다는 것이 골자다. 국민 의료비를 대폭 낮추겠다는 정부의 홍보에 국민들은 의료비가 줄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반면 시민단체는 문재인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률이 지난 정부들에 비해 개선된 것은 맞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참여연대, “해외 국가, 누적적립금 남기는 곳 거의 없어”

정형준 부위원장은 “건강보험에 들어가는 1년 재정이 약 55조인데 적립금이 20조원 남았다는 것은 정부가 국민이 낸 건강보험료를 총 재정의 일부인 것처럼 활용했다는 방증”이라면서 “보통 우리와 비슷한 보험 체계를 갖고 있다고 하는 일본, 독일, 프랑스 중 어느 국가도 이처럼 돈을 남기는 곳은 없다”고 비판했다. 건강보험은 연금과는 달리 재정 계획 단위가 1년이기 때문에 적자가 날 것 같으면 국민을 설득해서 보험료를 더 걷어야 한다는 것이 정 부위원장의 설명이다.

정 부위원장이 생각하는 적정 건강보험 누적적립금은 7조~8조원이다. 그는 “7조~8조원 정도의 누적적립금이면 안전하고 여기에 국고지원금까지 기획재정부가 지급하면 국민에게 훨씬 많이 보장해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유럽의 일부 국가는 건강보험료의 30~50% 이상을 국가가 지원하며 일본도 약 40%를 국가가 보조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약 15%를 국가가 지원한다. 국고지원은 1988년 전국민건강보험도입시 지역가입자의 보험금의 50%를 지원하던 것에서 출발했다.

문제는 국내의 국고지원은 부칙 규정에 따라 한시적이라는 것. 2022년까지 연장됐지만 언제 폐기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이 같은 국고지원의 한시적 규정을 폐지하고 건강보험의 국고비율을 20%에서 늘리라고 주장하고 있다.

건보공단, “시장에 미칠 영향 고려해 자금운용안 비공개”

특히 건강보험금의 대부분을 국민이 낸 만큼 국가가 운용 계획을 철저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올해 건보공단의 연간 자금운용안은 원래 비공개였으나 관계자의 실수로 정보공개포털에 올라갔다가 삭제됐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자금운영안은 2015년까지 공개된 적이 몇 번 있으나 2016년부터 비공개로 하고 있다”면서 “이번엔 관계자의 실수로 잠깐 공개된 것뿐”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자금운영안 비공개 사유에 대해 “금융 환경도 많이 변하고 이에 따라 자산 배분이나 투자 전략을 구체적으로 세우다보니 이를 공개하게 되면 시장에 미칠 영향이 있을 것이라 생각해 비공개로 정했다”면서 “그러나 해마다 내용이 달라지기 때문에 (공개 여부는) 때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형준 부위원장은 이에 대해 “우리나라는 건보료의 80%를 가입자가 내고 일본은 국가가 46%를 부담한다”면서 “한국의 건강보험재정은 국가가 책임을 지는 것이 거의 없는데 국민에게 공개 하지 않는 것이 말이 안 된다. 전문가와 정부 사이에서만 계획을 공유한다는 것은 우리나라의 사회보험 운영이 몹시 비민주적이라는 것”이라고 일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