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장영성 기자] 자동차 관련 글이나 기사에는 “A필러가 길게 누워 있어 날카롭다”든지 “B필러와 C필러 거리가 멀어 뒷좌석 시야가 넓다”는 등 ‘필러’란 말이 여러 번 등장한다. ‘필러’는 도대체 무엇이며 어떤 역할을 하기에 이렇게 주목을 받을까.

사전은 필러를 ‘기둥’ 혹은 ‘받침목’이라고 풀이한다. 자동차를 지탱하는 기둥이라는 말이다. 필러는 세단을 기준으로 총 3개가 있다. ‘A필러’, ‘B필러’, ‘C필러’다. A필러는 차체 전면 유리 양옆에 있는 기둥을 말한다. B필러는 1열과 2열 사이에 자동차 천정을 지지하고 있는 기둥이다. C필러는 차 후미에서 트렁크와 천정을 이어주는 기둥이다. 스테이션 왜건과 미니밴에는 C필러 뒤에 창문이 더 있는 경우가 있다. 이는 D필러로 차량 후미를 받친다. 전장이 6000㎜가 넘는 3열 리무진에는 E필러도 있다. 이런 필러는 차체와 루프를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동시에 사방에서 천정을 떠받쳐 탑승자의 안전을 책임진다.

일부 차량은 필러가 없다. 이를 ‘필러리스’라고 한다. 대표적인 예가 기아자동차의 레이다. 필러리스 자동차는 B필러를 제거하고 미닫이문을 장착해 운전자가 타거나 내리기에 편하다. B필러가 없기 때문에 차체 강도가 약해진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건 오해다. 필러리스 자동차는 미닫이문에 초고장력강판을 써 강도와 안전을 확보하고 있다.

필러 중에서 가장 중요한 필러는 A필러다. A필러는 차량이 전면으로 충돌을 할 때 운전자와 조수석 탑승자를 지켜주는 역할을 한다. 미국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가 2017년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미국에서 교통사고 사망자 4명 중 1명이 자동차 전면 오른쪽 헤드램프 부분 충돌에서 발생했다. 그만큼 전방 충돌 사고가 잦다. A필러가 중요한 이유다. 이 때문에 IIHS가 벌인 충돌 테스트에서 A필러의 손상 여부에 따라 안전 점수가 크게 갈린다. 우리나라 자동차안전도평가(KNCAP)도 A필러의 강도를 안전 핵심 요소로 보고 있다. 물론 차량 전복 시에는 A, B, C 모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자동차 제조사들은 이러한 이유로 차체 설계 시 A필러에 많은 공을 들인다. 차체는 강판이나 알루미늄 소재를 더한 강판을 사용해 만들지만, A필러는 유독 초고장력강판을 쓴다. 또 차 부품은 무게를 줄이는 경량작업을 위해 강성을 낮추기도 하지만, 필러 부분은 타협 없이 강성이 높은 철제를 이용한다.

필러는 자동차 디자인에서도 중요한 요소다. 필러는 어느 각도에서 자동차를 바라봐도 보이기 때문에 디자인에 큰 영향을 미친다. 안전 부분과 마찬가지로 A필러는 디자인에서도 큰 역할을 한다. 쿠페나 스포츠 세단은 A필러가 유독 길다. 이는 차체가 날렵하고 낮아 보이는 인상을 주기 위함이다. 또 운전자가 넓은 운전 시야를 확보할 수 있도록 만들고, 1열에 집중한 스포츠 세단의 성격을 살리는 역할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