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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믹리뷰=김윤선 기자]인간의 면역세포인 T세포를 활성화하는 암 백신(Vaccine)을 암에 걸린 쥐에 투여했더니 암 세포가 거의 사멸한 것으로 나타나 주목된다. 특히 이 백신은 1회만 사용해도 놀라운 전신 효과를 불러왔다.

미국 스탠포드 대학 연구팀은 이 같은 연구결과를 지난 1월31일 과학 저널 ‘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에 게재했다.

로날드 레비 종양학과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총 2개의 면역자극제를 종양에 직접 주사하는 암 치료법을 연구 중이다. 이번 연구는 쥐를 대상으로 했지만 지난 1월부터는 림프종 환자에게 치료 효과를 확인하기 위한 임상시험도 시작했다. 레비 교수는 암 면역 요법 분야의 선구자다. 그의 실험실에서 전 세계 연 8조원대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스위스 로슈(Roche)의 항악성종양제 리툭시맙(rituximab)이 탄생했다.

면역요법은 최근 암 치료제 개발의 최신 트렌드다. 지난해 세계 최초로 공개된 CAR-T는 환자의 몸에서 면역 세포를 꺼내 재조작한 후 환자의 몸에 다시 넣어 암 세포를 공격하게 만든다. CAR-T는 효과는 좋지만 준비 기간이 길고 비싸다는 단점이 있다.

연구팀이 이번에 실험한 약의 첫 번째 장점은 전신에 작용한다는 것이다. 레비 교수는 “두 약물을 함께 사용했더니 몸 전체에 퍼진 종양이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또 치료제는 면역 세포가 암 세포에 있는 표적을 확인하지 않고도 종양에 침범해 암을 치료하도록 도왔다. T세포와 같은 면역 세포는 암에 있는 비정상적인 단백질을 표적으로 삼아 침투한다. 때문에 이 같은 표적들을 확인하는 것은 힘든 작업이다. 레비 교수는 “우리의 치료제는 종양마다 특이적인 표적을 확인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이 치료제는 1회만 사용해도 큰 효과를 보였다. 레비 교수는 “우리는 종양 내 면역 세포를 자극하기 위해 아주 적은 양의 두 가지 약제를 단 한 번만 사용했는데도 암에 걸린 쥐의 몸속에서 모든 종양이 제거되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암이 생긴 부위에 직접 2개의 약물을 주사로 주입해 암에만 작용하는 T세포를 활성화하는 방법을 썼다. 그 결과 림프종에 걸린 90마리 중 87마리가 완치됐다. 암이 재발한 3마리도 두 번째로 치료하자 종양의 크기가 줄어들었다.

레비 교수는 이 백신이 다양한 부위의 암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로 연구팀은 두 약제를 섞은 백신이 림프종 외에도 유방암, 대장암, 흑색종이 있는 쥐에게도 유사한 효과가 있는 것을 확인했다.