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희준 기자]대한민국에서 부동산 관련 세금을 제대로 내는 사람은 바보 취급 당하기 일쑤다. 경남 창원에 사는 K씨는 38년 산 주택을 팔고 1가구 2주택이라는 이유로 8000여만원의 양도세를 냈다. 법이 정한대로, 세무당국이 요구하는대로 세금을 그대로 냈다.

그는 서울의 고가 주택을 사고 팔면서 관련 세금을 내지 않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닌 것을 보면 혈압이 오른다. 서울 강남구 송파구 서초구 등 강남 3구에 있는 아파트가 고액 아파트인 점을 감안하면 이런 아파트를 사고파는 사람들은 엄청난 재력의 소유자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재력과 준법 정신은 정비례하지 않는다. 재력이 있는 사람이 기업인, 대기업 임원, 아니면 계열사 임원, 병원장, 교육공무원, 그것도 아니면 부동산 부자이건 상관없이 법 알기를 우습게 알거나 되도록 법을 지키지 않기 위해 불법행위를 하거나 편법행위로 법을 조롱한다. 재력과 준법정신은 반비례하는 게 아니냐 하는 의구심이 생길 정도로 재력있는 사람들의 준법정신은 형편없다.

▲공직자의 부동산 변칙 증여 수법. 출처=국세청

국세청  1375명 기획세무조사 완료, 596명 조사 중

국세청이 12일 밝힌 대자산자가를 포함한 사회 사례는 한국 사회가 얼마나 준법정신이 약한지, 준법을 하는 납세자를 비웃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이들은 결국 수억 원의 세금을 추징당했다. 수억 원의 세금을 아무나 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낼 수 있으면서도 내지 않아 국세 공무원을 투입해야 하는 등 행정력 낭비를 초래하는 이들은 우리 사회의 지도층이라는 탈을 쓰고 있다.

조사를 받은 대상자가 근 2000명에 이른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편법 탈법으로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용을 쓰고 있는 것이다. 국세청은 지난해 8.9.이후 4차례에 1375명에 대한 기획세무조사를 벌인데 이어 596명의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편법증여, 증여세 탈세 등을 할 수 있을 만큼 쌓아 놓은 돈이 막대하다. 국세청이 뒤늦게 세금 추징을 하거나 검찰에 고발해봐야 이들은 눈도 깜짝하지 않는다. 수억원의 세금 쯤은 쉽게 낼 수 있을 만큼 이들의 곳간에 쌓인 돈은 막대하다. 이들이 있는 한 서울 강남의 아파트 값은 결코 잡히지 않을 것이다.

한국의 재력가의 민낯, '편법과 탈세'

국세청의 적발 사례를 보면 대자산가들의 탈세수법에 기가 막혀 말이 나오지 않을 정도다.

60대 공직자 신분인 A씨는 음식점업 사업을 하는 30대 아들에게 부동산 취득자금을 주고, 아들은 이 지금과 사업소득을 빼돌린 돈으로 고가의 상가건물을 사들였다. 그는 증여세와 취득세를 내지 않았다가 국세청에 적발돼 수억 원을 물었다.

대형 로펌 소속 50대 변호사 B씨는 서울 강남구와 송파구의 아파트 취득자금과 전세자금을 병원에 근무하는 20대 딸에게 주거나 일부를 부인에게 주어 아파트 구입 비용에 충당하는 등 증여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았다. 그의 딸은 국세청에 적발돼 수천 만원의 세금을 내야 했다.

지방에 있는 유망 기업 사주인 60대 C씨는 30대의 대표 이사인 아들에게 수십 필지 토지의 취득자금 수억원을 증여했다. 또 아들이 은행에서 받은 담보대출금 이자도 수억원도 9년간 대신 갚아주는 방법으로 증여세를 탈세했다가 국세청에 적발돼 수억 원의 세금을 냈다.

