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소재 KDB산업은행 전경. 출처=KDB산업은행.

[이코노믹리뷰=정경진 기자] 호반건설이 대우건설의 해외사업 손실을 이유로 인수 포기를 한 것에 대해 매각을 진행한 산업은행의 책임론이 대두되고 있다.

산업은행은 대우건설 매각 초기부터 당시 인수금액의 절반 규모에 불과한 가격을 제시해 졸속 매각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특히 지난해 10월 매각 공고에 산은은 지분 전량 매각 방식을 내세우다 호반측이 제시한 ‘분할 매각’ 방식을 받아들이고 매각을 추진했다. 이를 두고 호반건설 특혜 의혹도 불거진 바 있다. 산은은 이 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대우건설 매각을 진행을 했지만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호반건설이 인수포기를 하면서 대주주로서의 산업은행이 책임론을 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9일 금융권 및 건설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이 추진했던 M&A 과정에서 해외부실이 드러나면서 거래 자체가 무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대우건설은 7일 실적 발표를 통해 올 초 모로코 사피 복합화력발전소 현장에서 발생한 3000억원 의 잠재손실을 작년 4분기 실적에 반영하는 빅배스(big bath·대규모 손실처리)를 단행했다. 애초 시장에서는 대우건설이 지난해 7000억 원의 영업이익을 볼 것이라 예상했지만 해외손실의 영향으로 4000억 원에 그쳤다. 호반건설은 전날까지 산업은행과 협상을 벌였지만 결국 지난 8일 '막대한 해외 부실'을 이유로 인수 포기를 선언했다.

금융권업계에서는 기업의 해외 사업부실이 드러나면서 매각이 무산된 경우는 전례가 없다는 반응이다. 매도자 측에서 매수자인 호반건설에서 위험요인에 대한 사전 설명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모로코 사업장의 경우 지난달에 자재에 이상이 생겼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 것에 대해서는 인지하고 있었지만 손실규모는 미리 파악을 할 수가 없었다”며 “1월에 생긴 문제를 2월초에 반영을 했기 때문에 미리 알 수 있는 시간적 여유도 없었으며 대주주라고 하더라도 공시이전에는 사실 그 손실규모를 파악할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호반건설의 인수를 반대했던 대우건설 노동조합은 산업은행이 회사 운영에 대한 충분한 설명 없이 졸속매각하려고 했기 때문이라는 비판을 가했다.

대우건설 노동조합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매각 진행과정에서 인수희망자에게 인수가격에 대해서만 제시했지 회사 운영과 관련해서는 어떠한 고려도, 검증도, 계획에 대한 설명도 논의가 없었던 것은 아닌가란 의구심이 든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향후 산은의 기업 정상화 책임 공방이 커질 것이란 관측이다. 대우건설 매각 무산에 앞서 산은은 금호타이어를 비롯해 KDB생명 등 연이어 매각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국내 대형회계법인 관계자는 “산은의 경우 이미 상당한 혈세를 쏟아부은 기업들의 매각을 실패한 경력이 있는 만큼 대우건설의 매각 무산으로 산은의 관리능력이 한계에 다다른 것이 아닌가란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