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해 한해 동안 거둔 세금이 당초 예상보다 14조3000억원 더 걷힌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쓰고 남은 돈을 올해 쓸 돈으로 넘긴 세계잉여금도 10년 만에 최대를 기록하며 3년 연속 '흑자 살림'을 했다.

기획재정부는 9일 오후 한국재정정보원에서 '2017 회계연도 정부 세입·세출 실적'을 마감·확정하고 이같이 밝혔다.

▲ 2017 회계연도 세입 세출 마감 결과.출처=기획예산처

지난해 총세입(국세수입과 세외수입)과 총세출은 각각 359조5000억원, 342조9000억원으로 집계했다. 예상보다 14조4000억원 더 걷은 셈이다. 여기서 이월액 4조9000억원을 제외한 세계잉여금은 11조3000억원 흑자를 기록했다.

정부는 세계잉여금 중 10조원은 국가재정법에 따라 지방 교부세·교부금, 공적자금상환기금 출연, 채무 상환 등에 사용하고 나머지 1조3000억원은 앞으로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에 사용할 수 있다.

세계잉여금은 2007년(16조5000억원) 이후 10년 만에 가장 많았다. 세계잉여금은 2015년(2조8000억원), 2016년(8조원)에 이어 3년 연속 흑자를 나타냈다. 세계잉여금은 2012년~2014년에는 적자를 보였다.

정부가 지난해 거둔 국세수입은 265조4000억원으로 2016년에 비해 22조8000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6월 추경 편성 당시 정부가 내놓은 국세수입 예상치보다도 14조3000억원 초과했다.

세금이 더 걷힌 것은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3년 만에 3.1%를 기록하는 등 경기가 좋아지면서 기업이 내는 법인세와 근로자들의 근소소득세 등이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 세목별 국세수입.출처=기획재정부

3대 세목인 법인세, 부가가치세, 소득세 모두 잘 걷혔다. 법인세 세입은 59조2000억원으로 전년보다 7조1000억원 늘었다. 법인 실적이 개선된 영향이다. 유가증권시장 12월 말 결산법인 영업이익은 2016년 63조8000억원에서 지난해 68조4000억원으로 7.2% 증가했다.

부가세는 5조3000억원 늘어난 67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수입액(4784억달러)이 전년에 비해 17.8% 증가하면서 수입 부가세가 늘었다. 또 민간 소비가 전년보다 2%대 신장률을 보인 것도 부가세 세입을 늘리는 데 일조했다.

소득세는 75조1000억원으로 6조6000억원 증가했다. 개인사업자의 종합소득세 신고금액이 지난해 176조2000억원으로 전년보다 8.8% 증가했고 명목임금 상승, 취업자 수 증가로 근로소득세가 3조원 늘었다. 부동산·주식시장 호조로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양도소득세 역시 전년보다 1조5000억원 더 걷었다.

지난해 부동산거래 건수는 552만3000건으로 2016년 493만3000건보다 약 60만건 늘었다. 토지가격이 3.88% 상승한 것도 한몫을 했다.

상속증여세는 1조4000억원 증가한 6조8000억원으로 조사됐다. 상속증여세 신고세액공제가 기존 10%에서 단계적으로 3%(2019년 이후)까지 축소되면서 미리 증여한 사람이 늘어서다. 상속증여세는 자진 기간 내에 신고하면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지난해 정부 예산안 중 쓰지 못한 불용액은 7조1000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3조9000억원 줄었다. 불용률은 2%로 2012년 이후 가장 낮았다.

정부는 올해도 3% 내외의 성장률을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어 세금은 올해 역시 잘 걷힐 것으로 보인다. 곳간이 넉넉해지는 만큼 복지 재정 지출 등 쓸 곳이 많은 문재인 정부의 부담은 줄어들 전망이다. 문재인 정부는 임기 5년 동안 100대 국정과제를 달성하기 위해 178조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연평균 35조6000억원 꼴이다. 문재인정부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지난해 6월 세수 자연증가분으로 60조5000억원을 충당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세금이 잘 걷히면서 불똥은 엉뚱한 데로 튈 수 있다. 우선 불용액 문제다.불용액을 줄였다고 하나 정부가 지출하지 않은 돈이 7조원이 넘는다는 것은 보통 문제가 아니다. 이 돈이 꼭 써야할 사업에 지출됐다면 경제가 좀더 성장했을 수도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둘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피해를 볼 여지가 있다. 정부는 강남 부동산가격 안정을 위해 부동산 보유세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세수풍년을 이유로 강남 부동산 시장 안정이라는 목표를 외면한 채 보유세만 문제를 삼을 공산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