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저 불빛들 다 뭐야? 너무 예쁘다. 홀로그램인가? 아니면 드론으로 만든건가?"
"설마, 드론이 저렇게 하늘을 동시에 날며 궤적을 남기기는 어려워. 평창에 바람이 얼마나 부는데 다 추락할걸?"

2018 평창 동계 올림픽이 9일 정식으로 개막한 가운데, 개막식 현장의 밤을 화려하게 수놓은 '라이트 쇼'가 전 세계인의 마음을 휘어잡았다. 100명의 스키어와 100명의 스노보더가 순백의 설원을 질주하던 중 갑자기 어둠이 몰려오나 싶더니 현란한 불빛이 올림픽을 상징하는 다섯개 동그라미 궤적을 그렸다.

처음 평창의 밤하늘에 그려진 올림픽 심볼을 두고 많은 사람들은 홀로그램일 것으로 생각했다. 다수의 드론을 동시에 날려 고정된 간격으로 무늬를 그리는 것은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림픽 개막의 전야를 화려하게 장식한 라이트 쇼의 주인공은 드론으로 밝혀졌다. 주인공은 `인텔의 슈팅스타 드론`이다.

▲ 인텔 슈팅 스타가 밤 하늘을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다. 출처=인텔

드론 라이트 쇼, 한 명이 조종했다

전 세계인을 놀라게 만든 드론의 라이팅쇼의 주인공은 인텔이 만든 슈팅스타 드론이다. 폐쇄형 프로펠러 쿼드콥터(Quadcopter with encased propellers)로 분류되는 슈팅스타는 가로, 세로, 높이가 각각 384 x 384 x 93mm에 불과하며 회전직경은 6인치다. 최대 이륙 무게는 330g이며 최대 8분 비행이 가능하다. 최대 속도는 3m/s이다.

인텔 슈팅스타는 이번 라이트 쇼를 위해 특별히 제작된 것이다. 인텔 코리아에 따르면 LED 조명을 내부에 장착한 인텔 슈팅스타는 하늘 위를 비행하면서 40억 가지가 넘는 색의 조합을 연출해낼 수 있다. 유연한 플라스틱 및 폼으로 이루어진 프레임으로 제작되었다는 설명이다.

더 놀라운 사실은, 개막식 당시 라이팅쇼를 단 한 사람이 조작했다는 것이다. 테스트를 거치며 평창의 밤 하늘을 불어오는 강풍에 견딜 수 있게 조작되었고 시스템의 소프트웨어 및 애니메이션 인터페이스를 통하면 짧게는 몇 일, 길게는 몇 주 만에 드론 라이트 쇼를 기획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인텔은 자사의 고유한 알고리즘을 통해 레퍼런스 이미지의 사용, 라이트 쇼에 필요한 드론 수의 신속한 계산, 하늘 위에서 이미지를 그려 내기 위한 드론의 위치 파악 및 최단 경로의 공식화를 수행함으로써 애니메이션 프로세스를 자동화했다.

이번에 보여준 슈팅스타 라이트 쇼는 기네스북에도 올랐다. 1218대의 드론이 동시에 하늘로 올라 최다 무인항공기 공중 동시 비행’ 부문 기네스 세계 기록을 경신했다는 설명이다. 종전 기록은 2016년 독일에서 인텔의 500대의 드론 비행으로 작성된 바 있다.

다만 개막식 당일 슈팅스타가 실제 평창의 하늘을 100% 날았던 것은 아니다. 실제 녹화된 장면이 대부분이다. TV를 시청하던 시청자들은 생중계 방송화면에 사전 녹화된 1218대의 슈팅스타의 활약이 합쳐진 합성화면을 본 것이다. 그러나 1218대의 드론으로 일사분란하게 비행을 성공시키는 한편, 이 모든 작업을 한 사람이 담당했다는 것은 놀라운 ICT 성과다.

▲ 성화봉송 당시 KT가 드론을 활용하는 현장. 출처=KT

증강현실부터 스마트시티까지

2018 평창 동계 올림픽은 세계인의 동계 축제임과 동시에 우리나라의 IT기술을 과시한 ICT 올림픽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었다. 실제로 이희범 평창 동계 올림픽 조직위원장은 개막식을 통해 "세계인의 축제이면서, ICT 시대를 미리 살펴볼 수 있는 미래의 장"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각 통신사들이 의욕적으로 5G 네트워크를 구축했으며 지상파 UHD 방송도 전격적으로 단행되고 있다. 주요 ICT, 전자 기업들은 올림픽이 열리는 현장 곳곳에 홍보관을 세우는 한편 자신들의 초연결 사물인터넷 기술력을 뽐내고 있다.

개막식에도 ICT 올림픽의 면모가 크게 강조됐다. 개막식 초반 '평화의 땅'이라는 주제로 고구려 벽화 속 사신도가 깨어나는 장면은 현대 특수효과의 정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강원도 다섯 아이가 펼치는 모험이 이어지며 '모두를 위한 미래'로 꾸려진 주제는 4차 산업혁명의 미래를 그대로 가져왔다. 강원도의 다섯 아이는 시간의 강 끝에서 빛나는 미래의 문을 통과해 초연결 사물인터넷 시대로 만들어진 `스마트시티` 곳곳을 여행하게 된다. 다섯 아이의 미래 직업은 인공지능 로봇을 개발하는 과학자, 증강현실과 가상현실을 활용해 전 세계에서 공연을 펼치는 가수, 실감현실을 이용해 아이들에게 한글을 가르치는 교사, 스마트시티를 개발하는 도시 공학자 등이다.

미래 ICT 기술 모두가 총집결했다. 인공지능을 바탕으로 로봇과 사람이 공존하는 한편,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의 인프라를 통해 스마트시티를 완성한다는 그림은 4차 산업혁명의 미래를 제대로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