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Tech in Asia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중국 푸젠성(福建省)의 12살짜리 초등학생 첸 쿤지에는 4살 때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고, 7살 때에는 태권도, 10살 때 수학 올림피아드를 위한 과외를 받았다. 이러한 방과 후 과외는 중국 어린이에게 매우 일반적이다. 11살이던 지난해부터는 한 가지 더 추가됐다. 바로 ‘컴퓨팅 코딩’이다.

중국 남동부의 푸저우(福州)에서 기술 고등학교 교사로 일하고 있는 아버지 첸 유는 “쿤지에는 수학과 게임을 아주 잘하기 때문에 코딩도 동시에 배울 수 있을 것”이라며 그의 아들이 세계에서 가장 큰 온라인 게임 회사인 텐센트 홀딩스(Tencent Holdings Ltd.)에서 게임 프로그래머가 돼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벤처 투자자와 교육 스타트업들도 어린이들에게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가르치는 일에 나섰고 정부는 이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중국을 기술 강국으로 만드는데 코딩 기술을 매우 중요시하고 있다.

다만 어린이들에게 수학이나 영어를 가르치는 것만 알고 있었던 부모들만 코딩을 이해하지 못할 뿐이다.

벤처 캐피털리스트 장 리준은 지난 5년간 교육 스타트업에 투자해 왔다.

"코딩은 학생과 업계 모두에게, 영어만큼 중요한 과목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일이 언제 일어날 지는 아무도 모르지요.”

그는 코딩에 대한 부모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고 말한다. 그건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아직까지 코딩은 대학 입학의 시험 과목이 아니어서 지금 아이들에게 코딩을 가르치는 것은 대학에 들어갈 기회를 망칠 수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들에겐 오직 영어와 수학이 있을 뿐이다.

대개 한 명의 자녀를 둔 중국 가구는, 자녀가 유망한 직업을 갖게 되는 통로로 간주되는 일류 대학 입학 기회를 향상시키기 위해 기꺼이 많은 돈을 지출한다.

북경대학이 4000 가구 이상을 상대로 시행한 조사에 따르면, 2016~17 학년도에 중국 가구는 중고등 학교 사교육에 1조 9000억 위안(330조원)을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이 지출액의 3분의 1은 영어와 수학 과외에 사용됐다.

첸은 쿤지에에게 온라인 코딩 과정을 얼마나 오래 계속 배우게 할 것인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5학년이 되면서 이미 지난 거의 매일 밤 11시 넘어 까지 해야 할 만큼 숙제가 많기 때문이다. 쿤지에의 숙제는 내년이면 더 많아질 것이다. 그의 학교 진로를 좌우할 첫 번째 중요한 장애물인 중학교 입학시험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부모로서 우리의 마음은 괴롭습니다”

이런 열풍은 중국 ‘타이거 맘’(Tiger mom)들이 주도하고 있다. 타이거 맘은 자녀를 혹독하게 교육하는 학부모를 뜻한다. 특히 이들은 1980년대 1가구 1자녀 정책에 따라 부모의 전폭적인 지원을 한 몸에 받고 자란 소황제(가정에서 황제처럼 군림하는 외동아이) 세대로, 자녀 교육열이 한층 뜨겁다.

자녀를 위해 연 3천 달러(318만원)짜리 코딩 수업을 등록하는가 하면 350달러(37만원)인 레고 로봇세트를 척척 사주고, 미국 로봇 경진대회 참가를 위해 7300달러(775만원)도 아낌없이 쓴다.

그러나 소위 STEM(과학, 기술, 공학 및 수학) 분야의 졸업생이 다른 나라보다 많이 배출되었고, 정부에서도 테크노크라트(technocrat, 기술 관료)를 중용하고 있지만, 중국에서 코딩을 초중등 필수 과목을 채택하는 속도는 매우 더디었다. 그런데 이제 변하기 시작했다.

2015년 이후 중국 정부는 학교에서 코딩을 포함한 STEM 교육을 실험하도록 장려하는 지침을 발표해 왔다.

그러나 중국 교육부의 계획에는, STEM 교육에 대한 국가 표준을 설정하고 교사들을 위한 교육을 제공하며 그 외 여러 도구를 제공하는 일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고 기술되어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 1월에 코딩이 고등학교 커리큘럼의 일부가 될 것이라고 발표했지만, 기한을 정하지는 않았다. 초등 학교도 몇 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비해 영국은 2014년에, 5세 어린이 수업에 코딩을 포함시키는 전국적인 컴퓨터 교과 과정을 채택했다.

작년 시범 프로젝트에서, 중국 저장성(浙江省) 동부 해안 도시에서는 코딩을 포함하는 정보 기술을 대학 입학 시험의 과목에 포함시켰다.

이는 교육 기술 산업에 이 분야가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는 분위기를 심어주는 계기가 되었다.

컴퓨터 프로그래밍 학습을 위한 교육 도구를 제공하는 선전(深圳)의 벤처 기업 메이크블럭 (Makeblock Co. Ltd)의 최고 경영자(CEO)인 왕 지안준은 이렇게 말한다.

"중국 정부의 특징은, 무언가를 촉진하기를 원한다면 매우 빠르게 일을 진행한다는 것입니다."

메이크블럭은 2014년에 먼저 유럽 시장에 진출했지만 2016년까지는 중국 시장에 진입하지 않았다. 현재 유럽이 가장 큰 시장이지만, 중국은 빠르게 성장해 두 번째 큰 시장이 되었다.

영어 교육 스타트업은 여전히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 1대 1 온라인 영어 강좌를 제공하는 브아이피키드(VIPKID)라는 회사는 작년 8월에 2억 달러의 자금 조달에 성공하며 회사 가치를 15억 달러로 끌어 올렸다. 그러나 STEM 스타트업도 주목 받고 있다. 2017년의 첫 8개월 동안, 코딩 교육을 포함한 STEM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9건에 3억 1600만 위안(550억원)의 자금이 투입됐다. 2016년 한 해 동안에는 8건에 1억 7800만 위안(309억원)의 투자가 이루어졌었다.

중국 영어과외 학습의 원조격이라 할 수 있는 뉴오리엔탈 교육기술그룹(New Oriental Education and Technology Group)은 이번 주 어린이 프로그래밍을 가르치는 스타트업에 2천만 위안(약 35억원)을 투자했다.

선전의 공장에서 일하는 라이 키안퀴안은 작년 5월, 온라인 코딩 과정에 7살짜리 아들을 등록시켰다. 그녀는 아이가 코딩을 좋아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녀의 친구들은 여전히 ​​자녀들을 코딩 수업에 등록하는 것을 꺼려하고 있다고 그녀는 말한다. 시간 당 100위안(1만 7400원)이면, 그들은 당연히 코딩보다 영어와 수학을 선택할 것이다.

라이 키안퀴안의 아들과 11살 쿤지에에게 온라인 코딩 과정을 제공하는 선전 다이안마오기술(Shenzhen Dianmao Technology Company Ltd.)의 CEO 리 티안치는 오늘날 코딩을 배우는 것이 과거 30년 동안 영어를 배운 것과 같다는 것을 더 많은 학부모가 깨달아야 한다고 말한다.

"코드을 배운다고 해서 꼭 프로그래머가 되지 않아도 좋습니다. 그러나 코딩은 미래의 열쇠입니다. 영어를 마스터하는 것이 세계화 시대에 요구되는 기본적인 기술이라면, 코딩은 AI 시대의 기본 기술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