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허지은 기자] 가상통화(가상화폐)를 둘러싼 투자 열기가 가시지 않으면서 시장에 뛰어드는 거래소가 점점 늘고 있다. 그러나 해킹에서 시세조작 의혹까지 거래소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으면서 거래소의 도덕적 해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가상통화 정보업체 코인힐스에 따르면 10일 현재 전세계에서 운영되고 있는 가상통화 거래소는 124개에 달한다. 국내 거래소는 업비트, 빗썸, 코인원, 고팍스, 코빗 등 한국블록체인협회에 등록된 거래소 25곳을 비롯해 신규 거래소 30여곳이 거래 개시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직원 수만 수백명에 이르는 곳에서 자본금 5000만원의 소규모까지 거래소 양상은 천차만별이다.

늘어나는 거래소 숫자만큼 그를 둘러싼 논란의 가짓수도 늘어나고 있다. 가상통화 해킹은 가장 대표적인 거래소 문제 중 하나다. 지난 2014년 마운트곡스 해킹을 시작으로 유빗(구 야피존), 코인이즈, 코인체크 등 전세계 가상통화 거래소는 해킹과의 전쟁에서 줄줄이 패배를 선언했다. 거래소는 해킹에 안전한 콜드월렛 비중을 높이면서 나름의 대처에 나서고 있지만 갈수록 정밀해지는 해킹 기술에 애로가 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 해킹은 가상통화 거래소에서 가장 쉽게 발생하는 논란 중 하나다. 출처=픽사베이

해킹은 거래소 크기와는 상관없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일본 최대 가상통화 거래소인 코인체크는 해킹으로 뉴이코노미무브먼트(NEM) 코인 5억여개를 도난당해 580억엔(약 5700억원)의 피해를 입었다. 코인체크는 전체 손실액의 90%가량을 보상하겠다고 나섰으나 아직 26만 명 회원의 개별 피해액을 파악하는 단계에 있다. 지난해 7월에는 국내 2위 거래소인 빗썸이 해킹으로 고객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사고를 겪었다. 수십명의 회원이 최대 수십억원에 가까운 피해를 입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달 둘째 주 가상통화 가격 폭락의 기폭제가 됐던 일명 ‘테더 사태’ 역시 홍콩 거래소 비트피넥스를 중심으로 불거졌다. 테더는 달러와 연동(페그)된 가상통화로 테더를 발급받으면 1:1 비율로 달러와 교환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비트피넥스는 자회사 테더 리미티드를 통해 테더를 발행했을 뿐만 아니라 테더 거래가 집중적으로 이뤄진 거래소로, 지난해 12월 테더 발행량을 대폭 늘리며 시세 조작에 나섰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와 관련해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상원에서는 일명 ‘테더 청문회’가 열렸다. 크리스 지안카를로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의장과 제이 클레이튼 증권거래위원회(SEC) 의장 주재로 열린 이날 청문회는 최근의 테더 사태와 더불어 가상통화 정책 방향성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청문회 결과 미 금융당국이 가상통화의 장래성을 인정한다는 코멘트가 나오며 가상통화 폭락장은 반등에 성공했다. 그러나 이날 테더 사태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던 것으로 밝혀지며 테더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가상통화 거래소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자 일각에서는 자격미달 거래소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일부 거래소 중에는 제대로 된 보안 기술도 갖추지 못한 채 일단 회원부터 모집해 영업을 시작하는 곳도 많다”면서 “특정금융정보법에 가상통화 거래소를 포함해 자금세탁 방지 의무 등 거래소 규율을 강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내놓은 거래 실명제도 자격미달 거래소를 완전히 걸러낼 수 있는 방안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한국블록체인협회가 지난해 12월 내놓은 자율규제안에 따르면 거래소를 운영하려면 자기자본 최소 20억원에 해킹방지를 위해 콜드월렛 70% 등을 보유해야 하지만 이에 대한 강제성은 없다. 대부분 거래소들은 콜드월렛 비중을 70% 이상으로 유지하고 있으나 전체 거래대금이 워낙 많다보니 퍼센테이지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루에도 수 조원이 오고가는 국내 대형 거래소에서는 핫월렛에 있는 30%만 해킹을 당해도 피해가 크다는 지적이다.

국내 거래소의 한 관계자는 “문제가 있는 거래소가 계속 운영될 경우 피해는 결국 투자자의 몫”이라며 “보다 투명한 가상통화 시장을 위해 정부와 국회가 관련 법 제정에 힘 써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