대기업 임원은 D씨는 30대인 두 아들에게 서울 서초구 아파트 취득자금을 현금으로 주고 큰 금액이 한꺼번에 옮겨가면 조사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일부는 숙부로부터 빌린 것으로 꾸몄다. 그렇지만 그는 국세청의 금융추적 조사에 걸려 수억 원의 세금을 냈다.

지역 운수업체 대표 E씨는 동일 계열사에 근무하는 30대 아들에게 수십 억원의 현금을 증여했다. E 대표는 증여금액 일부만 신고하고 나머지를 신고하지 않았다. 아들은 증여받은 자금으로 서울 강남구 재건축 아퍄트(증여세 신고한 금액의 2배이상 상회)를 취득했다가 증여세 탈루가 적발돼 뒤늦게 수억 원을 추징당했다.

60대의 대기업 계열사 임원 F씨는 임대업을 하는 30대인 두 딸과 공동으로 상가건물을 매입하고 상가건물에서 나오는 임대수입을 두 딸에게 지분 이상으로 과다하게 지급해 두 딸의 담보대출금을 갚다가 적발됐다. F씨도 수억 원의 증여세를 물었다.

▲ 은행지점장의 탈세 수법.출처=국세청

50대의 은행 지점장 G씨는 직업이 없는 20대의 아들이 상업용 건물을 다른 사람들과 공동으로 취득할 때 대금을 본인이 동산 담보로 받은 대출로 충당했다. 담보 대출금에 대한 증여세를 내지 않았다. 그는 국세청의 세금 추징 대상이 돼 수억 원을 내야 했다.

50대의 여성 전직 교육공무원인 H씨는 일정한 소득이 없는 아들이 서울 강동구의 아파트를 취득할 때 얻은 담보대출금을 대신 갚았다. 그의 아들은 아파트를 취득 한 후 단기에 팔아서 수억 원의 시세 차익을 챙기고 인근의 재건축 아파트를 또 샀다. H씨는 대출금 대신 상환액 증여세 신고 누락분 수천 만원을 추징당했다.

요양병원 병원장인 60대의 I씨는 30대 의사 아들에게 서울 강남구의 고급 빌라 자금을 몰래 증여했다가 적발됐고 세무업회계업종 종사자 J씨와 그의 부인은 부모와 누나, 매형으로부터 현금을 받아 수도권의 토지를 사고, 강남구의 고가아파트 전세자금으로 사용해 탈세했다가 국세청에 적발됐다.

국세청 부동산 세금 탈루 행위 엄정 대응하겠다지만

국세청은 앞으로도 부동산 거래 과정에서의 세금 탈루행위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엄정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한다. 현재 가격 급등 지역의 고가 아파트 등 거래에 대해서는 현장정보․관계기관 자료, 세무 고 내용 등을 바탕으로 탈세 여부를 모두 조사해 분석하고 있으며 분석 결과, 다운계약․자금원천 불투명 등 탈세 혐의가 발견될 경우에는 예외 없이 세무조사 대상자로 선정, 3월중 조사를 하겠다고 한다. 부동산 이외에도 일감 몰아주기․차명재산(계좌, 주식 등) 이용 등 적정한 세 부담 없는 변칙적인 상속․증여에 대해서도 과세인프라 확충․분석 역량 강화 등을 통해 더욱 철저히 검증할 것이라고 한다.

현재 조사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서는 금융추적조사․사업체 조사확대 등 자금흐름을 면밀히 확인해 탈루세금을 추징하고, 불법행위 확인 시에는 관계기관에 고발 또는 통보 조치하는 등 엄중히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사람은 거의 없다. 재력가들은 편법을 알려주는 세무업 종사자들을 끼고 산다. 안 되면 변호사를 사들여 재판을 걸어 빠져나간다. 한국의 법망은 허술하고 국세당국의 칼끝은 이들의 편법행위를 뿌리채 도려낼 만큼 예리하지 않고 무딜 뿐이다. 법을 제대로 지키는 소시민, 근로자들에게만 강한 세정의 칼날을 휘두른다고 하면 억울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