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P2P 음원파일 교환 서비스에서 시작된 소리바다가 12일 인공지능 스피커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다양한 ICT 기업들이 음원 스트리밍 인프라를 바탕으로 인공지능 인터페이스 구축에 나서는 한편 경쟁적으로 스마트 스피커 출시에 나서는 상황에서, 전통의 소리바다도 참전을 선언한 셈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현실 가능성이 낮다는 회의론도 나온다.

소리바다는 2000년 5월에 출시되어 한 때 3000만 가입자를 자랑하던 P2P 음원파일 교환 서비스다. 모바일 시대가 도래하기 전 음악을 들으려면 스트리밍이 아닌 다운로드를 해야했기 때문에, 소리바다는 이용자가 가진 MP3 파일을 서로 무료로 공유할 수 있게 만들어 큰 인기를 누렸다.

2001년 한국음반산업협회가 불법 다운로드를 방조한다는 이유로 소리바다를 고소해 한 때 서비스가 중지되기는 했으나, 2006년 완전 유료화를 선언하며 위기를 넘겼다. 이후 스트리밍 음원 서비스 시장에도 진출하는 한편 게임개발과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 소리바다가 인공지능 스마트 스피커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출처=갈무리

소리바다의 인공지능 스피커 시장 진출은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를 바탕으로 스마트 스피커가 출시되고 있는 현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실제로 카카오는 멜론, KT와 LG유플러스는 지니뮤직 등 다양한 음원 플랫폼을 바탕으로 인공지능 생태계를 준비하고 있다. 인공지능과 음원의 연결고리가 강해지며 MP3에서 시작된 전통의 강자인 소리나라도 초연결 생태계를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SK텔레콤이 SM엔터테인먼트를 비롯한 3대 기획사와 협력해 새로운 음원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발표가 있기 전, 업계에서는 SK텔레콤의 소리바다 인수설이 파다한 바 있다.

문제는 현실 가능성이다. 소리바다의 국내 음원시장 점유율은 고작 3.0%며 60%를 넘기는 멜론, 15%의 엠넷닷컴과 비교해 크게 떨어진다. 음원 경쟁력과 인공지능의 연결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음원 플랫폼 사업자의 스트리밍 경쟁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점은 불안요소다.

그 동안 공격적인 인수합병을 통한 사업다각화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지만 이번 선언이 단순히 마케팅을 위한 ‘레토릭’이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소리바다는 자신들의 인공지능 스마트 스피커 시장 진출 소식을 알리며 다가올 ‘소리바다 베스트케이뮤직 어워즈’에서 실물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어워즈는 9월에 열렸으며 무리가 없다면 올해도 9월이 될 가능성이 높다. 설이 지나면 2월이 거의 끝난다는 것을 고려하면 준비시간이 너무 짧다는 말이 나온다. 핵심 원천기술을 이미 가지고 있다면 모르지만, 3월부터 9월까지 단 6개월만에 스마트 스피커를 ‘뚝딱’ 만드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소리바다는 “자체 제작과 기술제휴 모두 검토하고 있으며, 9월까지 자체 제작이 어려우면 기술제휴를 통해 인공지능 스피커를 출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9월 실물 공개를 앞두고 어떤 방식으로 스마트 스피커를 제작해 출시할 것인지 아직 정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일각에서 ‘인공지능 스마트 스피커 출시 선언이 단순한 마케팅일 뿐’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에서는 “소리바다가 인수합병을 통해 사업 다각화를 노렸지만 제조의 영역은 처음이라 그런 것 같다”면서 “관련 기술을 확보하고 있으며 올해 어워즈 기간 스마트 스피커가 공개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