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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믹리뷰=김서온 기자] # 서울 종로구 혜화동에 거주하는 대학생 A씨는 겨울 한파가 두렵다. 바로 거주하는 곳의 보일러가 동파될 확률이 굉장히 높기 때문이다. A씨가 거주하는 원룸은 보일러가 외벽에 설치돼 있어 동파를 예방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했지만 지난해 결국 보일러 동파로 15만원이 넘는 돈을 주고 고쳤다. 집 주인에게 전화를 걸어 애초에 원룸을 지을 때 외벽에 설치한 보일러 때문이라도 말해봤지만 주인은 알아서 하라는 말뿐이었다.

한파가 몰아치는 겨울철이면  임대인(집주인)과 임차인(세입자) 사이의 보일러 동파 등을 둘러싼 주택임대차 분쟁이 흔하게 발생한다.  11일 대한법률구조공단 주택임대차 분쟁조정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1월 보일러와 배수관 고장, 동파, 외벽 결로, 곰팡이 등으로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 분쟁조정을 신청한 건수는 80여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보일러 동파 접수건수는 10여건으로 조사됐다.

겨울철 강추위로 인해 배관이나 보일러가 동파됐다면 임대인과 임차인 중 누구의 책임일까?

상황에 따라 책임여부는 다르지만 동파의 책임은 원칙으로 임차인에게 있다. 특히 임차인이 동파를 방지할 수 있을 경우 임차인은 목적물을 계약 기간 중에 사용하고 수익에 필요한 상태를 유지할 의무가 있다. 즉, 세입자는 관리자의 주의로 임대받은 시설물을 보존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집주인인 임대인 역시 임대한 건물이 임대차 계약에 따라 세입자가 원활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수리 유지할 책임이 있다. 특히 A씨의 경우처럼 벽이나 천정 안에 매설돼 있는 배관이나 외벽에 설치된 보일러가 겨울철 한파로 동파되는 것은 불가항력적인 일이므로 이를 전적으로 세입자 책임으로 돌리는 것은 분쟁의 요인이 된다.

이창록 법무법인 공유 변호사는 “임대차계약에서 목적물에 파손 또는 장해가 생긴 경우 그것이 임차인이 별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손쉽게 고칠 수 있을 정도의 사소한 것이어서 임차인의 사용·수익을 방해할 정도의 것이 아니라면 임대인은 수선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면서 “그것을 수선하지 않으면 임차인이 계약에 의해 정해진 목적에 따라 사용·수익할 수 없는 상태로 될 정도의 것이라면 임대인은 수선의무를 부담한다 그러나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그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권강수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는 “수도관이 동파가 됐을 때 수리비를 세입자가 내느냐, 집주인이 내느냐에 대해서 갑론을박이 있지만 동파의 원인이 건물의 하자 때문이라면 집주인이, 거주자의 관리 소홀로 동파가 됐다면 세입자가 수리비를 무는 것이 맞다”고 했다.

권 이사는 “동파 수리비에 대한 책임은 건물의 용도나 주인 동거 여부 등에 따라서도 다를 수 있다”면서 “집주인과 함께 거주하는 다가구 주택의 경우 집주인이 동파 수리를 해주는 경우가 많고 공동주택, 다세대주택처럼 각 호실 별 주인이 따로 있고 주인이 함께 살지 않는 경우라면 세입자가 직접 수리하는 사례가 많다”고 설명했다.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동파문제는 임대차 계약에 있어서 양측의 권리와 의무가 양립하는 사항이다.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 분쟁의 골이 깊어지는 경우 임대인과 임차인 소송까지 가는 경우도 많다.

서울 주택임대차 분쟁조정위원회 상임위원인 최재석 변호사는 겨울철 보일러와 배수관 동파 분쟁은 두 가지 측면을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첫째 임대인은 겨울철에 보일러, 상하수도와 관련해 주의 깊게 관리를 해야 한다. 동파 위험성을 세입자에게 알리고 동파를 방지해 물을 틀어놓거나 장기 출타시 동파 가능성 등 주의 의무를 챙겨야 한다.

임차인은 세를 들어 사는 입장에서는 주의 사항을 성실히 이행해야 한다. 그러나 동파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경우도 있다. 배수관이 지하 깊게 매설돼 있지 않거나 혹한에 취약해 얼게 되면 집합건물 경우에 원인이 정확하게 규명하기 어려워 임차인의 잘못으로 돌리는 경우도 많다. 또 건축법상 보일러 등과 같은 시설물을 외부에 설치하는 것은 불법이지만 원룸 임대인들의 불법 개조나 건축으로 임차인이 아무리 관리를 잘해도 한파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최 변호사는 “동파와 관련된 분쟁 조정 신청은 겨울철이면 끊이지 않고 접수된다”면서 “주택임대차 분쟁조정위원회에서는 사실 관계를 따지고 철저하게 확인한 부분 내에서 어떤 점이 취약 요소인지 파악해 양측이 원만하게 합의에 이를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대한법류구조공단에서 운영하는 주택임대차 조정위원회는 서울중앙지부를 비롯해 부산, 수원, 광주, 대전, 대구 등 6개가 설치돼 있다. 보증금과 임차 주택 반환에 관한 분쟁, 임차주택의 유지 또는 수선 의무에 관한 분쟁, 임대차 계약 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의 분쟁 등을 원만히 해결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