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GM로고. 사진=위키커먼스

[이코노믹리뷰=장영성 기자] 제네럴모터스(GM)가 자회사인 한국GM의 경영난을 해소하기 위해 한국 정부에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GM은 정부 지원이 여의치 않다면 철수할 가능성도 크다. 정부는 GM의 요구를 파악하고 신중한 협상을 진행할 방침이다. 한국GM의 고용인력은 약 30만명에 달해 대량실업 사태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고형권 기재부 1차관은 9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지난달 중하순 배리 엥글 GM인터내셔널 신임 사장이 정부의 협조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이 이날 “GM 측과 금융, 증자, 재정 지원 가능성을 포괄적으로 얘기했느냐”고 묻자 고 차관은 “그렇다”고 대답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 관계자는 “지난달 면담에서는 세부 제안이 없었지만 이후 GM측이 투자 조건으로 외국인투자지역 지정 등을 거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외국인투자지역으로 지정받으면 단지 조성 땅값의 절반가량을 정부 예산으로 지원받을 수 있다. 입주 기업은 7년간 법인세와 소득세가 면제된다. 외국인투자지역 지정은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가 심의·지정한다.

GM 본사는 또 2대 주주인 산업은행에 증자에 참여해 줄 것을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은 한국GM의 지분 17%를 보유한 2대 주주다. GM은 이를 위해 최소 30만대 이상 추가 수출할 수 있는 신차를 한국GM에 배정하는 것을 조건을 내걸었다. 금융계에선 GM이 증자 형식으로 2조~3조원을 투자하게 되면 산은이 5000억원가량 추가 투자해야 할 것으로 예상한다.

GM은 한국 정부 지원이 어려울 경우 한국GM을 팔고 철수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GM은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유럽 사업 철수, 호주·인도네시아 공장 철수, 인도 내수시장 철수 등 글로벌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엥글 사장은 지난 7일부터 오는 10일까지 3박4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해 이해관계기관들을 만나 한국GM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한국GM의 경영 상황은 심각한 수준이다. 한국GM은 2017년 판매가 전년 대비 12.2% 감소하는 등 6000억원쯤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4년간 누적적자는 2조5000억원에 이른다. 2016년 말 기준 부채비율은 3만%에 이른다.

가장 큰 문제는 GM의 철수로 인한 대량실업 사태다. 한국GM의 직·간접 고용 인력은 30만명에 가깝다. 한국 정부와 산은이 GM의 지원 요구를 무시하기 어려운 이유다.

정부는 GM이 구체적인 요구 조건을 제시하면 협상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고형권 차관과 기재부·산업부의 담당 간부는 GM이 아직 정부에 구체적으로 요구해 온 건 없다고 말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장관은 이날 한국GM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와 협의하면서 중요 의사 결정을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한국GM에 대한 지원 가닥을 잡는다면, 회사의 적자가 누적된 원인을 찾고 적자규모를 정확히 확인하기 위해 회계감리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의혹이 일고 있는 부분은 한국GM이 운영자금 부족과 관련, ▲GM홀딩스로부터 2조4000억원을 차입한데 대해 5%대의 고이자율을 지급한 점 ▲GM 본사에 차를 수출하는 과정에 원가율이 90%로 원가에 가깝게 차를 판매하고 연구개발비를 자산이 아닌 비용으로 처리한 점 ▲본사에 업무추진비로 매년 수백억원을 제공한 점 등이다. 이에 대한 적절성 여부를 회계감리를 통해 확인해야 추가적 지원책이 모색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