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오와주 분(Boone)의 서부 중앙 조합에서 옥수수를 실어 나르고 있다. 곡물 가격은 공급 과잉이 계속되면서 수 년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출처= 워싱턴포스트(WP) 캡처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미국의 농부들이 지나치게 많은 밀과 옥수수를 생산하고 있어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고 심지어는 일부 농민들을 업계에서 몰아내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최근 보도했다.

농사를 짓는 일은 농사 나름의 여러 문제가 있다. 창업 및 확장에 비용이 많이 들고, 투자가 결실을 보기까지 몇 년이 걸리며, 국가의 방대한 농민 네트워크는 각기 분열되어 있어 생산 감축에 협조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이 경제적인 딜레마를 초래한다. 생산량은 늘어나고 가격은 떨어지는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퍼듀 대학교(Purdue University)의 농업 경제학자 크리스 허트 교수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것을 우리는 돌이킬 수 없는 공급 곡선이라고 부릅니다. 가격이 오르면 생산자들은 대규모 투자를 할 새로운 시대라는 생각을 하지요. 일단 새로운 토지나 장비에 투자하면 그것은 큰 고정 비용이 되어 되돌릴 수 없기 때문입니다.”

밀과 옥수수의 국제 가격은 2014년 이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로 인해 미국 23개 주에서 밀을 재배한 많은 농가들의 이익이 줄어들었고 이것이 경제 성장을 둔화시킨 요인이 되었다.

그러나 이제 와서 농민들이 생산을 줄이는 것은 경제적으로 큰 의미가 없다. 특정 작물이나 가축에 대한 투자가 성숙되면, 공급이 이미 늘기 시작했고 가격은 급격히 떨어졌기 때문이다.

일부 농민들은 어차피 피할 수 없는 가격 변동을 큰 피해 없이 극복할 수 있기만을 바라고 있다. 밀, 옥수수 등의 작물을 재배하는 텍사스 중부 지방에서 농사를 짓는 로드니 슈렁크는 세계적인 공급 과잉과 낮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옥수수를 더 많이 재배하기 시작했다. 그는 생산량을 늘리는 것이 이미 과포화된 시장에 공급을 더 늘리는 것임을 잘 알고 있다.

"세계 시장은 이미 공급이 흘러 넘치고 있습니다. 생산량을 늘리는 것은 그나마 손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선택하는 고육지책입니다. 곡물을 심어야 할 광활한 땅이 있기 때문이지요. 먹고 살아야 하니까요. 그래도 모든 것이 제대로 돌아간다면 약간의 이익은 남길 수 있습니다.”

▲ 출처= FactSet

농부들이 곡물 생산을 위해 토지를 빌리거나 생산을 확대하기 위해 초기에 지불하는 막대한 비용이 초과 공급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어느 정도는 설명해 준다.

휴스턴의 농부 알렌 카민스키는 "콤바인을 사는 데 75만 달러, 트랙터를 사는 데 50만 달러가 들었다. 그런 장비에 이미 지출한 돈을 벌충해야 한다.”고 말했다.

타이밍도 문제다. 어느 농부가 수요 증가와 가격 상승에 반응 할 때에는 이미 다른 경쟁자들도 똑같이 행동한다. 결국 다시 공급이 늘어나고 가격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켄터키 대학교의 농업 경영학을 전공하는 팀 우드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시계나 전자 제품의 경우, 수요가 증가하면 제조 공장은 교대조를 추가해 생산을 늘리기가 쉽지요. 그런 공장들은 즉시 생산량을 늘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농부들에게 가서 당장 송아지를 더 낳게 하라고 말할 수는 없지요. 그건 시간이 걸리는 일이니까요.”

이런 농업 고유의 문제들로 인해 농가가 시장의 수요 공급에 대응하는 능력이 늦어지는 것 외에도, 가격이 낮을 때 생산을 줄이기 위해 농가가 집단적으로 움직이는 것 자체도 쉽지 않다. 미국의 농업 부문을 구성하는 농민 네트워크가 너무 크다 보니 공동 대응이 되지 않는 것이다.

텍사스 A&M 대학교 농업경제학과의 데이비드 앤더슨 교수는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미국에서 그런 종류의 자발적인 파업이나 자발적인 생산 중단 같은 집단 대응은 일어날 수 없습니다. 대개의 농부들은 그런 결정에 충분히 참여하지도 않을 뿐 아니라, 농부들 사이에서 그것이 옳은 일인지에 대한 생각도 서로 다 다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