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2018 평창 동계 올림픽이 개막한 가운데, 남북한 단일팀을 둘러싼 훈훈한 소식과 쇼트트랙의 금빛질주, 피겨여왕 김연아의 성화점화, 개막식 당일 공개된 인텔 슈팅스타 드론의 화려한 오륜기 라이트 쇼 퍼포먼스가 큰 화제를 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SNS 사정은 약간 다르다. 모두 충분한 화제성을 보여주고 있으나 단연 최고의 화제는 인면조와 모루겠소요 부대로 꼽힌다.

인면조는 지난 9일 개막행사에 등장해 세계인의 관심을 사로잡았다. 하얀 몸통에 큰 날개를 펼친 새의 형태지만 머리에는 사람의 얼굴이 달려있는 파격적인 스타일로 많은 이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무대에 등장한 인면조는 고구려 의복을 입은 무용수들과 함께 날개를 휘두르며 신명나는 춤사위를 보여줬다. 뭔가 허술해 보이지만 의미가 있어보인다는 평가가 많다. 무표정 인면의 모습이 색다르다는 말도 나온다.

▲ 인면조를 제작하고 있다. 출처=배일환 작가 SNS

인면조는 생소해 보이지만 동아시아 여러 신화에 등장하는 '신스틸러'다. 불가에서는 칼라빈카로 불리며 극락정토에 사는 불로불사의 존재다. 유럽에서는 인면조를 불길한 동물로 묘사하지만 동양에서 인면조는 만수무강, 천상의 존재로 귀한 '신수'다. 하늘과 사람의 존재를 연결하는 전령의 역할도 수행한다. 마치 드래곤이 유럽에서는 공포와 파괴의 상징인반면, 동양의 용이 상서로움을 상징하는 것과 비슷하다. 고구려 무용총에는 인면조의 벽화가 그려져있다.

인면조를 제작한 배일환 작가는 SNS를 통해 인면조에 쏟아지는 관심을 두고 '감사하다'는 인사를 남겼다. 그는 "뜻밖의 반응이 너무 놀랍다"면서 "우리 아이를 사랑해 주셔서 너무 감사하다"는 소감을 밝혔다.

인면조의 인기는 패러디로 쏟아지고 있다. 인면조의 무표정한 얼굴이 배우 이광수, 이종격투기 파이터 김동현과 닮았다며 이를 비교하는 이미지가 퍼지고 있으며 중국의 영물인 '탁비'와 닮았다는 말도 나온다. 탁비는 중국 차지산에 산다는 인면조며 벼락을 막아준다는 전설로 유명하다. 게임 커뮤니티에서는 몬스터로 합성된 인면조의 모습도 나오고 있다.

인면조와 함께 눈길을 끄는 것이 바로 '모루겠소요'다.

올림픽이 열리고 있는 알펜시아 리조트 앞에는 한국의 김지현 작가가 만든 '총알맨들'이라는 조각상이 있다. 올림픽과 무관하게 세워진 조각상이며 나체의 남자들이 고개를 숙이고 있고, 머리에는 투구를 뒤집어 쓴 형상이다. 투구로 대표되는 제도권의 억압에 부동자세를 취한 현대인의 모습을 형상화한 조각상이다.

▲ 일본 트위터에 소개된 총알맨들. 출처=갈무리

재미있는 점은 이 총알맨들 조각상이 일본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끈 대목이다. 올림픽을 관람하러 온 일본인들이 '총알맨들' 조각상을 보며 자원봉사자들에게 '이건 뭐냐'고 물었고 관련 정보가 없던 자원봉사자들은 "모르겠어요"라고 답했다고 한다. 그러자 일본 관람객들은 총알맨들의 이름이 '모루겠소요'라는 것으로 알았고, 이것이 큰 화제가 됐다. 한 일본 매체가 '모루겠소요'를 조명하는 뉴스를 보도하자 현재 많은 커뮤니티에서 이를 패러디한 이미지가 번지고 있다. 평창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삼척 해신당 공원의 남근 조각상과 비교하는 사람들도 생겼다.

인면조가 몬스터 두목, 모루겠소요가 스타워즈에 등장하는 제국군처럼 부하로 나오는 콜라보 패러디까지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올림픽의 정식 마스코트인 수호랑과 반다비가 인면조와 모루겠소요에 밀려 존재감을 잃어가고 있다며, 이들이 땅에 떨어진 존재감을 되찾기위해 인면조와 모루겠소요 부대에 맞서는 패러디까지 나오고 있다.

서브컬처의 확장, 스토리텔링의 흐름적 측면에서 재미있는 현상이라는 말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