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조태진 법조전문기자/변호사 ] 박근혜 전 대통령, 최서원(개명전 최순실) 등 국정농단 세력에 대한 뇌물 제공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에 대한 형사 1심 선고를 하루 앞두고, 법조계 내에서도 선고결과에 대한 예측이 분분하다.

우선은 신 회장의 낙승을 점치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같은 혐의로 구속되었던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 5일 징역 2년 6개월, 집행유예 4년을 선고 받아 353일 만에 석방됐고, 재판과정에서 이 부회장은 물론 신 회장 역시 일관되게 주장해 온 ‘요구형 뇌물’주장이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특히 신 회장 사건을 맡고 있는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 합의 22부 재판부는 당초 지난달 26일로 예정되었던 선고기일을 이 부회장 항소심 선고기일 이후인 이번달 13일로 연기하는 등 이 부회장 항소심 선고결과를 적극 참고할 뜻을 내비친 만큼, 신 회장으로서는 선고 결과에 대한 기대요소가 많은 편이다.

이 경우 면세점 사업권을 재승인 받기 위해 최씨 세력과 연결된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제공한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12월 징역 4년 및 70억원에 대한 추징 구형을 받은 신 회장은 이 부회장과 마찬가지로 국정농단 세력의 ‘피해자’로서 선처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 항소심 사건에서 이 부회장이 K스포츠 재단에 제공한 출연금 일체가 무죄 판단을 받은 만큼 신 회장 역시 같은 취지로 무죄 선고를 받지 않겠느냐는 조심스러운 예측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이 부회장 사건 결과가 신 회장 사건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결과까지 동일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유력하다.

‘제3자 뇌물공여죄’에서는 ‘부정한 청탁’이 죄의 성립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데, ‘부정한 청탁’이 있었는지에 대한 판단은 두 사건이 서로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부회장은 K스포츠 재단이 최씨의 사익을 위해 설립·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주장했고, 이 같은 내용은 1·2심 모두에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신 회장의 경우 당초 K스포츠재단에 45억원을 출연한 후 70억원을 추가로 지원한 만큼 최소한 70억원을 출연한 시점에서는 K스포츠재단의 실체를 알았을 것이라는 추측이 충분히 가능하다. 

출연 목적 역시 경영권 승계와 같은 ‘포괄적’ 현안이 아닌 서울 시내면세점 재승인이라는 ‘구체적’현안과 관련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이 부회장 사건의 결과를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또한 박 전 대통령과의 독대와 관련해서는 독대 내용은 물론, 정확한 독대 일시나 횟수까지도 불명확해 논란이 됐던 이 부회장의 경우와 달리 신 회장의 경우는 독대의 경위, 일시 등에 대해 별다른 논란이 없을뿐더러 재판 과정에서는 독대 내용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현출되었을 것으로 보여 신 회장에 대한 무죄 선고는 장담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무엇보다도 신 회장은 지난해 12월 1000억원대의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됐으나, 사실상 무죄나 다름없는 징역 1년8개월, 집행유예 2년의 ‘솜방망이’ 처벌로 여론의 지탄을 받고 있어, 재판부로서는 이번 사건까지 무죄 선고하기에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지난해 구금생활을 시작해 1년 가까이 미결구금 상태로 사실상의 실형을 살았던 이 부회장과 비교해 보더라도 신 회장은 재판기간 내내 재벌 총수로서 정상적인 사업 활동을 하며 그룹을 경영해 온 만큼 신 회장에 대한 무죄 선고는 재벌 총수 간에도 형평성 문제를 야기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과연 신 회장이 이 부회장처럼 꽃길을 걸을 수 있을지는 끝까지 지켜봐야 할 문제지만, 단지 이 부회장 항소심 선고만 보고 신 회장이 표정관리를 하며 미소 짓기에는 다소 이른 감이 없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