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8세의 고령에 세상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가 된 버트 먼로(Burt Munro). 출처=보메 메르시에

[이코노믹리뷰=김수진 기자] 컬래버레이션 시계는 이야기보따리다. 두 브랜드가 왜 만났는지, 둘이 힘을 합쳐 어떤 시계를 만들었는지, 왜 그런 시계를 만들었는지. 이야깃거리가 풍성하다. 혹자는 컬래버레이션 시계를 가리켜 창의력이 부족한 브랜드의 꼼수라 폄하하지만, 그 속에 담긴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고 나면 그 매력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보메 메르시에가 2018 스위스고급시계박람회(SIHH)에서 선보인 클립튼 클럽 인디언이 그렇다. 클립튼 클럽 인디언은 보메 메르시에와 인디언 모터사이클의 컬래버레이션 시계로 총 3가지 버전으로 출시한다. 시계전문웹진 <타임피스 아시아>는 두 브랜드의 비슷한 시작부터 컬래버레이션 시계에 담긴 감동 일화, 세 점의 시계 설명까지 총 3부작으로 나눠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볼 생각이다. 두 번째 순서는 보메 메르시에 클립튼 클럽 인디언 버트 먼트 트리뷰트의 영감의 원천이 된 남자, 버트 먼로의 이야기다.

 

▲ 세상에서 가장 빠른 인디언, 버트 먼로. 출처=보메 메르시에

“때로는 평생을 사는 것보다 꿈을 이루는 5분이 더 소중할 때도 있다.” –버트 먼로(Burt Munro)

인디언 모터사이클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있다. 68세에 모터사이클 경주 세계 신기록을 세운 남자, 버트 먼로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1899년 뉴질랜드 인버카길의 한 농장에서 태어난 그는 타고난 속도광이었다. 15살부터 모터사이클을 타기 시작했고, 20대부터 아마추어 대회에 나가 각종 레이싱 경주를 섭렵했다. 그러나 그는 가족의 반대와 가난에 부딪혀 터널 공사와 건축, 농장 일 등을 하며 전문 라이더로서의 삶을 접어야 했다.

 

▲ 버트 먼로와 그가 개조한 인디언 모터사이클. 출처=보메 메르시에

하지만 버트 먼로는 포기하지 않았다. 모터사이클 판매원으로 일하면서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모터사이클을 공부했다. 1920년엔 운명의 애마를 만났다. 인디언 모터사이클의 스카우트 모델을 구입한 것. 최고 속도가 시속 90km에 못 미치는 모터사이클이었지만, 그는 밤마다 차고에 틀어박혀 자신의 애마를 개조하기 시작했다. 버트 먼로는 부품을 직접 연구, 개발, 제작했고 때론 하루 16시간 동안 모터사이클에 매달렸다. 그렇게 10년이 넘는 세월을 개조한 끝에 버트 먼로의 인디언 모터사이클은 엄청난 속도의 스피드 머신으로 다시 태어났다.

 

▲ 버트 먼로가 자신의 애마에 몸을 싣고 있다. 출처=보메 메르시에
▲ 버트 먼로가 1962년 보네빌 소금 사막을 달리고 있다. 출처=보메 메르시에

버트 먼로는 1940년대 모터사이클 경주를 석권하며 뉴질랜드에서 알아주는 사나이가 되었고, 많은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그는 거기서 만족하지 않았다. 자신의 인디언 모터사이클의 한계를 시험하기 위해 1962년 미국으로 향했다. 화물선에 몸을 싣고 배 위에서 요리사로 일하며 뱃삯을 댄 그는 우여곡절 끝에 보네빌 소금 사막에 도착했다. 그러나 하마터면 경주에 출전하지 못할 뻔했다. 사전 신청을 하지 않은 데다가, 그의 애마가 너무 구형인 탓에 안전 기준을 통과하지 못한 것이다. 미국 속도 기록 협회에 근무하는 친구들의 도움으로 관계자들을 설득해 대회 참가권을 겨우 따낸 버트 먼로. 당시 그의 나이는 63세였다. 850cc 엔진의 인디언 모터사이클로 시속 288km라는 세계 기록을 세운 그는 이후 해마다 엔진 용량을 늘려 자신의 기록을 경신했다. 5년 후인 1967년엔 950cc 엔진으로 시속 300km의 벽을 돌파했다. 공식 계측 기록은 시속 305.89km. 1000cc 이하 모터사이클 레이싱 부문 세계 신기록이 탄생한 순간이다. 그의 나이 68세. 일흔을 앞둔 나이에 버트 먼로는 세상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가 되었다. 그의 기록은 아직도 깨지지 않았다.

 

▲ 버트 먼로의 이야기는 클립튼 클럽 인디언 버트 먼로 트리뷰트 에디션의 영감이 되었다. 출처=보메 메르시에

버트 먼로의 이야기는 꿈을 좇는 모두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고 있다. 그의 감동 실화는 2006년 안소니 홉킨스가 주연한 영화 <세상에서 가장 빠른 인디언>로 만들어지며 불멸의 이야기로 남았다. 보메 메르시에는 버트 먼로의 열정과 성취를 기념하기 위해 클립튼 클럽 인디언 버트 먼로 트리뷰트 에디션을 제작했다. 시계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명품 시계와 모터사이클이 만났을 때’ 마지막 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참고문헌>

로드테스트, 라이드매거진

 

▶ 지구에서 가장 매력적인 시계 집결지 [타임피스 아시아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