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와 특수2부가 8일 밤 삼성전자 서초사옥과 우면동 삼성전자 연구개발 센터는 물론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최순실 비선실세 논란에 휘말린 이재용 부회장이 2심에서 징역 2년6개월,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아 석방된 후 사흘 만에 벌어진 일이어서 삼성은 바싹 긴장하고 있다.

'실 소유주가 누구인가'라는 논란에 선 다스의 미국 소송비용을 삼성이 대납했다는 의혹이 핵심이다. 2009년 삼성 비자금 사건으로 기소된 이건희 회장의 사면을 둘러싼 논란도 재점화할 조짐이다.

검찰은 압수수색을 하면서 실무자급 직원들을 대거 청사로 불러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다스의 미국 소송비용을 삼성이 대납했는지 여부를 집중 추궁하는 한편 그 과정에서 불법적인 자금흐름이 있었는지를 조사한 것으로 파악됐다.

다스는 2000년대 초반부터 BBK 투자자문에 투자한 140억원을 돌려받기 위해 김경준 전 BBK 대표를 대상으로 미국에서 소송을 벌였다. 석연치 않은 것은 당시 소송 정국에서 다스가 미국의 대형 로펌인 에이킨검프를 선임했고 그 과정에서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이 주도적인 역할을 한 대목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집사로 불리는 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은 지난 5일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를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검찰은 다스가 에이킨검프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거액의 수임료를 전달하지 않은 대목에 집중하고 있다. 다스 직원들도 수임료 청구서가 오지 않아 이상하게 생각했지만 이를 주도한 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는 증언이 확보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0월 BBK 주가조작 사건의 피해자인 옵셔널캐피털의 장 모 대표가 이 전 대통령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한 것도 의미심장하다. 민사소송으로 BBK가 김경준 전 대표에게 횡령 금액을 받기 직전 이 전 대통령이 정부 기관을 동원해 다스가 이를 챙기도록 지시했다는 주장이 나왔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다스와 이 전 대통령, 삼성의 관계가 부상한다. 검찰이 당시 삼성전자 미국법인, 삼선전략 기술센터 등 삼성전자의 미국법인에서 소송 비용을 대납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현재 다스의 변호사 수임료 지출 내역도 파악한 것으로 확인된다.

두 가지 쟁점이 있다. 우선 삼성과 다스는 특별한 연결고리가 없다는 점. 다스는 현대자동차의 협력사며 삼성전자와 뚜렷한 연결고리가 없다. 삼성전자가 다스의 소송비용을 대납할 뚜렷한 이유가 없는데 다스를 지원했다는 것은, 결국 삼성전자가 다스의 뒤에 있는 이 전 대통령을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 과정에서 불법적인 자금동원이 있었는지 시선이 집중된다.

다스의 실 소유주가 이 전 대통령일 가능성도 쟁점이다. 이 전 대통령은 강력히 부인하고 있지만 삼성전자가 다스 소송비용을 대납한  이유가 이 전 대통령 때문이라면, 이 전 대통령은 다스의 실 소유주가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한편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 자택에 압수수색과 함께, 현재 해외에 체류하고 있는 이 전 부회장에 대한 수사도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다스 소송비용 대압에 이 전 부회장이 관련되어 있다고 본다.

이 전 부회장은 이건희 회장 체제에서 명실상부 2인자로 활동한 인사다. 제일모직을 시작으로 40년간 삼성에 몸 담은 대표적인 재무통이다.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 과정에서 구조조정본부장을 맡아 사업 개편을 책임졌으며 재무를 총괄하는 역할을 맡아 몇 차례 검찰 포토라인에 서는 수모를 겪기도 했지만 소위 '제일모직 경리과 사단'을 통해 최고 실세로 군림했다.

그러나 2008년 삼성 특검에서 시작된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사건을 기점으로 2인자 자리에서 밀려나 2008년 삼성전자 고문으로 경영일선에서 후퇴했고, 2010년 회사를 떠났다. 이 과정에서 비자금 유용을 두고 이건희 회장과 알력이 있었다는 말도 나온다.

검찰이 집중하는 대목은 그가 물러나기 직전 삼성전자의 다스 소송비용 대납을 주도했을 가능성이다. 만약 다스의 실 소유주 찾기, 삼성전자의 불법 자금 동원 의혹, 이학수 전 부회장의 개입 여부 등이 수사로  밝혀질 경우 삼성을 둘러싼 대외적 환경은 급변하게 된다.

사건의 불똥은 2009년 이건희 회장 사면 정국으로도 튀고 있다. 삼성전자가 다스 소송비용을 대납했다고 추정되는 시기, 이명박 전 대통령이 배임과 조세포탈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 받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사면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당시 사면 과정에서 다스 소송비용 대납이 영향을 미쳤는지도 면밀히 수사할 방침이다.

당시 사면은 기업인 1명만 원포인트로 특별사면 대상에 올라 큰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국가 경제위기 극복과 평창 동계 올림픽 유치를 위해 이 회장을 사면한다는 것이 당시 법무부의 설명이었다.

이재용 부회장 집행유예 직후 벌어진 삼성전자, 이학수 전 부회장 자택 압수수색과 다스 실 소유주를 둘러싼 전방위적 수사가 벌어지며 일각에서는 수사 확대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삼성 입장에서 최악의 시나리오는 뇌물 수사로 번지는 대목이다. 만약 삼성이 다스의 소송비용을 대납하면서 이 회장 사면 등 부정한 청탁을 한 정황이 확인되면 제3자 뇌물죄 적용이 가능하다.

이재용 부회장 복귀와 함께 조직 전반을 추스리는 한편 인수합병 등을 통한 전사적 미래 먹거리 발굴에 나서려던 삼성은 당황하는 분위기다. 이와 관련해 공식멘트를 자제하며 사태를 지켜보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