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비자주권시민회의 고계현 사무총장. 사진= 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글로벌 기업 애플이 고의로 스마트폰 애플의 성능을 저하시킨 것과 관련해 소비자들이 문제를 지적하고 소송에 나섰다. 그것도 미국이나 일본이 아닌 우리나라의 소비자들이 나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글로벌 대기업 ‘애플’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거의 없었지만 한국의 소비자들은 결국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을 이끈 시민 단체는 우리 사회에 소비자 권리에 대한 새로운 화두를 던지면서 여론을 주도하고 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가 그 시민단체로 이름과 존재감을 대중들에게 각인시키고 있다. 소비지주권시민회의는 애플 관련 소송으로 이름을 널리 알려졌지만 독일 자동차 업체 벤츠, 미국의 자동차 회사 GM의 불량 에어백 리콜 요구, 막걸리 성분표시 문제를 파헤치는 등 소비자 권리 향상을 위해 앞장선 딘체다.  이코노믹리뷰는 '시민 단체의 새 패러다임을 제시하고자 한다'는 슬로건으로 단체를 이끌고 있는 소비자주권시민회의 고계현 사무총장을 만나 사회 변화 그리고 소비자 주권에 대한 이야기들을 들어봤다. <대담=문주용 편집국장, 정리=박정훈 기자>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팀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과 애플코리아 대니얼 디시코 대표이사를 고발하고 서울중앙지검에 수사를 의뢰했습니다. 사안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요? 검찰이 답변을 전달했는가요?

현재 우리 단체는 민사와 형사 건으로 애플 본사와 애플의 한국 법인 애플코리아를 상대로 소송을 벌이고 있습니다.  지난 소송에는 122명의 소비자들이 참여했습니다. 민사는 ‘손해배상청구소송’입니다. 이는 많은 분들이 언론에 보고 들은 내용과 같습니다. 애플은 아이폰(6,SE,7) 제품 배터리 성능저하 현상을 충분히 사전에 소비자들에게 고지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사전에 알리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다수의 아이폰 이용자들은 알 수 없는 이유로 성능이 떨어지는 아이폰을 많은 돈을 들여 새 제품으로 교체해야 했습니다. 이는 명백히  소비자의 ‘알 권리’의 침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소비자주권시민회의가 주도한 아이폰 1차 소송(1월 11일) 기자회견. 사진= 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별도로 하고 있는 형사 소송 건은 재물손괴죄, 사기죄, 컴퓨터 등 이용업무방해죄입니다. 아이폰의 배터리 성능저하로 많은 아이폰 사용자들은 업무상 손해를 입었습니다. 이를테면 어떤 피해자들은 아이폰 성능 저하로 모바일 결제를 제대로 하지 못해 금전 손해를 입기도 했고, 어떤 이들은 내비게이션 앱이 작동하지 않아 업무 출장에서 길을 헤매다 계약이 깨지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아이폰 구매·사용자들의 실제 피해와 정신 피해의 가치를 환산해 1인당 220만원의 손해배상을 애플에 청구했습니다. 현재 2차 소송을 준비하고 있고, 약 300명의 참여 인원을 모았습니다.

아이폰 소송에는 어떻게 참여할 수 있는가요? 일반인 참여가 가능한지, 지금도 참여가 가능한지 알고 싶군요.

소송 참여에 별도의 자격 요건은 없습니다. 아이폰 운영체계 iOS 업데이트로 배터리나 기기의 성능 저하를 경험했거나 그것 때문에 받은 피해를 입증할 수 있는 소비자라면 누구든 참여할 수 있습니다. 현재 준비 중인 2차 소송은 2월 첫 주에 참여자 모집을 마감했습니다. 참여자 한 명 한 명의 동의서와 위임장을 받고 소송가능여부를 판단하는 등 일련의 업무에는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가능한 많은 분들이 소송에 참여하면 좋겠지만 업무량에 비해 이를 처리할 만한 조직의 인력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참여자 추가 모집은 이후 상황을 보고 결정할 예정입니다. 

그렇다면 다른 문제는 어떤가요? 법적 허용 수치보다 40배 높은 질소화합물 배출로 논란이 된 폭스바겐이 자동차를 다시 팔고 있습니다. 문제 제기 계획은 없는가요?

전 세계를 놀라게 한 사건이었기 때문에 문제의 심각성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폭스바겐의 탓도 있겠지만 자동차의 대기오염 물질 배출에 대해 지나치게 관대한 우리나라의 기준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1970~80년대 우리나라의 개발 위주 성장 정책은 모든 규제를 기업이 유리하도록 편의를 봐 줬고, 이는 아직도 자동차 업계의 관습처럼 남아있습니다. 실제 국토교통부가 제시하는 자동차 연비나 오염지수는 글로벌 기준에 한참 못 미치기도 합니다. 자동차 업체들도 기준에 맞춘 샘플을 별도로 만들어 기준만 통과시키고 시제품은 다른 제품을 판매하는 꼼수를 왕왕 씁니다. 문제를 지적하려면 폭스바겐 회사의 문제와 더불어 우리나라 자동차 업계의 관행도 함께 지적해야 합니다. 심각성은 이미 충분히 인지하고 있고 그에 맞는 대응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벤츠와 GM의 결함 에어백 장착 차량 16만5861대를 즉각 리콜을 할 것을 요구해 벤츠는 이를 받아들였습니다. 그런데 GM은 아직까지 아무런 반응이 없는데요.  

