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하원이 지난 9일(현지시각) 2년간 지출한도를 3000억달러 늘리는 내용의 임시 예산안을 통과시키면서 셧다운(연방정부 업무 부분 정지)는 5시간 반 만에 종료됐다.

▲ 미국 텍사스주 브라이언 마운드 전략비축유(SPR) 저장기지 파이이프라인.출처=미국 에너지부

예산안에는 재정 지출에 필요한 경비 조달을 위해 연방전략비축유(SPR)의 15%인 1억배럴을을 10년간 매각하기로 한 게 포함됐다. 이를 놓고 미국에선 찬반양론이 나오고 있다. 미국의 산유량이 늘고 수입이 줄고 있는 만큼 불필요한 원유를 파는 것이라는 옹호론이 나오고 안전망을 없애는 것이란 비판론이 맞서고 있다.

미국내 논쟁과는 별개로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가 유가를 안정시키겠다며 하루 180만배럴 감산합의를 이행하고 있지만 감산합의 종료 후 산유국들이 원유를 마구 쏟아낼 것으로 보이는네다 미국도 하루 1000만배럴 이상의 원유를 쏟아내고 있는 가운데 추가로 이 정도 물량이 나올 경우 유가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마켓워치 등 미국 매체에 따르면, 미국 상하양원은 지출한도 확대에 따른 경비 조달을 위해 SPR을 2022년부터 2027년까지 1억배럴 추가로 매각하기로 했다.

▲SPR 저장기지.출처=미국 에너지부

이에 따라 양원 합의안에 따르면, 미국 에너지부는 2022년부터 2025년까지 3000만배럴, 2026 회계연도에 3500만밸럴, 2027 회계연도에 3500만배럴을 각각 매각한다. 매각 수입은 현재 배럴당 60달러 수준을 적용하면 대략 60억달러에 이른다. 이번 매각이 실행된다면 미국의 SPR 은 3억3000만배럴로 줄어든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2018 회계연도 예산안에서  SPR의 절반을 매각해 2018회계연도에 5억달러를 비롯해 10년간 166억달러의 수입을 올릴 계획을 담았으나 공화당 반대로 입법화하지 못했다.

미국이 석유쇼크 이후인 1975년부터 비축한 SPR은 2017년 12월31일 현재 6억6260만배럴에 이른다 SPR은 텍사스주와 루이지애나주의 지하 동굴에 저장돼 있다. 텍사스주 브라이언 마운드 저장기지는 0개 동굴에 2억3480만배럴, 텍사스주 빅힐 저장기지는 14개 동굴에 1억5540만배럴을 저장하고 있고, 루이지애나주 웨스트해커베리 기지는 22개 동굴에 2억60만배럴을,루이지애나주 바이유 촉타 저장기지는 6개 동굴에 718만배럴을 각각 저장하고 있다. 총 저장능력은 7억1350만배럴이다.

비판론자들은 SPR 매각을 어리석은 근시안 조치라고 비판한다. 클리어뷰 에너지 파트너스는 블룸버그통신에 “이는 미국 역사상 비상시가 아닌 최대 매각”이라면서 “이는 안전망의 청산과 거의 같다”고 비판했다.

더욱이 SPR 매각 수입은 에너지 인프라 수리 펀드가 아닌 미국 국고로 들어간다는 점이다. 예산합의안이 올해 요구한 3억5000만달러어치(배럴당 60달러 계산시 약 580만배럴) 원유 매각 대금은 2015년 SPR 시설 유지보수 등을 위해 마련된 에너지안보인프라현대화기금으로 귀속된다.

전략에너지경제조사 연구소의 마이컬 린치(Michael Lynch)는 마켓워치에 “미국의 원유수입이 감소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미국은 대량의 SPR이 필요하지 않다”면서 “수년 간에 걸친 매각 계획은 흔치 않은 것이며 다른 어떤 것보다 세입증대 요구를 반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매각 수입은 매각이 발행한 해에 미국 재무부로 들어간다.

제임스 윌리엄스 WTRG이코노믹스 에너지 이코노미스트는 마켓워치에 이번 매각을 ‘불필요한 건물을 매각하는 정부'에 비유하며 옹호했다. 윌리엄스 이코노미스트는 “SPR의 본래 의도는 3개월치 석유수입을 대체하기에 충분한 원유를 확보하자는 것”이라면서 “국내 생산이 증가하고 있는데다 수입은 줄고 있어 이전보다 대체분을 확보하는 데 시간이 덜 걸린다”고 말했다.

윌리엄스는 1억배럴을 팔면 비축유는 약 5억5000만배럴 남고 이는 원유 7개월 수입분을 충당하기에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현재보다 비싼 가격에 산 비축유를 싼값에 매각하는 것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