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시내의 유명 레스토랑의 음식을 평소보다 저렴한 가격에 접할 수 있는 기회인 ‘뉴욕 레스토랑 위크’. 이 기회를 이용해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친구와 함께 맨해튼의 한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했다.

평소 전채와 주요리, 후식으로 이어지는 코스 식사가 약 40달러인데 레스토랑 위크에는 29달러로 저렴해진다. 메뉴판을 주면서 이것저것 설명하는데, 밸런타인데이 스페셜이라는 코스 요리 메뉴가 이날에는 무려 100달러나 한다. 게다가 일찍 예약을 하지 않으면 자리가 아예 없다면서 이날 방문을 하고 싶으면 미리 예약을 해야 한다고 겁까지 준다.

미국의 밸런타인데이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상업화된 지 이미 오래다. 그러나 밸런타인데이에 주는 선물과 받는 사람, 이벤트 등은 한국과 조금 다르다.

한국에서 밸런타인데이는 일본의 영향을 받아서 여성이 남성에게 초콜릿을 주는 날이고 한 달 후인 3월 14일이 남성이 여성에게 사탕을 주는 날로 알려져 있다.

미국에서는 밸런타인데이에 성별과 상관없이 상대방에게 초콜릿으로 사랑을 전달하는 날이다. 이때도 단순히 남녀 사이의 연인뿐만 아니라 부부, 부모와 자녀, 조부모와 손자들까지 다양한 가족관계의 사람들이 서로에게 애정을 표현하는 날이다.

특히 밸런타인데이에 초콜릿만큼이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바로 카드다. 밸런타인데이에 정성스럽게 쓴 카드를 초콜릿이나 선물과 함께 전달하는데, 미국에서 오가는 밸런타인데이카드만 무려 1억9000만장이나 된다.

어마어마한 숫자의 카드가 배달되는 셈인데, 이 숫자에는 유치원과 초등학교 학생들이 손으로 직접 삐뚤빼뚤 만들어서 반 친구들이나 부모님에게 전달하는 카드의 숫자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하니 그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초등학생들은 밸런타인데이에 미리 학급 친구들에게 나눠줄 초콜릿이나 사탕 등을 사서 들고 가기도 하지만, 많은 학교에서 학습활동으로 밸런타인 카드 만들기나 밸런타인데이 선물 만들기 등의 수업을 하기 때문에 이때 만든 작품을 친구들과 가족들, 선생님들에게 선물한다.

아이들이 만드는 선물이다 보니 사탕으로 이어 만든 목걸이나 사탕이 들어 있는 종이비행기 등의 선물들이 눈에 띈다. 학교 선생님들도 학생들에게 밸런타인데이 선물을 전달하는데 초콜릿 외에도 어린 학생들에게는 찰흙이나 크레파스, 색연필 등을 선물로 주기도 한다.

연인들이나 부부의 경우 한국과 비슷하게 초콜릿을 주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초콜릿보다는 장미꽃이나 선물을 주는 것에 치중한다.

특히 한국에서는 연인들이 가장 외식을 많이 하는 때가 크리스마스라면, 미국에서는 밸런타인데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한국의 크리스마스 즈음에 보이는 레스토랑의 가격 폭등이 밸런타인데이 즈음에 등장한다.

많은 연인들이 밸런타인데이만큼은 집에서 식사를 하기보다 분위기가 멋진 레스토랑을 찾기 때문이다. 그래서 평소보다 2~3배 비싸진 가격의 밸런타인데이 특별 메뉴판이 등장하고 일부 레스토랑은 1인당 수백달러를 호가하는 가격을 선보이기도 한다.

어린아이들이 있는 가족들은 외식 대신 집에서 저녁을 준비하기도 하는데 이때도 특별한 기념일 저녁을 준비한다.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밸런타인데이를 위한 로맨틱한 저녁 메뉴라는 제목으로 수많은 요리법이 쏟아져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점점 상업적으로 변해가는 밸런타인데이로 인해 1인당 밸런타인데이에 사용하는 비용만 2010년에는 108달러이던 것이 2013년에는 131달러로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