우리 단체의 문제제기로 벤츠는 결함이 발견된 일본 다카타사의 에어백이 장착된 차량의 리콜을 했습니다. 그러나 GM은 아직 답을 주지 않고 있습니다. 놀랍게도 미국, 중국, 일본, 호주, 캐나다 GM은 자동차리콜을 마쳤습니다. 여기에는 사실 복잡한 문제가 얽혀있습니다. 현재 GM 군산공장은 생산라인의 가동이 중단된 상태로 항간에는 우리나라 철수설이 나돌고 있습니다. 아마도 정부는 공장 철수로 지역사회가 입을 피해를 고려해 이 문제를 상당히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정부는 GM의 문제를 제대로 지적하지 못한다고 봅니다.  물론, 우리는 지엠이 벤츠처럼 해결책을 내놓을 때까지 계속 문제를 지적하고 항의할 것입니다.    

▲ 사진= 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지난해 10월에는 국내 시판 막걸리의 엉터리 성분 표시를 지적했는데요 그런데 개선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문제 제기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식품과 관련된 문제는 자칫 가볍게 보일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식품은 소비자들의 생활과 가장 밀접한 연관이 있는 분야여서 우리는 절대로 이를 가볍게 다루지 않습니다. 막걸리 제품의 엉터리 성분 표기도 마찬가지입니다. 막걸리는 농림축산식품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제시하는 성분표시 기준이 다릅니다. 막걸리의 주 원료는 ‘쌀’입니다. 놀랍게도 우리나라에 시판되는 막걸리의 원료로 쓰이는 쌀의 90%가 수입 쌀입니다. 우리나라 제품 성분 표기는 이 쌀이 어느 나라에서 온 쌀인지 나와 있지 않습니다. 그냥 ‘외국산’이라고 적혀있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우리나라의 표기 기준은 함유량이 90%인 1차 원재료를 제외한 나머지 첨가물의 표기는 배제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명백히 소비자의 알 권리를 침해한 것입니다.  우리는 일련의 문제들을 지속 제기했고 몇몇 업체들은 성분 표기를 자세하게 바꾼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후속 조치가 부족한 탓에 아직도 많은 업체들이 성분 표기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곧 더욱 강하게, 여러 가지 방법을 사용해 지적하겠습니다.   

고 사무총장께서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운영을 시작한 이유를 무엇인가요?  현재 어떤 일들을 하고 있는지 소개해주시죠. 

대학원에서 정치학을 공부하면서 ‘사회 변화’에 대한 꿈을 키웠습니다. 공부를 마치고 1994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의 간사로 입사했습니다. 1990년대 경실련의 영향력은 매우 컸습니다. 대기업과 정부 조직의 다양한 부조리들을 지적해 공론화하고  변화를 이끌어냈습니다.국민들도 호응해 주셨습니다. 그런데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사회가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자본가-노동자의 대결 구도 프레임은 구시대 유물이 됐고, 대신 국민 개인의 삶과 관련한 사회 문제들이 수면으로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시민 단체들은 여전히 자본가-노동자 대결 구도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국민들이 관심을 갖는 사회 문제와 동떨어진 것들을 찾다보니 자연스럽게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각 사회단체 지도자들의 정치 욕심이 반영되면서 시민 단체의 순수한 목적도 점점 퇴색되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은 제가 꿈꾼 사회 변화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국민들의 삶과 직접 관련된 문제들을 찾아내고 해결하는 시민운동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자 하는 열망이 생겼습니다. 여기에 뜻을 함께하는 이들과 시민 단체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2016년 12월 경실련을 지난해 소비자주권시민회의의 인가를 받았습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소비자들의 기본 권리를 침해하는 모든 문제들을 지적하고 사람들의 뜻을 모아 이를 바꿔나가는 일을 하는 단체입니다. 법조·금융·정치 등 다양한 전문가들의 자문으로 문제의 심각성을 분석하고 소송 등 법 해결방안까지 검토합니다.  
      
끝으로, 소비자주권시민회의가 이루고자 하는 목표나 비전은 무엇인가요?

명확한 목표가 있습니다. 시민운동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과거의 시민 단체들처럼 민주화 이전 프레임에 머무르는 시대착오 방식에 머무르지 않을 것입니다. 소비자들이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 삶 속에서 권리를 침해받고 있는 모든 문제를 꼬집고  공론화할 것입니다. 그리고 많은 시민들의 뜻을 모아 해결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온-오프라인 모든 미디어를 활용하고 효과가 좋은 메시지 전달 방법을 선택할 것입니다. 시민들의 자발 참여와 후원으로 조직 구성원들이 ‘먹고 살 수 있는’ 단체가 되는 것이 소비자주권시민회의의 목표이자 비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