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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믹리뷰=김윤선 기자]진통제로 잘 알려진 아스피린이 발기부전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해외 연구결과가 주목을 받았다. 아스피린이 발기부전을 완화하는 데 효과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발기부전 치료를 위해 아스피린을 복용해도 괜찮은 것일까.

터키 연구팀, “저용량 아스피린, 발기부전에 효과”

최근 터키 이스탄불 메디폴(Medipol) 대학 연구팀은 저용량(100mg) 아스피린을 매일 복용하면 발기부전을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 같은 내용은 국제 비뇨기가와 신장학 저널(International Urology and Nephrology)에 지난 1월17일 게재됐다.

연구팀은 평균 연령이 48세인 남성 184명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120명에겐 저용량 아스피린을, 64명에겐 위약을 매일 6주 동안 복용하게 했다. 이후 참가자들에게 발기가 잘 되는지, 발기 상태가 잘 지속되는지를 물었다.

임상 시험 전 발기가 잘 되느냐는 질문에는 아스피린 그룹의 51.3%, 대조군의 50%가 '그렇다'고 답변했다. 발기가 만족스럽게 잘 지속되느냐는 질문에는 아스피린 그룹에서 31.2%, 대조군에서 31.6%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연구팀이 6주 후 참가자들에게 다시 질문한 결과 1번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한 비율이 아스피린 그룹은 51.3%에서 88.3%로, 2번 질문의 경우는 31.2%에서 78.3%로 높아졌다. 대조군은 1번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한 비율이 50%에서 59.3%로, 2번 질문의 경우는 31.6%에서 43.5%로 올랐다.

특히 참가자 중에는 혈중 혈소판 용적(MPV)이 높은 사람이 있었다. 혈소판은 혈액 응고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세포로 혈소판이 많으면 혈류가 둔화되는 경향이 있다.

‘비아그라’와 ‘아스피린’, 혈류개선이 공통점

시중에 나와 있는 발기부전 치료 약물로는 비아그라가 대표적이다. 이 약은 원래 협심증 치료제로 개발하려고 했던 약물이지만 임상 시험 과정에서 남성의 성기가 발기되는 현상을 발견하고 발기부전 치료제로 재탄생했다.

아스피린과 비아그라는 성분은 다르지만 혈액 순환을 개선할 수 있다는 점이 비슷하다. 아스피린은 진통제로 잘 알려져 있지만 혈액을 맑게 해 심혈관질환이나 심장마비 예방약으로 쓰기도 한다.

발기부전 치료제로 허가 받지 않은 아스피린을 암암리에 발기부전 치료제로 사용하는 사례는 몇 년 전부터 있었다. 남성 성기능과 관련한 해외 커뮤니티인 '썬더플레이스(Thender's place)'의 게시판에 지난 2012년 영국에 사는 한 네티즌은 “나는 정맥류를 앓고 있는데 아스피린이 피에 영향을 준다고 들었다”면서 “발기부전 치료를 위해 아스피린을 복용하려고 하고 있다”고 게재했다. 이에 다른 네티즌은 “내 경험상 약간 도움이 된다”면서 “아스피린은 혈액 순환을 향상시킨다”고 답했다.

심혈관질환을 갖고 있는 남성들은 발기부전을 앓을 확률이 높다. 가톨릭 의대 연구팀이 지난 2007년 대한비뇨기과학회지에 게재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관상동맥질환으로 병원을 찾은 255명 중 152명이 경도 이상의 발기부전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상동맥질환에는 협심증과 심근경색증 등이 있다. 모두 심장 근육에 산소와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라는 혈관에 문제가 생겨 발생하는 질환이다.

‘아스피린’의 효과에 대한 상반된 연구결과 존재

혈관의 문제가 발기부전에 영향을 줬다면 아스피린이 어느 정도 도움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발기부전의 원인은 고환기능저하증, 척수손상, 암 외에도 심리적인 문제에서 비롯하기도 한다.

또 아스피린과 같은 비스테로이드성진통제(NSAIDs)를 정기적으로 복용하는 남성은 오히려 발기부전을 앓을 확률이 높다는 과거 연구도 있다.

미국 카이저 퍼머넌트 메디컬 센터(Kaiser Permenente Los Angeles Medical Center) 연구팀이 지난 2011년 미국비뇨기과학회가 발행하는 비뇨기과 저널(Journal of Urology)에 게재한 연구에 따르면 아스피린으로 대표되는 NSAIDs를 매일 복용한 남자의 발기부전 위험이 22%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이 남부 캘리포니아에서 45세에서 69세 사이의 8만명의 남성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NSAIDs를 정기적으로 복용하는 남성 4만명의 29.3%가 중등도 이상의 발기부전을 앓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아스피린의 발기부전 치료 효과에 대해 정확한 결과가 나오지 않아 환자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의료진들은 발기부전 치료를 위해 환자가 자의적으로 약을 끊거나 복용하는 것은 위험하기 때문에 반드시 상담을 받아보고 결정하는 것이 좋다고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